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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월30일 오전 6시29분 제주시 구좌읍 종달1교차로에서 승합차와 1t 트럭이 부딪쳐 1명이 숨지고 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단독] 경찰이 가해자로 지목한 운전자 4년만에 무죄 확정...법원도 경찰 최초 조사에 의문 제기  

17명의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에 대해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자가 4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고, 피해자로 지목된 가족들이 2차 피해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교통사고는 2013년 1월30일 오전 6시29분 제주시 구좌읍 종달1교차로에서 박모(61)씨가 몰던 승합차와 김모(58.여)씨가 몰던 1t 트럭이 부딪치면서 발생했다.

당시 박씨는 무 세척공장 작업을 위해 주민 13명을 태우고 구좌에서 성산읍 방향으로 이동중이었다. 김씨의 1t 트럭은 지인 2명을 태우고 종달리에서 상도리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김모(당시 66.여)씨가 숨지고, 박모(당시 74세) 할머니가 전치 13주의 중상을 입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박씨가 교차로에서 적색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트럭을 들이 받은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반면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녹색 직진 신호를 받고 교차로에 진입했다며 수사결과에 반발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2013년 11월1일 박씨를 정식재판에 넘겼다.

경찰이 박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이유는 유일한 목격자인 A씨의 진술 때문이었다. A씨는 법정에서 박씨가 적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사고가 수습된 이후에 현장을 찾은 담당 경찰관은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목격자 진술조사나 트럭 운전자에 대한 조사없이 범죄인지서를 작성했다.

결국 법원은 제주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를 통해 사고 지점에 설치된 독립형 교통신호제어기의 시간까지 분석했다. 그 결과 사고 추정시간 박씨가 받은 신호는 녹색으로 나왔다.

해당 교차로의 교통신호는 오전 6시부터 작동한다. 박씨의 진행 방향 교통신호의 녹색 신호는 94초, 황색 신호는 4초, 적색 신호는 32초 간격으로 순환되고 있었다.

A씨는 자신이 교차로 진입 200~300m 전 적색신호를 보고 속도를 40km/h로 줄였다고 진술했지만, 이마저 거리당 시간으로 환산하면 신고시간을 포함해 적색신호 32초를 넘어선다.

난해한 부분은 또 있었다. 애초 경찰은 트럭 운전자를 여성인 김씨로 지목했지만, 사고 현장을 지나다 구조에 나선 B씨는 트럭 운전석에서 남성을 구조했다고 보험사 직원에 진술했다. 트럭 운전자가 김씨가 아닌 남성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보험사 직원은 이에 경찰서를 찾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B씨가 애초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럭 운전자로 지목된 남성의 가족들은 운전을 한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경찰 수사과정에서 이 부분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다.

결국 법원은 경찰 수사를 바탕으로 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여러 의문이 남는다며 2016년 11월30일 가해자로 지목된 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불복해 항소했지만 최근 무죄 확정 선고가 났다.

경찰이 17명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초동대처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고 당사자들만 4년 넘게 재판을 받았다. 진실이 밝혀질 때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지만, 경찰의 초동대처 미흡으로 사건은 결국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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