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구원·영주어문학회, 제주도 전설 관련 학술대회...체계적인 전승 작업 강조

제주대, 제주연구원, 영주어문학회는 13일 오후 2시 30분부터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학술대회 ‘제주도 전설의 특성과 활용 방안’을 개최했다.

행사는 주제 발표와 지정 토론으로 나눠 진행됐다. ▲제주도 풍수설화의 특성화 지역성 탐색(이현정 제주학연구소 연구원) ▲제주 여성장사설화의 전승양상(송정희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제주지부장) ▲제주도 도깨비담의 특징(김선희 제주대 강사) ▲제주도 전설의 교육 활용 방안(김은정 제주연구원 위촉연구원)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고은영 제주서중 교사, 김진숙 제주학연구소 연구원, 김승연 제주학연구소 연구원, 한진오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이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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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제주연구원, 영주어문학회는 13일 학술대회 ‘제주도 전설의 특성과 활용 방안’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제주 설화를 소중한 문화 자원으로 평가하면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미래 세대에 남겨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이현정 연구원은 제주의 풍수설화들이 어떤 유형으로 나뉘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남국의 전설》(1959), 《제주도 전설》(1996), 《증편 한국구비문학대계》(2014) 등 1950년대부터 2010년 이후까지 나온 문헌 14편을 바탕으로 설화 180편을 추려냈다. 

설화는 명당의 지기(地氣)와 그 발현 양상이 서사 안에 담긴 ‘명당발복담’ 유형이 36.2%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그 뒤로는 명당의 운용(運用)에 대한 서사인 ‘명당운용담’(25.6%), 서사 안에서 풍수의 수용자가 명당을 획득하게 된 경위를 설화가 담고 있는 ‘명당획득담’(19.9%), 이름난 풍수사의 이야기인 ‘명풍담’(17.6%), 기타(0.7%) 순이었다. 명당발복담의 대표적인 사례는 <조상묘 잘써서 성공한 이야기>, <산방산 금장지> 등이다.

이 연구원은 “육지부는 인위적인 풍수 형성의 맥락을 담은 비보형 설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제주는 자연발생적인 지형이나 지물 자체를 이미 비보로 인식하는 각 편이 남아있어 소중하다”며 “인간의 본능과 소망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표출할 수 있었던 순수함,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터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의 발현 등이 이 안에 스며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제주의 풍수설화를 연구하는 다른 방향은 제주 사회의 변화를 담아낸 전승 양상의 측면과 전승돼 온 풍수설화를 대하는 현재의 태도가 될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지역별·세대별로 이러한 설화를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제보자를 찾아, 그것을 채록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위촉연구원 역시 제주 설화를 조속히 전승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김 연구원은 아동, 청소년을 위한 지역 전설 교육 계획안을 발표했다. 제주시 애월읍 지역 전설을 기반으로 한 이 계획안은 지난해 ‘제주 스토리랩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지역의 전설 중에는 중앙 중심, 지배층 중심으로 이뤄진 기록된 역사에서 소외돼 공식적인 역사자료에는 남지 않은 특이한 지방의 역사나 마을의 살아있는 역사를 내포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러한 사실은 전설이 구비문화자료로서 중요한 역사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이야기 안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가치를 품고 있는 소중한 자원이 있다. 이 자원을 우리는 보존해야 하고 그 가치를 후손에게 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송정희 지부장은 “<오누이 힘겨루기>, <부부갈등>, <들음돌 들기>, <힘 뽐내기> 등 제주도 여성장사설화의 종합적인 특징은 제주 여성의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긍정적인 삶을 표방하는 모습을 보이며,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다는 합리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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