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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주교가 17일째 단식중인 김경배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에게 건강 상태를 묻고 있다.

강우일 주교 "긴 싸움...단식 그만해야" 권유에 단식 17일째 김경배 "계속 할 것"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교구장(주교)이 “제주에 새로운 공항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오름도 환경오염 등 문제로 휴식기를 갖는데, 제2공항 건설은 양적 성장만 생각한 사업 같다”며 제주 제2공항 추진 과정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강 주교가 “(제2공항 반대) 싸움이 길어질 수 있다.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오랜 단식 등으로 지쳐가는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반대위) 관계자들을 달래자 몇몇은 눈물을 훔쳤다.

지난 10일부터 17일째 단식중인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김경배 부위원장 등 관계자 5명이 26일 오후 4시 강우일 주교와 만났다.   

오랜 단식으로 야윈 김 부위원장은 “힘든 싸움을 진행하는 이유는 하나다. 제2공항 용역에는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강 주교는 “막무가내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답답하다. 제2공항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는 원희룡 도정이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정권이 바뀌니 도정이 강행하는 모습이다. 제2공항 예정지 주변마을 사람들이 찬성하기 때문에 도정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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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4시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관계자들이 면담을 갖고 있다.
반대위 오신범씨는 “제2공항 예정부지 직접 피해자는 4개 마을 주민인데, 국토교통부나 제주도정은 피해주민을 성산읍 관내 14개 마을주민이라며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4개 마을 주민 대부분은 제2공항 반대 입장이지만, 나머지 10개 마을 주민들은 찬성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강 주교는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견을 짓밟는 것은 옛날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던 일이다. 과거를 답습하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단식중인 김 부위원장에게 “(제2공항 관련) 긴 싸움을 해야 하는데, 17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단식을 마무리하고, 몸을 추슬러 기운을 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제2공항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다. 나름 분기점으로 생각한다. 이번 달까지는 힘들어도 버틸 것”이라고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강 주교가 김 부위원장을 향해 기운내야 한다며 직접 기도해주기도 했다. 이 같은 강 주교의 위로에 반대위 관계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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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가 김경배 부위원장과 반대위 관계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강 주교는 “제주라는 작은 땅덩어리에 대규모 국제공항 2개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매년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주에 오는데, 제주 곳곳이 환경파괴로 시름하고 있다. 제2공항이 건설되면 매년 우리나라 국민 절반 정도가 제주를 오간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강 주교는 또 “원 지사를 만났을 때도 말한 적이 있다. 오름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방문 인원을 제한하는데, 왜 공항을 추가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양적 성장을 탈피해야 해야 한다. 제주는 우리나라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후손들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경제이익만 따지고 있다. 제주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도민들이 힘을 합쳐 제주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강 주교와 반대위 관계자들의 면담은 40여분간 진행됐다. 면담이 끝난 뒤 반대위는 오후 5시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열리는 제2공항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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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주교가 위로해주자 성산읍 반대위 관계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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