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말 방목, 경고문-시건장치 무용지물...안전사고 우려에 관리소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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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제주시 한천 제1저류지.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여진 펜스 너머로 말들의 모습이 보인다. ⓒ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집중호우 시 하천 범람을 막기위한 홍수예방시설인 저류지가 가축들의 방목지로 전락하고 있다. 가축 무단 출입은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현행법 위반으로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2일 오후 찾은 제주시 오등동 한천 제1저류지. 기자를 반긴 건 다름 아닌 말(馬)이었다. 저류지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펜스 너머로 말 3마리가 물통 안의 물을 마시며 입구 인근을 거닐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무단 출입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어 관리자 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저류지 안으로 통하는 입구는 닫혀있긴 했으나 빗장을 밀면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잠금장치는 없었다.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화북천 제1저류지도 마찬가지였다. 저류지로 통하는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말 또는 소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설물들이 저류지 안에 널려있었다.

저류지 내 가축을 사육하거나 방목하는 행위는 하천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사고, 하천 오염은 물론 자칫 기능을 저해할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가축 소유주들은 저류지 바닥에서 자라는 풀들을 먹이기 위해 무단 출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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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제주시 한천 제1저류지.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여진 펜스 너머로 말들의 모습이 보인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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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제주시 화북천 저류지 입구.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쉽게 문을 열 수 있다. ⓒ 제주의소리

1년에 2~3 차례 저류지 내 예초작업을 진행하지만 여전히 일부 저류지는 ‘풀을 먹이기에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5월 화북천 저류지를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진 말 소유주를 찾아내 계고를 하기도 했다.

당국은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제주지역 저류지 13곳에 대한 일괄 점검을 벌여 일부 시설물을 보강하고 입구에 다이얼로 된 자물쇠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모든 저류지에 시건장치를 했지만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잘라낸 것으로 추정하지만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축산부서의 협조를 얻어 저류지 인근 가축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계도와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저류지 관리 부실 문제는 작년 10월 태풍 차바가 제주를 관통할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한천 저류지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하류 지역이 범람해 도심 일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지난 1월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당시 제주시가 관리소홀로 한천 저류지 내 사방댐과 스크린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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