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귀포시 강정마을 서귀포 크루즈터미널 방파제 입구에 건축 폐자재가 쌓여있다. 당초 7월1일 개장 예정이었지만 크루즈선 입항이 취소되면서 지금도 공사가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 300억 방파제-500억 터미널 아직 공사중...7월 입항 계획 모두 취소 ‘불행중 다행?’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서귀포시 강정마을 포구 쪽으로 향하자 왕복 4차선 도로에 진입금지 안내판이 내걸려 있었다. 

옛 포구 진입로를 따라 바다쪽으로 향하자 대형 건축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해군의 협조를 얻어 해군기지 동방파제로 들어서자 철조망 사이로 각종 건축 폐자재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우측에서는 비가림 시설과 함께 1.2km의 무빙워크(Moving Walk), 전기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무빙워크 65억원과 승강시설 27억원 등 300억원이 들어가는 방파제 시설공사다.

당장 내일(1일) 개장을 목표로 했지만 우회도로는 막혔고 방파제에는 공사차량이 쉴새없이 오갔다. 534억원이 들어가는 크루즈터미널 공사는 공정률 53%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수백원이 투입된 서귀포시 강정항 크루즈터미널(서귀포 크루즈터미널) 개장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잇따른 크루즈선 입항 취소로 국제적 망신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공사지연에 중국발 관광객 유치난까지 더해지면서 제주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동쪽에 위치한 서귀포 크루즈터미널과 방파제 모습. 크루즈선이 서남 방파제에 접안하면 관광객들이 화살표 방향의 무빙워크를 따라 크루즈 터미널로 이동하게 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군기지 앞에 조성중인 우회도로. 크루즈 승객이 이용하는 전세버스가 이용할 도로지만 지금껏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계획대로라면 중국 상하이를 출발한 미국 로얄캐리비안크루즈 소속 14만t급 크루즈선 마리너호(Mariner of the Seas)가 내일 오후 2시 강정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해야 한다.

올초만 해도 제주도에 강정항 입항 의사(7.1~12.31)를 밝힌 크루즈선은 전세계 13개 선사에서 180차례나 됐다. 예상되는 크루즈 관광객만 50만명 안팎이었다.

크루즈터미널 공사는 2014년 6월 착공 당시 2016년 6월까지 공사를 끝내려고 했지만 주민의견 반영과정에서 준공일이 1년 더 미루졌다.

이후 2017년 12월말까지 공사를 끝내려고 했지만 최종 2018년 3월로 준공일이 다시 늦춰졌다. 제주도는 약속된 크루즈 관광객을 받기 위해 방파제에 비가림 시설까지 만들어 임시 개항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출입국 심사대 20대를 방파제에 임시로 설치해 육상에서 세관·출입국심사·검역(CIQ)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마저 세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일정기간 선상검사로 방향을 틀었다.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사드 보복이 본격화하면서 입항 취소가 이어졌다. 7월1일 첫 크루즈선은 물론 7월 한달간 예정된 32편 모두 입항 불가 의사를 밝혀 왔다.

제주도는 시설 준비 등을 이유로 각 선사에 입항 한달 전 운항 여부를 미리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그 결과 6월27일 현재 입항 크루즈선은 연초 180편에서 135편으로 33%나 줄었다.

▲제주해군기지 서남방파제에 설치된 비가림 시설. 이곳 1.2km 구간에 무빙워크가 설치되고 있다. 7월4일 마지막 무빙워크 설비가 들어오면 7월중 공사가 마무리 될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군기지 앞에 조성중인 우회도로. 크루즈 승객을 위한 전세버스가 이용할 도로지만 지금껏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아수카Ⅱ(ASUKAⅡ)호와 MSC 리리카(LIRICA)호, 실버쉐도우(SILVER SHADOW)호, 스카이씨 골든에러(SKYSEA GOLDEN ERA)호 등 크루즈선 4척은 운항 일정을 모두 포기했다.

이마저 중간 집계여서 사드 보복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선사의 운항취소는 불가피해진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 크루즈시장 다변화를 통한 관광객 유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드 보복에 맞서 항공사들은 중국노선 항공기를 일본과 동남아로 대체 투입해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크루즈선은 국내 선사가 없어 다른 선사 유치 외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예정대로 7월1일 크루즈선이 입항해도 시설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관광객 불편은 피할 수 없다. 무빙워크가 완공되지 않으면서 승객들은 1.2km 구간을 걸어서 이동해야 할 처지다.

방파제를 빠져나오더라도 크루즈터미널이 마련되지 않아 면세점 등 편의시설 이용도 불가능하다. 인도장 설치는 가능하지만 이마저 임시 컨테이너나 천막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관광지로 이동도 쉽지 않다. 우회도로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전세버스 수십여대는 마을 안길을 이용해야 한다. 토지수용 민원으로 공사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 서남방파제에 설치된 비가림 시설. 이곳 1.2km 구간에 무빙워크가 설치되고 있다. 7월4일 마지막 무빙워크 설비가 들어오면 7월중 공사가 마무리 될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제주해군기지 옆 강정포구에 조성중인 서귀포 크루즈터미널. 공사가 지연되면서 준공시점은 올해 7월에서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총 공사비는 534억원. 현재 공정률은 53%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크루즈터미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사 지연으로 준공은 내년 3월로 늦춰졌다. 이후 CIQ 장비 설치와 관련 기관 입주를 거치면 정식개장은 5~6월에야 가능하다.

운영주체도 불확실하다. 당초 제주도는 제주해운항만물류공사를 7월까지 설립해 서귀포 크루즈터미널 운영을 맡기기로 했지만, 사드 여파로 공사 설립을 추후 재논의 하기로 했다.

결국 제주도는 한국해운조합과 ‘제주항 국제 및 연안여객터미널 관리 위·수탁 변경 계약’을 체결하고 서귀포 크루즈터미널 시설 관리를 위탁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크루즈선이 오가는 방파제 안쪽의 제한보호구역에 대한 군사시설 보호구지역도 확정되지 않았다. 해군은 내부 수역 전체, 제주도는 크루즈선 선회장 제외를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크루즈 선사측에 입항 문의를 하고 있지만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예정된 8월 이후 운항도 예정대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크루즈터미널 공사가 미뤄졌지만 부산과 인천항도 터미널 없이 입항한 사례가 있다”며 “방파제 시설은 7월까지 공사가 끝나 8월이후 입항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