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12) 대전 유성구 청년고리의 도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론으로 도시재생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주의소리>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지속적인 지역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만났다. 일본의 사례에 이어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는 서울 성수동, 천안, 대전 유성구를 찾아 건강한 제주지역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아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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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충남대와 KAIST 캠퍼스 중간. 궁동으로 불리는 이 곳은 멀지 않은 거리에 대학이 두 곳이나 있음에도 양쪽 상권에 끼어있는 애매한 위치 때문에 활기가 떨어졌던 곳이었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14년. 몇몇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모여들었고, 지역 속에서 청년들의 생존과 혁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플랫폼인 ‘청년고리’가 탄생했다. 이들이 궁동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낙후된 상권으로 인한 낮은 임대료 덕이었다.

최초의 문제의식은 신뢰에 기반한 경제적 공동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청년들 스스로가 지역 기반 사회안전망을 만들어내자는 취지도 있었다.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이벤트들을 진행했다. 가볍게 밥을 먹는 일부터 청년문제에 대한 콘퍼런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지역 청년들의 노동, 주거, 인간관계, 시사점 등을 입체적으로 다룬 대전청년보고서를 펴내는 등 연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코워킹스페이스(협업공간)인 벌집과 셰어하우스인 꿈꿀통이라는 두 개의 공간이 거점이 됐다.

시민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벌집은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다양한 작당이 이뤄지는 곳이다. 핵심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 지역을 살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창업된 곳만 현재 14곳이다.

꿈꿀통은 청년을 위한 사회주택을 지향하는 커뮤니티로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값싸게, 쾌적하게, 계약이 자유롭게’라는 방향성이 핵심이다. 공동체에 기반한 비영리조직이 토지를 소유하면서 그 공간을 지속가능하게 유지시켜주는 공동체토지신탁(CLT)을 위한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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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고리의 거점인 코워킹스페이스 '벌집'. ⓒ 제주의소리

관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카페, 셰어하우스, 공유공간의 적정 수익을 통해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데도 성공했다.

지역재생과 청년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당국과 도전의 기반이 필요로 했던 청년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 고용노동부, 유성구청과 함께 진행했던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지원 사업인 비스타트업(Bee start-up)이 대표적이다. 궁동 일대의 창업자들과 소통하며 협업과 멘토링을 진행했고 심사를 거친 4팀에게는 창업지원금도 제공됐다.

청년고리 멤버인 김정우(22)씨는 “실제 이 지역에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고 이 곳에 있던 기성세대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저를 비롯해 청년들이 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다보니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유성구를 넘어 대전시, 충청남도, 국토교통부까지 청년고리의 사례를 건강한 도시재생 모델로 주목하게 된 이유다.

이들은 이제 ‘윙윙’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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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고리 멤버인 22살 김정우씨. ⓒ 제주의소리

청년들끼리만 뭉치는 게 아니라 ‘지역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기성세대, 기존 상권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업이 없으면 한계가 분명하다는 생각에서다. 또 청년들이 단순한 사회적약자가 아닌 정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김정우씨는 “모든 지역사회나 기성세대는 청년들을 필요로 한다. ‘같이 할 청년들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청년과 이들을 연결시켜 줄 채널이 끊겼다는 의미”라며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공통점은 ‘지역’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통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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