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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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시험 앞둔 시기 공부해도 되나 자괴감 들어

11월 초부터 매주 집회에 나갔고 11월 12일에는 제주 청소년 시국 선언을 진행했다. 광화문이 축제라면 제주시청에서는 잔치가 열리는 것 같았다. 초중학교 친구, 친구의 친구, 옛 학원 선생님, 친척 등 구호 외치느라 인사하느라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또래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다. "요즘 애들 말 진짜 잘한다", "어른들보다 낫다"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들었다. 거리에 나오면 현 시국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나도 그들의 발언을 들으며 많이 배웠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12월 3일은 그러지 못했고 다음 주는 더더욱 그럴 것 같다. 시험이 2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도 아니면서 핑계거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가하는 그 2~3시간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화끈했던 토요일 밤을 보내고 나면 밥 먹고, 문제 좀 풀고, 페북도 하다가 다시 5일간은 학교로 향한다. 사실 이런 일상이 조금 뒤숭숭했다. 

그렇다고 학교가 이 시국에도 꽉 막혀있다는 뜻은 아니다. 학교 다니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마냥 그렇지만도 않고 나름 재미있게 지낸다. 국정이 마비돼도 수업엔 지장이 없다. 이 난리통에 수능도 치른 마당에 한낱 기말고사가 대수이랴.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무너지지 않으려고 한다. 독서실에서 행진 구호가 들리자 마음이 흔들렸다. 오늘 제주도에서는 역대 최고인 1만명이 모였다는 기사를 봤다. 20분이 넘도록 이어지는 행렬에, 이렇게 앉아있어도 되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다. 의도하는 건 아닌데 딱 적절한 표현이다. 어쨌든, 이 글을 마무리하고 다시 펜을 잡아야겠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제 할 일을 다 못 끝내서 결국 자존감이 낮아지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싶지는 않다. 학생이 돼달라고 반 이상의 국민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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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채원 와랑 기자. ⓒ제주의소리
게 지지를 받은 적은 없지만, 적어도 학생이란 신분을 가지는 데 동의한 본인으로서 맡은 바를 무책임하게 방치해두고 싶지는 않다. 

혹여나 나처럼 자괴감이 드는 또래 청소년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고민에 따른 선택을 믿고 책임질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지금의 학교와 사회를 똑똑히 기억해야만 세월호 세대가 기성 세대가 됐을 때의 우리 아이들은 국정교과서를 물려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촛불이 아닌 스탠드 옆에 있지만 이 빛 아래에서의 노력도 인정받을 수 있게 부모님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송채원 기자(제주외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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