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밤길 밟기 행사 '달빛아래 여성들, 밤길을 되찾다!'

미니스커트는 너 보라고 입는 게 아니란다!
여자 단속 말고 안전한 거리 만들자!
당당하게 휠체어 굴리며 밤거리를 거닐고 싶다!
공포를 깨자! 분노를 터트리자! 밤길을 되찾자!

   
 
 
7일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는 여성들이 힘찬 외침이 울려퍼졌다.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과 원인이 여자에게 전가되는 사회.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깨고 두려움 없이 당당히 밤마실을 다니자는 '달빛아래 여성들, 밤길을 되찾다!' 밤길 밟기 행사.

▲ 노래팀 '원'의 공연.
제주도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제주여민회, 민주노총제주본부여성위원회, 제주여성인권연대 등이 마련한 제2회 밤길 밟기 행사는 성폭력 등 여성을 억압하는 모든 것을 깨부순다는 의미의 기왓장 격파, 노래팀 '원'의 공연, 영상물 '떳다! 독수리 오자매' 상영, 구호 외치기, 선언문 낭독, 거리행진인 '달빛시위' 등으로 진행됐다.

- 달빛 아래 여성들, 밤길을 되찾다!
- 여자 단속 말고 안전한 거리 만들자!
- 우리는 늦게까지 놀 권리가 있다!
- 여성을 위협하는 너야말로 갈 곳 없다!
- 공포를 깨자! 분노를 터트리자! 밤길을 되찾자!
- 내 옷차림은 내가 결정한다!
- 낮에도 밤에도, 언제든지, 어디라도 난 걸을 권리가 있다!
- 어린이들은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 당당하게 휠체어 굴리며 밤길을 거닐고 싶다!
- 여자들아! 밤마실 가자!
- 여성의 몸 위협하는 남자들은 들어가라!
- 미니스커트는 너 보라고 입는 게 아닌란다!

▲ 7일 저녁 여성들의 밤길 찾기가 시작됐다.
있는 힘껏 구호를 외치니 속에 쌓였던 답답함이 한꺼번에 해소된다는 오영주씨(49·제주시 아라동).

오씨는 "우리가 자랄 때는 이렇게 큰소리로 외쳐볼 기회조차 없었다"며 "여자는 그저 순종하며 조용히 있어야 하는 존재로 치부됐다"고 말했다.

이어 "구호를 외칠 때 너무 속시원해서 눈물까지 흘릴 뻔 했다"며 세상을 향해 더욱 크게 외쳤다.

일상에서의 여성 권리 찾기 노력을 담은 영상물 '떳다! 독수리 오자매'.

독수리 오자매가 제안하는 지하철 쩍벌남(다리를 쩍벌리고 앉는 남자) 퇴치법. 이들 쩍벌남들은 대다수가 7인까지 앉을 수 있는 지하철 자리를 6인용으로 축소시킨다.

지하철에서 만날 수 있는 쩍벌남 퇴치법.
일단 쩍벌남들 사이의 빈 공간을 공략, 끼어앉기를 시도한다.
비비적비비적 끼어앉기에 성공하면 옆사람과 다리가 부딪히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쩍벌남처럼 다리를 쩍 벌린다.
쩍벌남이 쳐다보면 눈에 힘을 주고 노려봐 주기.
시선이 부담스러우면 휴대전화 게임을 하며 간간히 거친 말 사용하기.

지하철, 남녀공용화장실, 학교 운동장 등 일상에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남성들에게 공간을 빼앗긴다. 영상물 '떳다! 독수리 오자매'가 다소 과장되고 무리하게 여성들의 공간을 되찾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마저 없다면 여성들은 지하철 자리를, 운동장 사용을 포기해야하고 남녀공용화장실에서는 남자들의 눈치를 보며 불안하게 용변을 봐야 할 것이다.

▲ 장윤정의 '어머나'를 개사한 '저리가' 송과 '나와' 송을 부르고 있는 행사 참가자.
여성들의 밤길 밟기 '달빛시위'는 여성, 아이, 정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책임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시도이다.

밤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성폭력을 당하지 않는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성폭력을 당하기 쉽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본인이 그런 원인을 제공했다.

▲ 제주시청에서 탑동광장까지의 '달빛시위'에 나선 참가자들.
이날 밤길 밟기 행사에서는 이처럼 여성의 몸의 권리를 옭아매는 모든 통념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의 권리를 당당히 누리자고 세상을 향해 외쳤다.

"여성들이여, 달빛을 만끽하며 밤길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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