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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9명 중 8명 벌금형으로 선처 ‘당연퇴직은 면해’...검찰 항소계획 없어 사실상 확정판결

소방 비리에 연루돼 마지막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소방관이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서 공무원직 박탈 위기에 처한 현직 소방관 8명이 공무원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방공무원 강모(51)씨에 벌금 1000만원을 24일 선고했다.

강씨는 장비구매계약 업무를 담당하면서 직원들이 업자에게 허위견적서 제출을 요구하고 내부 결재 후 돈을 돌려받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7년 2월17일에는 서귀포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앞선 차량을 들이 받았다. 곧이어 인근에서 목숨을 끊기 위해 유해가스를 흡입하려다 구조되기도 했다.

신 부장판사는 “소방예산 부족에 따른 관행이라지만 불법적인 악습으로 죄질이 나쁘다”며 “음주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비난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사기 범행을 직접 제안하지 않았고 예산 부족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25년간 소방공무원으로 활동해 온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씨의 선고를 끝으로 소방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소방공무원 9명에 대한 1심 재판은 모두 끝이 났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량은 이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법원은 재판에 넘겨진 소방공무원 9명 중 또 다른 강모(37)씨에 대해서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나머지 8명에 대해서는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방부서의 만성적 예산부족, 범행 이후 소방조직의 예방조치, 소방공무원의 사회적 기여 등 세 가지를 선처 사유로 제시하고 이들이 공무원 생활을 이어갈수 있도록 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69조에 따라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은 당연퇴직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현직 소방공무원들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장비구매계약을 담당하면서 소방 시설 업자와 짜고 각종 장비 구입 비용 등을 빼돌린 사건이다.

4년간 이들이 40여 차례에 걸쳐 허위서류로 부풀린 금액만 1억원 상당이다. 업자는 거래금액 중 20%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넘겼다.

빼돌린 금액을 부서 회식비나 소방관서의 각종 행사비로 사용했다. 소방관서장 등이 부담할 비용도 이 같이 방식으로 조달했다.

수사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소방공무원만 100명을 넘겼다. 검찰은 정식재판에 넘겨진 9명을 제외한 5명은 약식기소하고 88명은 감사위원회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수사가 한창이던 2017년 2월13일에는 제주소방서 소속 장모(51)씨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장씨는 소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사건이 불거지자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연이어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계약 관련 내부 결재 시스템을 손질하는 등 강도 높은 혁신을 도민들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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