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면세점협의회 공식 출범...‘송객수수료’ 두고 대기업-JTO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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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면세점협의회 출범식. 제주면세점협의회에는 제주관광공사, 신라, 롯데,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이 참여한다. 사진 왼쪽부터 신라면세점 이강일 상무, 제주관광공사 최갑열 사장(제주면세점협의회장), 롯데면세점 김주남 제주법인장, 한화 갤러리아타임월드 이종암 제주점장. ⓒ 제주의소리

제주 면세사업자들이 구조적 문제 해결과 공동 마케팅, 공동 사회공헌사업 등을 목표로 뭉친 ‘제주면세점협의회’가 5일 공식 출범했다. 관광 선순환 구조를 위해 업계에서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엇갈린 이해관계와 입장차로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제주관광공사(JTO)를 주축으로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한화 갤러리아면세점 등 4곳이 참여한 제주면세점협의회는 5일 오후 1시 30분 제주웰컴센터에서 출범식을 통해 활동 시작을 알렸다.

이날 출범식에 앞서 진행된 오전 회의를 통해 최갑열 JTO 사장이 제주면세점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최 사장은 “제주관광이 양적 성장을 통해 발전의 기반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보다 건강한 질적 성장으로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살찌우고 동반성장하는 생태계를 이뤄내야 한다‘며 ”생산적 성장과 함께 미래 지향적인 공존이라는 과제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면세점협의회를 통해 면세사업자들이 상생의 혜안을 찾고 지역사회와 동행하며 지역균형발전과 도민 복리증진을 이뤄내는 워킹그룹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주면세 시장의 모범적 모델 정립으로 제주관광산업도 큰 빛을 발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4개 업체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모범적 사업 운영을 통한 고품격 제주관광 실현과 제주관광 질적 성장 기여 △송객수수료 적극 개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건전한 면세사업을 통한 제주경제 발전 △면세점협의회 적극 참여와 결정 사항에 대한 성실 이행 등 합의된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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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제주면세점협의회 출범에 맞춰 열린 제1회 제주면세포럼. ⓒ 제주의소리

‘수수료 법적 제한’ 두고 입장차 ‘뚜렷’

출범식과 함께 열린 제1회 제주면세포럼에서는 ‘송객 수수료’ 문제가 전면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홍성화 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업계 관계자 내부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면세업계의 송객수수료가 판매금액의 32~38%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여행사 수수료, 여행사 인센티브, 가이드 수수료, 가이드 인센티브도 포함된다.

관련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토론에서는 송객 수수료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법적제도 마련, 즉 ‘법제화를 통한 규제’가 쟁점이었다. 참가자들은 송객 수수료가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주표 한국면세점협회 사무국장은 “송객수수료에 대한 직접적 제재는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영세 여행사와 가이드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 틈을 중국여행사가 노리고 들어와 국부가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객 수수료 양성화 노력이 오히려 음성화를 초래해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상황이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일률적인 수수료 제재는 외국에 우리 관광객을 빼앗기는 등 양적 규모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적정 수수료에 대한 의사결정은 정부의 가치판단이 아닌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법적인 강제보다는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낙천 (주)호텔신라제주면세점 점장도 “송객수수료에 대한 문제는 면세업자들이 피해갈 수 없는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기업들의 자정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의 입장에선 한 가지 관점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남 롯데면세점제주(주) 대표는 “수수료를 당장 내일부터 없앤다고 하면 한국 관광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여행업의 생존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면세점에서 60% 이상이 국산품인데 이 국산품의 수수료가 가장 높다”며 “국산품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적정수준에 대한 논의를 해야한다”며 “제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업계에서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제주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관광객들이 제주를 선택하지 않는 건 수수료 때문이 아니라 질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반면 제주지역 사회 입장은 달랐다.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원은 “자정노력을 얘기하는데, 웃기는 얘기 아니냐”며 “시장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지 윤리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데 어떻게 자정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수료는 시장의 논리에서 주는 거지만 데드라인을 넘었을 때는 규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업계가 자정하지 못한다면 무한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 정책적 규제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진 제주도관광협회 부본부장은 “수수료와 관련된 문제가 한계점에 도달한 만큼 법적으로 제한할 수 밖에 없다”며 “마이너스 관광을 통해 손해를 본 부분을 쇼핑에서 건져내는 관행에는 개선해야 될 점이 정말 많다”고 지적했다.

문성환 제주관광공사 면세사업단장은 “지금 송객수수료와 관련해 도가 지나치다는 게 공통된 시장참여자의 의견”이라며 “이럴 때 정부기관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전체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객수수료 문제는 면세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여행사들이 저가상품을 만들고 손해를 보며 모객한 뒤 그 벌충으로 삼고 있다는 데 있다”며 “반드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객수수료 폐지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급격히 내리지 말고 단계적으로 시장상황을 보며 줄이는 방법이 가능하다”며 “이는 시장참여자들의 합의와 관광 수혜자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면세점협의회는 대기업 면세점들이 동참한데다 면세업계의 가장 큰 구조적 병폐로 제기되는 ‘송객수수료’가 출범 결의문에 포함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날 포럼 토론에서도 드러났듯 첫날부터 참가자들 간 입장차가 갈리면서 자칫하면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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