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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7일 구럼비 발파 5주기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을주민-평화활동가들 "평화는 평화로 지켜야" 구럼비 되찾기 기약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상징과도 같았던 구럼비 바위가 발파된 지 5년이 흘렀다. 구럼비가 있던 자리에는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섰고, 한쪽에서는 크루즈터미널 공사가 한창이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구럼비 발파 5주기를 맞은 7일 낮 12시, 완공된 해군기지 입구에서 “구럼비를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구럼비(구름비)는 까마귀쪽나무를 일컫는 제주어로, 강정마을 해안가에 펼쳐진 길이 1.2km의 바위를 지칭한다. 

국방부는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화약을 이용해 2012년 3월7일 구럼비를 폭파했다. 당시 마을에는 오전 3시부터 사이렌이 울려 퍼졌고, 주민들은 화약운반차량을 막기 위해 강정천 다리를 봉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체포되고 법정에 넘겨졌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가 우리나라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건설됐다고 하지만, 오히려 국민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사라진 구럼비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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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철 강정마을 회장.
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미국 원주민의 ‘대지’라는 시를 낭독했다. 

아이들아, 이 세상에 영원한 건
대지밖에 없단다.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지 
간절한 소원이 왜 이뤄지지 않는지 
아직 잘 모르는 너희가 
우울한 마음으로 말을 걸 때면
대지는 언제나 다정하게 대답해 주었지. 
겨울 다음에 봄이 오고 
죽음 다음에 생명이 온다는 걸 
내가 잊어버릴 때마다 
대지는 우뚝 일어서 
환히 웃으며 일러 주었지. 
아이들아, 이 세상에 영원한 건 대지밖에 없단다.

이들은 “5년 전 구럼비는 한낱 바위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그날 우리는 구럼비를 지키지 못했다. 거대한 공권력 앞에 한 줌 밖에 되지 않던 우리들의 힘은 너무나도 작았다”고 무기력했던 자신들을 돌아봤다. 

이어 “해군기지에 미국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 배치 움직임이 있다. 제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편승해 분쟁에 가담하고 가해자 입장이 돼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며 “평화는 전쟁을 준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써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매일 인간띠잇기를 하는 길을 ‘구럼비광장’이라 명명한다. 또 행사가 끝나고 삼거리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가는 길을 ‘할망물로(路)’라고 부르겠다. 구럼비광장과 할망물로로 평화의 숨결을 기억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구럼비를 되찾는 일, 바로 그곳에 구럼비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리겠다”고 미래를 기약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멧부리와 강정천, 미사 천막 등 일대를 행진했다. 

구럼비에서는 생명평화백배, 멧부리박의 멧부리 투어 등을 진행하고, 오후 7시부터 한겨레 허호준 기자의 '4.3을 통해 본 강정의 미래' 강연으로 구럼비의 하루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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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7일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구럼비 발파 5주기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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