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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성당에 자리잡은 6월항쟁 기념 표석. 그 뒤로 30년 전 단식 미사 등이 열렀던 제주교구청이 보인다.
30년 전 민주화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그날을 기억하는 기념 표석이 제주에 설치됐다. 특히 제주에서 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끌었던 당사자들이 직접 제막식에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27일 오후 7시부터 천주교제주교구 주교좌본당 중앙성당에서 ‘87년 제주 6월민주항쟁 30주년 기념미사 및 표석 제막식’이 열렸다.

기념미사는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7년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제주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한 양영수 총대리신부가 집전했다.

이날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도 현장에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제막식을 준비했다. 위 의원도 87년 당시 제주에서 민주항쟁을 이끌었던 대학생 중 한 명이다.

위 의원은 “87년 당시 제주대학교 1학년이었다. 기념표석이 들어서는 이 자리에서 밤새 농성하며, 농민가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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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부터 6월항쟁 기념미사를 집전하는 양영수 총대리신부와 문창우 주교, 임문철 신부.
기념미사를 집전한 양 신부는 “30년 전 제주교구청에서 단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민주화가 됐다. 최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구상권 문제로 총리실에 전화한 적이 있다. 총리실 직원은 ‘구상권 철회가 어렵다’고 답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무원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나마 최근 청와대 비서관들과 만남 자리에서 ‘청와대가 구상권 문제를 떠안겠다’고 답했다. 기대한다”며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 사회가 완전히 변하지 않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 신부는 6월항쟁 기념 표석에 정성스레 성수를 뿌리며, 미사를 마무리했다.

기념표석은 중앙성당과 가톨릭회관 사이에 자리 잡았다. 가로 110cm, 세로 65~70cm의 제주 현무암 자연석으로, 김남홍 작가가 제작했다.

미사가 끝난 뒤 이어진 87년 제주지역 민주항쟁 투쟁일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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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수 신부가 6월항쟁 기념 표석에 성수를 뿌리고 있다.
전두환 정권의 ‘4.13호헌조치’
5.18광주학살 사진전
가톨릭회관에서의 단식기도 농성
제주지역 대학생들의 시위 가세
시국선언문 발표
이한열 열사의 사망
김윤삼씨의 실명
대통령 직선제 도입 등.

당초 표석이 세워질 후보지는 총 6곳이었다.

제주지역 6월항쟁 발원지인 옛 제주시 종합시장과 시국대회가 열렸던 중앙로 외환은행 앞, 서귀포지역 6월항쟁 발원지인 서귀포 천주교복자성당, 제주대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진출했던 제주대 정문, 김윤삼씨가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실명한 옛 연동교회 앞.

건립추진위는 제주지역 6월 항쟁의 최후의 보루와 같았던 중앙성당을 표석 제막 장소로 결정했다.

박성용 제주 6월항쟁 기념표석 건립 추진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민주화를 위해 함께했던 고 김영란·오근수·정공철 동지와 함께할 수 없어 슬프다.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가 아직 낯설지만, 치열했던 그날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87년 당시 ‘천주교제주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장'을 역임했다.

6월항쟁 당시 결성된 '민주사회를 위한 제주대 교수협의회'의 시국선언문 ‘민주화의 대열에 동참하며’를 발표했던 고창훈 전 제주대 교수도 이날 제막식을 찾아 “30년 전을 기억하는 의미있는 날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87년 역사가 계속 간직돼 사회가 진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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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 제주대학교 가톨릭학생회장으로 6월 항쟁에 함께했던 제주출신 최초 문창우 주교.
제주출신으로 처음 천주교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에 임명된 문창우 주교는 “30년이 흘렀다. 사회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사회 구석구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30년 전 꿈과 열정을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문 주교도 6월 항쟁 당시 제주대학교 가톨릭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에 함께했다. 위성곤 의원이 문 주교가 회장을 맡을 당시 가톨릭학생회 회원이었다.

표석을 덮고 있던 흰 천을 걷어낸 뒤 6월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제주본부 공동대표였던 임문철 신부가 기념표석을 직접 낭독했다. 

제막식이 모두 끝난 뒤 중앙성당에는 민중가요 '광야에서'가 울려 퍼졌다. 

제막식은 87년 제주 6월민주항쟁 30주년기념표석 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5.18기념재단,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천주교제주교구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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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항쟁 기념 표석을 덮었던 흰 천을 걷어내는 문창우 주교, 양영수 총대리신부, 고창훈 교수, 임문철 신부, 박성룡 추진위원장(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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