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또 비가 옵니다

자유는 제 화두입니다.
마음의 자유, 육신의 자유.
자유와 방종의 갈림길에서 때론 심각하게 헛갈릴 때가 있습니다.
자유라 생각했는데, 분명히 저는 자유라 생각했는데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방종일수도 있다는 것을 요즘 깨닫습니다.

5월 1일 제주도 순례 8일째는 제주시청에서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만나 얘기하는 것이 지금 탁발 순례에서는 걷는 것과 비슷하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제 오후, 천도재를 지내고 대정부근까지 걷고 차량을 이용해 제주시로 이동했습니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에 도법스님의 제주시청 강연이 잡혔기 때문이지요.

제주시에서 나오신 분들의 안내로 탑동에서 맛난 전복죽으로 아침공양을 하고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무원들이 나와있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의 강연이었지만 도법스님은 여느 때보다 훨씬 힘있게 생명평화에 대해서 또 탁발순례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가르치려고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 바라는 몇 가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함을 먼저 밝히셨습니다.

평화의 섬이 되려는 제주도가 개발논리에 의해 망가져 가는 것이 마음 아프고, 한경면을 지나며 온전하게 농·어촌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잘 보전하고 바람직하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하셨습니다.

생명평화탁발순례 유인물과 등불 회원가입서를 나눠드렸는데 여러분들이 동참해주셨습니다.

▲ 도법스님의 제주시청 강연.
강연이 끝나고 다시 어제 멈추었던 곳으로 왔습니다. 오후 순례를 시작하기 전에 추사적거지를 돌아봤습니다. 제주도의 전통가옥에 대한 설명도 듣고, 또 육지와는 사뭇 다른 생활방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순례를 시작할 무렵부터는 바람과 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길가에는 풀들이 바람과 비 때문에 흐트러져 있고, 제주도는 그나마 도로 여건이 좋다고 하지만 역시나 여기저기 공사중인 곳이 많았습니다. 안덕-대정간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을 비바람 속에 걷다보니 훨씬 더 위험합니다. 다행히도 통행량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위태롭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일정은 이 정도에서 끝내면 어떨까 싶은데 도법스님은 며칠 전보다는 낫다고 그러십니다. 잠시 휴식 시간에 다리를 주무르는 수경스님도 영 힘들어 보입니다.

육지와 다른 날씨에 적응하느라 기록을 맡고 있는 민정씨 컨디션도 별로인 듯 합니다.

기우제라도 지내 천지신명께 날씨 탁발도 받아야 할 모양입니다.

길에서 지내는 이들에게는 날씨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조금씩 비가 거세어지고 오후 일정이 끝났습니다.

오늘은 제주참여환경연대 회원이신 이자후님께서 숙소를 탁발해주셨습니다. 사모님께서 해주신 맛있고 따뜻한 저녁으로 몸과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저녁식사 후 군사항 개발과 화력발전소 등 안덕 지역의 문제를 가지고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어느 곳을 가든 지역주민들의 삶과 정부 정책들은 밀접하고 첨예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개발인지….

안방과 건너 방 할 것 없이 집 전체를 순례단에게 내어주고 이자후님 부부와 이쁜 따님은 다음날 아침에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뿌듯하다면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요?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도법스님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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