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시댁 작은 아버지의 묘를 찾아서

"1분간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가슴 뭉클한 적이 있습니까?"

6월 6일 오전 10시, 북제주군 조천면 함덕리 어느 야산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묘소 앞에 앉아 있던 가족들은 일제히 묵념을 올립니다. 바람결에 타고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는 시골의 야산까지 울려 퍼집니다. 마치 진혼곡처럼 들려옵니다.

▲ 북제주군 야산에 있는 시신없는 무덤. ⓒ 김강임
시골 야산에는 시신 없는 무덤이 하나 있습니다. 6.25때 전사하신 순국선열의 묘입니다. 겉보기에는 여느 다른 묘소와 똑같아 보이지만, 그 묘소는 아주 특별합니다. 무덤 속에 들어 있어야 할 시신이 묻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댁 작은 아버님께서는 6.25때 전사하셨습니다. 물론 사신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가족들에게 안겨진 것은 전사 통지서 한 장. 그 전사 통지서 한 장은 가족들의 가슴에 한이 되었습니다.

작은 아버지의 유품을 보관하고 계시던 큰 아버지께서는 작은 아버지의 묘소를 만들었습니다. 후손들에게 그 분의 뜻을 기리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올해도 시골 야산에는 가족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돌담으로 쌓아올린 경계선 안에는 동그랗게 무덤이 솟아 있습니다. 6월의 싱그러움이 무덤에 내려앉아 있습니다. 가족들은 손을 모아 풀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큰댁의 장손께서는 무덤 앞에서 살아생전 작은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비록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생전의 작은아버지 모습을 떠 올려 보는 순간입니다.

올해도 시골 야산에는 6월의 바람을 타고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무덤 앞에서 듣는 사이렌 소리가 가슴에 맺혀 옵니다. 마치 전장에서 소리 없이 쓰러져간 전사의 흐느낌 같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없이 묵념을 올려 봤습니다. 물론 위기에 처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희생과 감사의 묵념이었지요. 그러나 해마다 시신 없는 무덤 앞에서 올리는 묵념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 옵니다. 1분간의 고개 숙임이 이처럼 구구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우리 가족의 상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먼저 가신 시댁 어르신의 뜨거운 피가 내 가슴에 흘러내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 51주년 현충일을 맞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삼가 호국영령들의 희생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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