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남발 보험사에 역소송 3년여만에 값진 승리…"위자료 지급하라"

3년여를 끌어온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

자동차 보험사의 소송 남용에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평범한 한 시민과, 네티즌들이 힘을 합쳐 맞선 결과 보험사로부터 위자료 지급 판결을 얻어냈다.

거대 보험사로부터 구상권 소송을 당해 수년동안 말로 표현할수 없는 고통을 당한 시민이 보험사를 상대로 역소송을 제기해 승리를 거둔 것이다.

바위와도 같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긴 주인공은 이충남씨(38·제주시 일도1동).

사건은 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6년 10월 서부관광도로상에서 덤프트럭과 관광버스가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두 차량의 충돌사고를 보고 급제동한 이씨의 다마스차량은 버스를 들이받게 된다.

당시 보험사 D사는 트럭을 과실을 인정, 버스 승객 치료비와 배상금 등을 지급했다. 이씨 역시 버스 회사와 80만원에 합의한 뒤 검찰에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씨는 그후 4년여동안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나 2001년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해 2월 이씨 집으로 D보험사가 보낸 구상금 청구서가 날아들었고 3월에는 이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까지 제기됐다.

보험사는 "이씨의 추돌사고가 탑승객에게 피해를 줬다"며 사고 배상금의 50%인 4600여만원을 이씨가 부담해야 한다"며 이씨의 주택과 자동차, 월급 등을 가압류했다.

이 때부터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씨 가족과 D보험사와의 지리한 싸움이 시작됐다.

1,2심을 합쳐 1년여동안 진행된 소송에서 재판부는 "이씨 차량의 추돌사고가 가벼워 그 충격을 버스 탑승자가 거의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이씨가 피해자들의 후송을 도운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씨를 손을 들어줬다.

이씨 가족의 사연은 교통사고 법률상담 사이트(www.susulaw.com)에 알려졌고, 보험사 횡포에 분노한 전국 각지의 교통사고 관련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씨는 당시 보험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려 했으나 "지금까지 보험사를 상대로 역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없으며 승산도 희박하다"는 변호사 만류에 소 취하를 검토했으나 '재준이(이씨 장남·8)네를 돕자'는 운동이 홈페이지상에서 벌어지면서 100여명의 네티즌이 십시일반 도와 한달만에 소송비용을 마련, 골리앗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 씨는 2002년 9월 서울지법에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보험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소송을 걸어 주택과 자동차, 월급까지 가압류 당하고, 1년여동안 재판에 시달리게 하는 등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혔다"며 4600여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제주지역 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켜 일간지들이 사건 전개 과정을 쫓아 계속적으로 보도를 내보냈다.

그리고 2년가까이 흘렀고 결국 싸움은 이씨의 승리로 결말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장세영 판사는 6일 "월급외에 별다른 소득원 없이 5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던 이씨는 월평균 소득 200여만원중 절반을 보험사에 가압류되는 바람에 상당한 경제적 압박과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며 "보험사는 가압류에 따른 위자료 200만원 등 모두 24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보험사가 소송을 남용했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선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싸움은 결코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은 골리앗에 대항, '모래알'들이 뭉쳐 일궈낸 승리였지만 그동안 이씨 가족이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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