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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당시 벽신문 발간한 지역신문 사례, 제주대 이상희·최낙진 번역 출간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인적·물적 피해, 여파 등 모든 면에서 전 세계 재난 역사에 손꼽을 만한 사건이다. 쓰나미가 몰아친 일본 소도시에서 6일 동안 손으로 신문을 제작해 보도한 언론이 있다. 작은 지방도시의 신문사 ‘이시노마키히비키’가 6일간 펴낸 벽신문의 역사를 정리한 책 《6일간의 벽신문》(패러다임북)이 최근 번역돼 출간됐다.

이시노마키히비키 신문사는 1912년 창간한 석간지로 일본 동부 미야기현의 이시노마키시, 히가시마츠시마시, 오시카군 오나가와쵸를 취재 범위로 한다. 이시노마키시는 1970년대 수산업으로 호황을 이뤘지만 현재는 인구감소, 저출산·고령화로 침체를 겪는 지방도시다. 이시노마키히비키는 대지진 발생 전 기준으로 종업원 28명에 발행 부수는 1만 4000부인 지역언론이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거대지진과 뒤 이은 8미터 이상의 쓰나미는 일본 동부 지역을 덮쳤다. 쓰나미로 인해 이시노마키시, 히가시마츠시마시, 오시카군 오나가와쵸에서만 5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명 피해 뿐만 아니라 정전 등으로 정보망도 모두 차단됐다. 언론사 역시 신문 제작은 물론 영상, 기사를 보내지 못했다. 이시노마키히비키 신문사 편집국장 ‘히라이 미치코’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시노마키에 있었지만 이시노마키가 어떤 상태인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히라이 미치코 편집국장은 “맨몸으로 도망쳐 나와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지 않으면, 지역 신문사의 존재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신문사로 들어오는 정보를 최소한이라도 전달하기 위해 벽신문 제작을 결정했다. 물에 젖지 않은 신문 인쇄용지에 손글씨로 벽신문을 만들어 신문사에서 걸어갈 수 있는 대피소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벽신문은 전기가 복구된 3월 17일까지 6일간 이어졌다.

《6일간의 벽신문》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6일 간의 재난 상황을 신문사 입장에서 시간대 별로 정리한 기록이다. 쓰나미가 몰아치면서 겪는 순간을 상세히 묘사했고, 그 이후 벌어지는 혼란도 함께 더한다. 

무엇보다 비참한 정보를 어디까지 알릴 것인가에 대한 고뇌, 언론의 제1원칙인 ‘현장’에 대한 중요성, 나아가 한 지역 공동체가 다시 복구하려는 노력까지...이시노마키히비키 신문사는 텔레비전과 중앙지에서는 전할 수 없는 고립된 작은 마을의 정보까지 전하는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이는 제주를 포함한 많은 국내 언론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각각의 대형 신문은 재해지역 밖에 넓게 분포하는 독자의 요구에 맞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 신문으로서의 보도는 재해를 입은 사람들, 즉 재해 전에는 지역 내의 독자였던 그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답해야 한다. 그에 따라 저절로 ‘전달의 사명’도 달라진다. 전국지가 속보성과 정확성을 최대의 요건으로 한 보도라면, 지역 신문은 이 경우 오히려 정확성과 공평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6일간의 벽신문》 가운데 일부.

책 번역 작업은 이상희 제주대 외국어교육원 일본어 강사,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가 맡았다. 최낙진 교수는 “이 책은 나에게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한 성찰 욕구를 채워준 책”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내게 그랬듯이 좌표를 잃은 한국언론과 지역신문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번역 소회를 밝혔다.

패러다임북, 207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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