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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신불수 사진가 곽상필(사진) 씨가 19일까지 KBS제주방송총국 로비에서 <소록도 2>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왼손작가' 곽상필, 소록도 2 출판 기념 사진전...19일까지 KBS제주방송국, 수익금은 기부  
신체를 온전히 가눌 수 없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것도 무척 버거운 몸. 반신불수라는 고난을 이겨내고 사진작가로 왕성히 활동하는 곽상필 씨(62)가 열여섯 번째 사진집과 함께 전시회를 갖고있다. 그를 일으켜 세운 ‘소록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본 <소록도 2>전이다. 

곽상필 씨는 3월 6일부터 19일까지 KBS제주방송총국 로비에서 사진전 <소록도 2>를 열고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지난해 소록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선보이는 자리로, 전시 작품은 한 데 묶여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16-소록도 2》(도서출판 각)로 최근 발간됐다.

곽상필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도내 여러 행사에서 불편한 자세로 사진 촬영하는 남성은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55년 서귀포에서 나고 제주에서 자란 그는 제민일보 사진부장으로 재직중이던 1993년 갑작스런 뇌경색으로 쓰러진다. 몇 년 후 겨우 쓰러진 몸을 일으켰을 때, 그의 몸은 지체·언어장애로 정상이 아니었다. 그나마 정상이었던 것은 오직 왼손 뿐이었다. 

사진을 업으로 삼은 그에게 왼손만이라도 남아있던 것은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1998년 아픈 몸을 일으켜 소록도를 방문한 이래, 절룩거리는 몸으로 무수한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 봉사자,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소록도 한센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4.3, 전통시장, 소방관 등 화려하고 멋진 피사체 대신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잘 기억해주지 않는 곳을 찾아갔다. 1999년부터 이번까지 펴낸 16권의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시리즈는 그렇게 발로 뛰어다니며 모은 결과물이다. 

특히 소록도는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촬영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 왼손으로만 셔터를 누르며 사진에 담은 한센인의 모습은, 절망에 빠져 있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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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상필의 작품 <소록도 사람들>. 제공=각 출판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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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상필의 작품 <소록도 사람들>. 제공=각 출판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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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상필의 작품 <천주교 봉사활동>. 제공=각 출판사. ⓒ제주의소리

지난 8일 전시장에서 만난 곽 씨는 “소록도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자 인연이다. 몸이 이렇게 되고나서 처음에는 떳떳하게 다니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숨고 싶었다”며 “1999년 소록도 사진전으로 여러 은인들의 도움을 받아 계속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곽 씨는 천주교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와 함께 소록도를 다시 찾았다. 전시장에서는 소록도 사진과 함께 한센인들의 예술인 모임 ‘해록회’(회장 강선봉) 회원들의 그림과 서예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지난 2014년 4.3 사진을 국회의사당에 전시한 바 있는 그는 독도 사진을 다시 한 번 국회에서 전시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독도 촬영을 위해 스쿠버도 배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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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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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는 곽 씨의 소록도 사진과 함께 소록도 한센인들이 그린 미술 작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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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왼손으로 사진을 찍는 곽 씨. ⓒ제주의소리

단어 한 마디도 어렵게 꺼내야하지만 환한 웃음으로 진심을 보여주는 반신불수의 사진가. “활동하며 얻는 수익금은 다문화가정, 탈북자 등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사후 장기기증도 할 예정”이라는 그는 어느 누구보다 넉넉한 품을 지녔다.

132쪽, 1만5000원, 각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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