제주영화제 일환 영화도서관 세미나 개최...“치유의 관광지 역할 도울 것”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문화를 간직한 제주의 매력을 한층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영화도서관’이 제안됐다. 전문가들은 도내 상업영화관에서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는 단편·독립·예술 영화를 중점적으로 상영하는 영화도서관이 치유와 문화예술 중심의 관광명소가 되고, 나아가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이는 제주에서 ‘문화 다양성 해소’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놨다.

제주영상위원회, (사)제주씨네아일랜드, (사)제주영화제는 13일 롯데시티호텔제주에서 제12회 제주영화제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제주영화도서관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주도, 국회의원 오영훈,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제주에 영화도서관을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자 열린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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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롯데시티호텔제주에서 제12회 제주영화제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제주영화도서관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순서는 게리 맥(Gary Mak) 홍콩 ‘브로드웨이 시네마테크’ 총괄 책임자,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오주연 제주씨네아일랜드 기획이사가 각각 홍콩·한국·제주의 씨네마테크 사례를 발표했고 이어 이선화 제주도의원, 권범 제주영화제 이사장, 김태용 영화감독, 김성욱 디렉터,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주성철 씨네21 편집장, 최재원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가졌다. 

영화도서관은 씨네마테크(cinematheque)로도 불리는데, 비상업영화(단편·독립·예술영화 등)나 공공적인 영화를 주로 상영하면서 전시, 보관, 교육 등 영화 관련 콘텐츠까지 소화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프랑스, 미국, 대만, 홍콩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1900년대 초반부터 씨네마테크가 도입됐지만 국내서는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부산시에 있는 영화의전당이 국내 대표적인 씨네마테크로 손꼽히고 서울은 2019년을 목표로 이제야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금까지 온전한 씨네마테크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프리머스시네마 7개관 가운데 한 곳을 (사)제주씨네아일랜드가 빌려 운영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패널들은 ▲시민들의 볼 권리 ▲인구 증가에 발맞춰 문화 다양성이 강화되는 제주사회 ▲문화예술적 관광 같은 이유를 들며 제주에 영화도서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디렉터는 “대형 영화관이 전국에 생겼지만 아직 볼만한 영화가 충분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역시 마찬가지고 제주는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며 “영화를 일종의 시민이 누려야 하는 행복추구권으로 이해해야 된다.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는 내가 여러 가지 꿈을 꿀 수 있는 선택의 권리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김 디렉터는 “지금 제주에서는 기업이 아닌 민간 단체에서 운영하는 영화관이 전무하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영화적 인프라는 끔찍한 수준”이라며 “갈수록 인구가 늘어나면서 제주가 겪는 문화 불균형적 현상은 공공성을 위한 영화관, 즉 영화도서관(씨네마테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용 감독은 “지적재산면에서 제주는 으뜸가는 공간이다. 특히 소비하고 배설하는 관광이 아닌 치유하고 삶에 힌트를 얻는 관광이 제주가 가진 장점”이라며 “제주에서 와서 위로하듯 때로는 소리치듯 감정과 함께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도서관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영화도서관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자리 잡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름다움은 장소나 외형적으로 고민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영화도서관 안에 무엇을 담는지 아름다움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며 “단순히 예전 영화를 모아놓고 소개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영화도서관은 과거의 것을 가져올 때 지금 시기에 맞는 의미를 부여받고 다음 세대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많은 고민과 프로그래밍이 뒷받침 돼야 한다. 1~2년 안에 결과를 바라보려고 하면 이뤄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대표는 “만약 제주에 영화도서관이 생긴다면 ‘그곳에서는 늘 이런 것을 볼 수 있다’는 테마를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테마 가운데는 제주에 국한된 소재는 피해야 한다”며 “너무 지역색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전세계인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잇는 소재를 아카이빙(archiving)해야 한다. 영화도서관은 제주의 새로운 문화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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