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음악을 하겠다면서 기타를 몇 개째 부숴버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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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96) 50 / 룩 앤 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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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ok And Listen/룩 앤 리슨(2016)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라고 외쳤던 신현림 시인은 아기엄마가 되었다. 세월은 흐른다. 하지만 음악은 늙지 않는다. 펑크(Punk)는 언제나 청춘의 전유물이다. 음악은 결국 자기 장르의 캠페인을 하는 셈이다. 펑크는 핍박을 가장 많이 받았다. 철부지 10대의 음악 정도로 무시를 당하고, 그들의 객쩍은 공격성은 사회화가 부족한 늑대소년의 울부짖음으로 치부되곤 한다. 펑크는 암울하고 부패한 세상을 발길질하면서 나왔다. “이게 나라냐!” 이전에 “이런 나라 필요 없어!”가 펑크다. 일부러 저러나 싶을 정도로 의심되는 어설픈 연주이지만 세상과는 상관없이 난 춤을 출 거야, 하는 마음이 노래에 담겨 있다. 대부분은 2분 내외로 짧다. 후닥닥 노래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태세다. 삐딱이들은 단순하면서 빠른 음악에 몸을 맡겨 세상을 향해 침을 뱉는다. ‘Clash’, ‘Sex Pistols’, ‘Green Day’, ‘Offspring’, ‘Crying Nut’ 뒤에 ‘Look And Listen’을 넣기엔 미약하다. 하지만 그런 계보 따위 필요 없이 이정민(기타), 김미숙(베이스), 서보윤(드럼)이라는 이 3인조는 귀여운 펑크를 한다. 그래서 홍대 여동생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 불량배, 애송이의 음악 같지만 불량배, 애송이이기에 가능한 저돌성으로 음악을 하며, 그런 정신은 나이가 들어도 잃지 않는 게 펑크의 특권이다. ‘크라잉 넛’만 봐도 그렇다. 그들은 여전히 스무 살 친구들 같다. 장난기 섞인 음악이지만 그런 자유스러운 음악이기에 남 눈치 보지 않는다. ‘룩 앤 리슨’의 음악을 듣다 보니 ‘삐삐밴드’ 보고 싶다. 최근에 싱글을 내긴 했지만, ‘삐삐 롱 스타킹’ 시절의 권병준까지 다시 보고 싶은 옛 동네 친구들 같다. 그곳에 가면 여전히 기타를 메고 술집과 연관이 즐비한 골목길로 걸어가고 있을 것 같은. 그래도 이제 ‘룩 앤 리슨’이 있으니 그런 아쉬움 조금은 위로된다. 그들의 음악을 보고, 듣고, 보고, 듣고 반복하다 보면 아침이 온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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