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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지 지음 <세계의 끝, 문학> 파우스트, 368쪽. 15400원.
장이지 시인의 비평집 <세계의 끝, 문학>이 최근 출간됐다.

지난 2013년에 처음 내놓은 비평집 <환대의 공간> 이후 3년만이다. 2년 전 제주로 건너와 지내며 여러 문학매체에 발표한 글들을 한데로 모았다. 

40년 역사를 지닌 문학지의 폐간과 독립잡지의 붐, 그리고 문단 내 성폭력 사건 등 최근 몇 년 새 한국 문학계에 나타난 여러 징후를 가리켜 장 시인은 근대의 종언, 즉 ‘세계의 끝’이라 표현한다. 여기서 세계의 끝은 독자가 소비자가 돼 버린 오늘날엔 모든 가치가 교환가치로 치환되는 ‘말류 자본주의 사회’다. 

이 가운데 장 시인은 우리가 결별해야 하는 것은 근대의 낡은 제도임을 짚는다. 출판사나 잡지사의 위계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문학계의 서열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문학하는 사람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음을 지적한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다른 사람에 의한 비평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문학, 다른 문학의 시대도 근대문학의 이상을 계승하는 한에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가울지라도 문학은 그 인간 이해에 복무한다는 것이 그가 ‘세계의 끝’에서 발견한 ‘윤리’이다.

이번 비평집이 제주의 독립출판사를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된 것도 대형 출판사나 대형 온라인서점 중심의 문학 생태계를 벗어난 실험이다.

줄곧 문학 환경의 변화나 문학의 위상에 대해 고민해온 시인은 “한국문학에 대한 내 고민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28편의 글이 5부로 나뉘어 실렸다. 지난해 <제주의소리-BOOK世通 제주읽기>에 게재했던 7편의 글도 포함돼 있다.

지난 200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한 장 시인은 시집으로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라플랜드 우체국>을 냈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368쪽. 파우스트. 값 15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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