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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애현 씨가 자신의 첫 번째 수필집 《따뜻한 소실점》(수필과비평사)을 최근 발간했다. 책에는 이 씨가 정성들여 쓴 수필 46편이 실려 있다.

저자의 글에서는 잔잔한 여운이 묻어난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미소짓게하는 육아일기나 진천 연곡리 사찰에서 고즈넉한 기운을 몸소 느끼는 여행기, 학창시절 은사님과의 인연 등 여러 가지 일상을 글로서 풀어낼 때 특유의 감성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어느 날 불현 듯이 찾아오는 남편, 친정어머님과의 이별 기억이나, 과거의 인연을 정리하는 이야기에서는 읽는 이에게 깊은 애잔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내 모든 감정을 통하여 갈무리되었던 그대에 대한 감정을 삭제 중…. 이어 잠시 깜빡거리던 모래시계는 사라졌다. 총총히 멀어지던 뒷모습과 함께 굉음을 내는 비행기가 하늘과 맞닿으며 사라지는 동안 되새김하다가 만 추억 한 조각이 울컥, 목울대를 적신다. 뜨겁다.” - <따뜻한 소실점> 중에서

“어머니의 얼굴 가득 넘치는 함박웃음에 사진 속 이 빠진 자리의 헐렁한 잇몸도 덩달아 웃음꽃이 만발하다. 시간의 뒤안길에서 웃던 내 웃음자리 위로 마음은 온통 시려 오고 사진 속에 담지 못한 기억 속의 흩어진 영상들을 주워 되감아 보았다. … 마음 읽은 가을볕도 하마 미안한 마음에 사진 속 어머니의 등 뒤로 미끄러지고 있다.” - <사진 한 장> 중에서

책 발문을 쓴 김길웅 문학평론가는 신참 작가의 글에 대해 “흔치 않게 수필이 인간학임을 인식하는 작가라는 차별성에서 바라본다”고 호평했다. 표현 하나 소홀하거나 허투루 함이 없이, 차별성을 지닌 글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을 높이 인정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단순한 반복의 연속인 것들이 일상에서 글을 쓰게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와의 대화다. ‘말이나 글이 내 안에 있을 때는 나의 통제를 받지만, 내 몸을 통하여 해체되었을 때 그것들에 의해 내가 통제 받게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오래도록 이 말이 문득, 비수처럼 예리하게 내밀함 속으로 들어온다. 엮어서 낸다. 꽃이 핀 자리 오늘 내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싶다”고 개성있는 소감을 밝혔다.

2011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 씨는 제주수필문학회, 동인 脈, 전국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덤으로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미술협회장을 역임한 김현숙 미술작가의 완숙한 붉은 색 꽃 그림이 책 표지로 사용돼 눈길을 끈다.

수필과비평사, 27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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