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여성주간에 읽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는 '여성' 주간이었다. 여성 주간 공식행사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문화행사를 통해 남녀평등의 의미를 끌어내자는 행사 자체가, 남성과 여성의 성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 '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 표지
ⓒ 김강임

여성주간에 읽었던 <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머피 미드-페로 지음/ 나선숙 옮김)은 책의 표지부터가 흥미로웠다.

아내가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아내의 오른손엔 책이 있다. 남편은 앞치마를 두르고 샌드위치와 커피를 준비한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그 동안 사회적, 문화적으로 남성의 우월성을 지향해 왔던 가족 문화의 차원에서 본다면 놀라서 자빠질 일이지만, 현대 가족의 급진적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준다.

그렇지만 이 책의 독자 중 남성이 느끼는 흥미도 그럴까?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10가지의 고백을 들으면서 세상의 남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리고 세상의 아내들은 어떤 쾌재를 부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단언할 수가 없었다.

아내가 건강해야 가정이 행복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가족주의를 강조하고 있었다. '완벽한 아내 강박증'에 걸린 부인들을 '게으름뱅이 아내 장터'로 끌어들여 가정에서 일어나는 '남성 우월주의'를 지탄하면서도 아내의 동반자는 늘 남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보내는 가부장적 시대의 가족 문화에서 발버둥 쳐왔던 아내들의 실상을 고발한다.

관습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길들여지는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지만, 작가가 꿈꾸는 게으름뱅이 아내는 일탈이 아니라 아내들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결혼, 육아, 살림, 직장을 완벽하게 책임지고 싶어하는 슈퍼맘들에게는 일격을 가하기도 하고, 게으름에 통달하여 사표를 던진 아내들에게는 채찍을 가하는 작가의 여성관.

<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은 이렇게 말한다. "아내란 청년시절에는 연인이고, 중년시절에 친구이며, 노년시절에는 간호원이다"라고.

화성 남편과 금성 아내의 지구생활

아마 집 밖에서 일하는 화성남편과 집 안에서 일하는 금성아내는 불만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여섯 번째의 고백을 통해 무의식의 간섭에 시달린다.

"내가 결혼할 때 나의 모든 관계는 남편이 포함한 관계에 종속시키려 정신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결혼하자마자,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모든 관계를 청산해 버린 것과 다름없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이제 짝을 찾을 만큼 우정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 남편과 있을 수 있는 기회는 넉넉한 반면에, 친구들과 같이 할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절친한 남자 하나가 절친한 여자 친구 하나를 대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내의 무의식 속에는 늘 '가정'이라는 구속이 있었음을 암시해 주는 슬픈 메시지는 언제부턴가 페미니즘을 지향했던 사람들에게 중요한 매듭이었다. 하지만 날개를 달아줘도 훨훨 날아다니지 못하는 아내들의 고정관념.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게으르즘에 통달하여 집안일의 달인이 되라'고 권고한다.

게으름뱅이들, 하나가 되다

- 부엌바닥에 내려앉은 먼지와 얼룩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 얼굴에 주름이 잡히거나 남편의 셔츠가 구겨져도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일뿐 걱정할 필요가 없다.
- 빨래 통에 있는 조금 더러운 옷을 도로 가져다가 옷 서랍에 넣어둔다.
- 매일 샤워를 하지 않고 두피기름이 건성 머리 결에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으르즘'에 통달한 아내들의 사고방식이다. 자세히 읽어보니 세상의 아내들이 적당히 게을러진다고 해서 세상이 바꿔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세상의 아내들은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는 것일까. 행여, 남편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게으름뱅이 아내의 10가지 고백, 분명 사회는 '게으름뱅이 아내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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