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지켜준다는 제주인의 칠성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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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의 제주, 신화 2] (29) 칠성본풀이 

1. 제주인의 칠성(七星) 신앙

제주인의 칠성신앙은 하늘의 신(天神, 별) 칠원성군(Grand bear) 북두칠성이 땅에 내려와 지상의 신격으로 바뀌면서 풍요다산(豊饒多産)의 수(7, 七)과 별(七星) 그리고 하늘의 별이 내려와 아이로 탄생한 ‘생불(生佛)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러한 칠(七)의 수 철학은 칠석(七夕)날에 배우던 칠성(七星)과 삼칠성(七七七)이야기이며, 아이들은 그렇게 별을 세며 수(數)를 배웠고 땅에 태어난 별, 생별이야기는 아이, 생불(生佛) 신화를 만들어내었다. 그리하여 제주도의 칠성신앙은 여러 가지 문화계통을 이루며 여러 가지 칠성굿으로 큰 굿 속에 전승되어 왔다. 

이와 같이 칠성신앙은 문화 계통에 따라 북두칠원성군이라는 하늘칠성(天神, 별)과 시베리아 북방문화를 설명하기도 하며, 벼농사지역 도작문화(稻作文化)와 나주 금성산을 지키는 산신칠성(山神七星) 용(龍) 이야기로 전해오기도 한다. 그리고  남방의 해양문화와 사신칠성(蛇神七星) 뱀 이야기로 전승되는 칠성신화가 있는데 이 신화를 '칠성(蛇神)본풀이'라 한다. 

칠성본풀이 속에는 부군칠성이라는 뱀신(蛇神)의 이동경로와 칠성풍수를 설명해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렇게 완성된 칠성신화는 여러 가지 칠성굿으로 '제주큰굿' 속에 전승돼 왔는데, 단독제로 치러지는 칠성굿으로는 '북두칠성을 모시고 무병장수와 아이들의 건강을 비는 굿' 칠원성군제(칠성제)와 '뱀을 잘 모시지 않아 병을 얻었을 때 하는 굿'으로 칠성새남굿(칠성제)이 있으며, 큰굿 속의 작은 굿으로 하는 굿판의 부정을 정화하는 굿 제차 ‘제오상계’ 때, 큰 구렁이를 잡는 굿(大蛇除治굿) '용놀이'와 뱀신 토산리 본향당신을 놀리는 놀이굿 '아기놀림'과 '방울풂'이 있다. 

이와 같이 제주인의 칠성신앙은 하늘의 별 이야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별들이 지상에 내려와 많은 생명의 신으로 자리 잡아 인간을 지켜주는 칠성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칠성올레에 들어서서 만난 칠성은 어렸을 때 밤하늘에 별을 헤던 꿈의 세계였다. 

이제 생명의 굿판과 하늘에서 귀양 와 본향신이 된 별공주따님아기, 인간에게 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사신칠성과 칠일신들이 하나로 이어져 존재하는 칠성계를 그릴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은 별에서 빤짝이는 별, 살아있는 별(生佛), 지상의 생명으로서 아이(生佛)에까지 옮겨가면서, 칠성신은 장수수복의 신, 다산풍요의 신이며 동시에 뱀이나 용, 수신(水神)이나 해신(海神)으로 변형 발전하여 다양한 칠성의 세계를 완성하고 있다. 그리하여 북두칠성으로 상징이 되고 칠원성군이란 칠성신이로 신격화 된 하늘칠성은 지상에 내려와 생산의 풍요, 산육과 치병, 다산(多産) 불사(不死)의 칠성신(蛇神七星)으로 마을의 수호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2. 하늘칠성 북두칠성(北斗七星)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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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덕정의 입춘굿.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1) 칠성대(七星臺)  

제주 읍성에는 칠성대가 있다. 칠성대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땅에 새긴 우주의 조감도다. 제주의 큰굿을 할 때 보면, 올레에 큰대를 세워 하늘 길을 열고 집안에 당클_#1을 매어 두 개의 하늘 삼천천제석궁과 시왕당클, 그리고 땅의 2개의 당클, 문전본향당클과 마을영신당클 모두 집안 상방 사방에 네 개 당클을 매어 우주의 모형이 되는 소우주를 완성한다. 그와 같이 생각하면 칠성대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근거가 생길 것 같다. 고대의 하늘제(天祭)가 칠성제라면, 칠성제는 큰굿을 할 때, 집안에 가상으로 건설하는 우주의 모형과 같은 '당클'처럼 읍성 안 북두칠성 자리에 큰대처럼 칠성대를 세워 하늘 길을 열고 거기에 집안의 당클을 매듯 읍성의 중심, 관덕정에 임시로 칠성단을 마련하여 지내었던 고대의 하늘굿(天祭)이 아니었을까

큰굿(하늘굿) ― 큰대(=우주목) ― 집안 상방마루 ― 당클(우주의 모형 무대)
칠성제(天祭) ― 칠성대(별자리) ― 읍성 중앙(관덕정) ― 칠성단(우주를 복제한 신시(神市))

위의 가설을 세워보면, 고대의 천제 칠성제의 제단과 큰굿의 마당에 세우는  큰대처럼 우주목(宇宙木)으로 읍성 칠성별자리에 세웠던 칠성대를 통해 고대 탐라문화를 스케치하는 우주공학, 건축학, 신화학적 접근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상징이나 암유로 다가오며 너무도 재밌게 이야기하는 별 이야기로 칠성대 이야기를 해보자. 탐라지에 의하면 칠성대(七星臺)는 제주읍성 안 일도, 이도, 삼도 일곱 지점에 있었고 그 지점을 이으면 북두칠성의 국자모양의 별자리가 된다. 이곳은 읍성의 중심이다. 이는 고대 탐라국 고대국가의 중심이며 수도와 같다. 

제주의 큰굿의 초감제에서 우주의 배경을 설명하는 발생신화 ‘곱가르는 이야기’와 함께 천지혼합-천지개벽-동성개문으로 우주창조의 과정을 설명해 나가는 '천지왕본풀이'에서 별 이야기를 찾아 설명을 시작하면서, 별 이야기는 하늘칠성, 북두칠원성군 이야기가 되고 그러면 큰굿에서 하늘옥황 삼천천제석궁을 이야기하게 되고, 다시 하늘칠성은 땅의 칠성이야기로 이어지고 칠성신화는 변이형을 만들면서 산신칠성(龍), 사신칠성(蛇)이 되어 별은 용·뱀과 같은 다른 상징과 다른 계통의 칠성으로 확대 재생되어 많은 칠성신화를 만들어내었다. 

하늘에서는 청이슬이 내리고, 
땅으론 물이슬 솟아나, 떡징같이_#2 금이 생겨나, 
....
갑을동방(甲乙東方)은 견우성(牽牛星), 
경진서방(庚辰西方) 직녀성(織女星), 
병정남방(丙丁南方)은 노인성(老人星), 
임계북방(壬癸北方)은 태금성(太金星), 
삼태육성(三太六聖) 선후성별(先後星別) 별자리는 
칠원성군(七元星君)_#3님, 
북두칠성 태성군(太星君) 
원성군(元星君)은 직성군(直星君), 
무성군(繆星君)은 강성군(綱星君), 
기성군(紀星君)은 별성군(開星君) 도읍하니_#4
갑을동방으로 먼동이 뜨기 시작했다._#5

'천지왕본풀이'는 천지창조 과정을 말하는 창세신화로서 거기에 그려진 우주의 지도가 맨 처음 만들어진 우주의 설계도라 하겠다. 그리고 그곳에 나오는 별 이야기는 칠성의 천문학이며 동시에 고대의 도시계획서이다. 그러므로 하늘칠성, 별 이야기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칠성대를 통한 고대문화 복원에 관한 논의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므로 필자의 칠성신화의 소개와 개안은 새로운 칠성(七星) 연구의 한 방법임은 분명한 것 같다. 

필자가 상상의 날개를 펴고 과감하게 펼쳐보는 필자의 연구가 칠성신화연구의 출발이라면, 별들이 탄생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는 확대되어 생명의 탄생과 소멸, 밤과 낮의 주기 속에 끊임없이 생명의 태어나고 죽는 생명의 법칙을 만들어내며 나아가 생명신화를 만들어 내어, 천지왕본풀이 이외에도 '농경신이 된 별공주 이야기'로 '와산리 불돗당본풀이', '용강리 웃무드내 굴당본풀이'와 같은 '하늘 옥황의 별공주가 땅에 귀양와 마을의 본향당신이 되었다'는 신화가 만들어지고, 이 당본풀이의 당신(堂神)은 '아기를 점지해주는 삼싱할망(産育神)의 기능을 갖는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는 천지왕본풀이나 하늘칠성 별 이야기가 하늘옥황의 별공주가 귀양와 땅을 지키는 본향당신이 되었다는 신화가 되고, 땅의 신, 아이을 돌보는 산육신이며 농사를 돌보는 농경생산의 신의 기능을 갖게 된 새로운 신화가 형성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큰굿의 칠성신화는 다양한 형대로 존재한다. 그러면 제주의 칠성신화를 완성했던 제주사람들의 상상력의 기초는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하늘의 별 '많다'와 많은 별 중 하나 '나'의 관계를 관찰해가는 과정의 '수(數)의 철학'에서 생명신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2) 북두칠원성군은 하늘칠성(天神, 별)

하늘의 북쪽 끝에 북두칠성을 그리고 지상에는 시베리아 한류의 원류가 흐르는 북방문화 그 근원이 되는 바이칼 호수와 그 지역에 사는 이르쿠츠크 족이나 알타이 족 우리의 조상들이 춤추는 샤머니즘 굿판을 그려보는 것은 별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다른 내용이 아니다. 그것은 칠성의 천문학 칠성과학을 접어두고 초과학(超科學)이며, 주술적(呪術的)인 방법으로 북두칠성 풍수학을 생각해 본다. 왜냐면 북두칠성의 신, 칠성신인 칠원성군은 한류의 조상신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탐라문화의 계통이 시베리아 계절풍을 따라 흘러온 북방의 샤머니즘 문화와 구루시오 해양의 물길을 따라 흘러온 남방의 불교문화가 흡습 접합되고, 설문대할망이 창조한 땅 한라산에서 생활의 터전을 이루어왔던 모흥혈의 삼신인(三神人)의 자손들의 토착문화가 합쳐저 새로운 탐라문화를 이룩한 것이라면 북쪽 하늘에 국자모양의 별자리를 가진 별의 신 칠원성군(하늘七星)은 샤먼의 조상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탐라문화의 원류가 지금도 고대의 탐라문화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고대의 하늘굿 큰굿을 고스란히 전승하고 있으며 탐라의 문화는 큰굿을 통해 전승되고 있으니, 거기에는 북시베리아 북두칠성의 중심에서 문명을 일으킨 우리의 조상들, 알타이와 야쿠트 그리고 몽골의 북소리와 함께 우리 문화의 원류를 찾아가는 문화기행, 바이칼 호수와 몽고 고비사막 그리고 끝없이 말을 타고 길을 달려 이르는 곳, 고구려인의 싸움터 광활한 몽고벌판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말을 타고 간 곳, 그곳은 북두칠성의 나라다. 시간의 시작과 공간의 북쪽 끝 한류의 시원에서 만나는 밤하늘의 북두칠성은 칠성문화학의 시작이다. 북방의 시베리아 고대의 별의 나라를 조상의 나라로 가진 탐라 큰굿의 문화는 큰굿이 고대의 칠원성군제였다는 가설 속에 설정해 볼 수 있는  고대의 탐라국제 칠성제의 원형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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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관덕정.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3) 북두칠성 별자리를 새긴 칠성대
  
七星圖 在州城內石築有遺址 三姓初出分占三徒 倣北斗形築臺分據之 因名七星圖_#6
七星圖 在州城內 世傳三乙那開國時分占三徒倣北斗形而築之也 坮址至今秩然
一在鄕校田一在鄕後洞一在外前洞一在頭目洞 三俱在七星洞而在路右一在路左路右者一則入於日人之家墻夷爲平地 思美峯(뵈부른동산) 在州城內平圓而小突高丈許與觀德亭相對甲寅治道時夷爲平地_#7

고대의 제주읍성은 삼을나가 나라를 열던 그 시절 일도, 이도, 삼도의 북두칠성 자리를 새기듯 이루어진 계획도시였으며, 이렇게 완성된 도면을 부두칠성도(北斗七星圖)라 한다. 그리하여 그로부터 칠성신(七元星君)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며 탐라인들은 관덕정에 모여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교환하고 거기에서 축제도 열었다. 하늘에 제사하고 해촌 사람들은 해산물과 생선, 웃드르 사람들은 지들커(땔감), 사냥감, 약초를 한 짐 지고와 해산물, 농산물을 바꿔가는 물물교환(物物交換)을 통해 정치와 경제가 소통하는 축제가 관덕정에서 이루어졌으니, 이러한 풍경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 없이 1970년대까지만 해도 관덕정에 시장(市場)이 서고 가수가 내려와 관덕정 가설무대에서 위문공연을 하였던 것을 우리는 재밌게 구경하며 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니 신시(神市)가 섰던 관덕정은 현재도 칠성인문학과 신화학의 중심이 돼야한다. 그리스의 폴리스처럼 모든 시민이 모여 재판을 하는 직접민주주의, 신에게 제사하고 왕은 집정하고 시민은 물물교환이란 형태로 경제활동을 하는 동시 축제에 참여하여 ‘두 이레 열나흘’을 가무오신(歌舞娛神)하는 고대 탐라국의 국제 칠성제가 열리는 신시 관덕정을 그려본다.      

(4) 지상에 유배된 별 '하늘옥황 별공주 따님아기'

 인간세상을 탐한 옥황상제의 막내딸(별공주 따님아기)이 땅에 귀양을 와서  본향신이 되었고, 옥황상제의 일곱 번째 딸이라는 '별공주따님애기가 아기의 포태를 시켜주고 농사를 돌보는 칠일신 일뤠할망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눌미(臥山) 당오름 불돗당(佛道堂)'과 '봉개 용강동 웃무드네 궤당'의 본풀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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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산리 불돗당.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 와산 당오름 불돗당 본풀이

불돗당 한집님(와산 당신)은 옛날 옥황상제 막내딸 아기다. 부모 몸에서 열달 만에 탄생하니, 아버님 눈에 나고, 어머님 눈에 나서 진녹색 저고리에 연반물 치마, 백능(白綾)버선 나막 창신을 신고, 용얼래기로 긴 비단 머리 빗어 꽃댕기 머리를 하고 인간 땅에 내려 당오름 산상(山頂)에서 할머니가 중허리로 내려와 다시 앉아 천리 서서 만리를 보니 단풍구경도 좋았고 아래쪽 샘물도 맑았다. 할머니는 앉아서 정중하게 인간 자손들을 짚어 보았다. 어느 자손을 상단골로 삼을까 하여 짚어보니 저 '내생이(와산리 지명)', '묵은가름(마을이름)' 김향장 집 따님이 부모 몸에 탄생하여 결혼을 하고 출가를 했는데 사십 마흔이 다 넘어가도 대를 이을 아이가 없었더라. 

남전북답 넓은 밭도 있었고 유기전답과 마소가축도 많았으나 후세전손 할 아기 없어 탄식하고 있으니 할마님이 이를 상단골로 정하고 밤에 꿈에 현몽하여 말하기를, "야하, 너 김 향장집 따님아기야, 너는 부모 몸에 탄생하여 열다섯 십오세 넘어 출가를 했으나  마흔이 넘어가도 전손할 아기가 없어  탄식하고 있구나. 너 내일 아침 밝는대로 저 당오름 중허리엘 올라가 보아라. 거기에 석상(石像) 미륵(彌勒)이 있을 테니 올 때는 산 메를 찌고, 백돌래떡 백시루떡에  계란 안주, 미나리 채소, 청감주를 차려 와서  나에게 수룩(水陸齋: 아이 낳기를 비는 제)을 드리면, 석 달 열흘 백일이 되기 전에 무슨 소식이 있을 것이다”고 꿈에 현몽을 하니, 뒷날 아침 깨어나 꿈에 들은 대로 제물을 차려 저 당오름에 올라가 중허릴 돌다 보니, 거기엔 석상보살 은진미륵이 있었다. 

거기서 수룩재를 지내고 돌아오니 석달 열흘이 채 못되어 포태(姙娠)가 되었고 해산 일이 다가오니 고맙다는 수룩재나 올리려고 올라가는데 재물을 지고 당오름 올라서려니 앞동산은 높고, 뒷동산은 얕아서 네발 손으로 간신히 기어올라가 수룩을 드리고 내려오며, “아이고 할마님아 이만큼만 내려와서 ‘고장남밧’으로 가서 좌정했으면, 저도 오고 가기가 편안해서 좋았을 텐데, 할마님아, 올라오려니 앞동산은 높게 보이고 뒷동산은 얕게 보여, 간신히 기어 수룩을 드리고 갑니다”하고 내려왔는데 그날 밤에 벼락천둥이 치며 하늘과 땅이 맞붙게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할마님은 당오름서 ‘대통물(샘물명)’ 머리에 와서 마음 돌에 마음 싣고, 시름 돌에 시름 싣고 ‘고장남밧’으로 와 좌정하여 앉아 있었다. 뒷날 아침에 김 향장 집 따님 아기는 지난밤 일을 피라곡절(必有曲折)한 일이로구나 하여 가서 보니 할마님이 지금 당이 있는 자리에 와서 좌정하여 앉아 있었다. 

그로부터 김향장 집 따님은 상단골이 되었고 동수문밧(東小門外) 서수문밧(西小門外)으로 할마님 영력이 권위(權威) 나고 위품(位品) 나 가난한 자손도 아기 없어 탄식하다 성의성심껏 할마님 전에 와서 수룩을 드리고 가면 포태가 되고 귀한 집안 자손들도 할마님 전에 와서 원수룩을 드리고 가면 포태를 시켜 주었다. 옛날은 윗 한길(내륙의 큰 길)이 나 있어 말을 탄 양반들도 이리로 해서 정의 쪽으로 지나가려면 말을 하마(下馬)시켜야 여기를 넘어갈 수 있고 말을 하마시키지 않고 넘어가려면 말발을 둥둥 절게 하였다. 길가는 보부상들도 여길 넘어가려면, 청매실, 홍매실을 할마님전에 올리고 가지 않으면 장사를 망하게 하는 신이다. 한집님은 청명 꽃 삼월 열 사흗날, 제일을 받는다. 당굿을 하려면 저 ‘새통물머리(지명)’로 가서 삼석을 울리고, 동네 안으 동카름 안가름으로 웃동네로 해서 당기를 들고 걸궁을 하며 가름(동네)을 돌고 불돗당 한집님 전에 와 당굿을 하였다. 지금은 한집님전 축원원정 하게되면 전에는 양씨 댁에서 산신놀이 할 말을 맞춰 바쳤는데, 요즘은 제물은 이장 집에서 차리고 닭은 상단골 고씨 할머니(78세)가 여러 해 성의으로 내놓고 있다.

- 용강동 웃무드네 궤당 본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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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강리 궤당.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용강리 웃므드내 ‘궤당’은 내 한가운데 있는 바위굴로 옥황상제의 막내딸을 모시고 있는 본향당이다. 주위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큰 팽나무가 있고 경관이 수려하다. 하늘의 신이 인간 세계에 귀양을 와서 인간을 수호하는 본향당신이 된 경우는 제주시내 오등동이나 해안동의 대별왕 소별왕 당본풀이가 있다. '당본풀이'는 아래와 같다.

옛날 하늘 옥황에 막내딸, 별공주 따님아기가 살았다. 심심소일하던 중에 지상에 있는 제주 한라산에 내려오면 구경거리가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흘 먹을 양식을 짊어지고 혼자 내려온 이 처녀는 구경에 팔려 먹을 것이 떨어지는 줄도 몰랐다. 사흘이 지나 배가 고프니 눈은 흘깃흘깃 거려지고 목은 홍시리처럼  늘어지고 배는 등가죽에 달라붙었다. 허기져 앉아있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염치불구하고 
“까막아 까막아, 너 이제 내 부탁 좀 들어다오”, 
“뭣 말입니까”,
“배가 고프니 저 해변 내려가서 나락밭의 나락 한고고리만 해다다오”
하니

까마귀는 날아가 벼 한 꼭지를 까다가 아기씨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손바닥으로 그것을 부벼 까서 입에 물고서야 겨우 허기를 면한 따님 아기는 옥황으로 달려가서 아버님께 문안을 드렸다. 인간 냄새를 맡은 옥황상제는 “이년 괘씸한 념, 인간의 공한 쌀을 먹었더냐”하고 죽일 듯이 야단을 쳤다. 어머님 눈에도 난 옥황상제 막내딸아기는 세 살 때부터 입던 옷을 다 꾸리고 쫓겨나 다시 한라산에 내려왔다. 풍수 보는 지관처럼 좌우청룡을 살피며 좌정처를 찾아 내려오다 보니 '들오름→흙붉은오름→물장오리→큰가오리오름→샛두둥이오름→작은가오리오름→일뤠동산→여드레동산→명도암→형제봉'을 거쳐 건지동산에 다다랐다. 건지동산에서 방패건지를 하고 구실잣밤나무 아래 큰 굴속에 본향신으로 좌정하였다.

3. 산신(山神) 칠성 나주금성산신 천구아구대맹이 이야기

(1) 도작문화(稻作文化)와 나주금성산을 지키는 산신칠성(山神七星) 용(龍)
 
토산여드레할망, 토산여드레또, 토산서편한집, 동의할망이라 부르는  여드레할망을 모시는 여드렛당(八日堂) 신앙은 한반도 논농사 지역의 문화(稻作文化)와 곡물신(穀物神), 부신(富神)으로 모시는 뱀(蛇神) 신앙이 제주에 들어와 여드렛당 신앙권을 형성한 것이다. 나주금성산을 지키는 곡물수호신 ‘천구아구대멩 이’란 뱀신은 진상선을 타고 왕래하던 도중의 이야기에서는 풍우신(風雨神)-무역신(貿易神)의 성격을 지닌 농경신이다. 입도 후에 이 사신은 미식(米食)의 농경신으로 신의 기능과 역할이 변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미모의 여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드레할망이 토산리에 좌정하자, 어느 누구도 신으로 대접해 주는 이가 없었다. 신은 화가 났다. 여드레할망은 바람을 일으켜 왜선을 난파시키고, 왜구로 하여금 토산리의 처녀, 오씨 아미_#8를 왜구에게 강간당해 죽게 하고, 이 처녀의 원령이 강씨 아미, 한씨 아미에게 빙의(憑依)하여 병들게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여드레할망은 재앙신(災殃神)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비로소 토산알당 본향당신으로 모셔지게 되었다.

토산 여드레할망 신앙은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전승된다. 딸은 시집갈 때 이 신을 모시고 간다. 이 여신은 잘 모시면,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고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지만, 잘 모시지 않으면 그 원한은 ‘방울’로 맺혀 병을 일으킨다. 방울은 나주 금성산의 화신인 사신의 노여움이며, 이 사신의 노여움 때문에 토산리 강씨 처녀가 순결을 잃고 겁탈 당해 ‘처녀 원령의 한’으로 맺히는 것이다. 굿을 하여 방울을 풀어야 병이 낫는다. 

때문에 토산리의 뱀신은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고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두려움과 병을 주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온 폐단이 있었다. 제주 사람들은 뱀을 집안과 마을을 수호해 주는 토지신,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신이라 믿는다. 그러나 뱀신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의 여자’와 결혼하면 뱀이 따라간다 하여 결혼을 꺼리는 풍속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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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산리 여드렛당.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각주
#1 
굿할 때 집안의 중심이 되는 마루의 상단에 고위(高位)의 신(神)을 모시기 위한 신의 자리, 제붕(祭棚).

#2
떡징은 시루떡 찔 때 소를 넣어 뗄 수 있게 한 층계.

#3
북두칠성

#4
북두칠원성군은 대성군(北斗大聖貪狼星君), 원성군(北斗元聖巨門星君), 직성군(北斗直聖祿存星君), 무성군(北斗繆聖文曲星君), 강성군(北斗綱聖廉貞星君), 기성군(北斗紀聖武曲星君), 개성군(北斗開聖破軍星君) 이다.

#5
문무병 외, 《한국의 굿, 민속원, 326쪽에 의하면,  <초감제>의 베포도업은 ‘천지혼합(暗黑)→천지개벽(開闢)’의 과정을 심방은 ‘곱가르는 춤’ 으로 엄숙하게 진행해 나간다. 

#6
이원진 저, 《耽羅志》, 제주대학탐라문화연구소, 107쪽.

#7
김석익 저, 《心齋集》 破閒錄 上, 307쪽.,

#8
‘처녀’를 뜻하는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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