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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2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열기구 불시착 사고가 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인근 사고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조종사 승객 탑승중 바스켓서 추락 영상에 담겨...경찰, 국과수 투입 장비결함 여부 조사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 열기구가 최초 허가구역이 아닌 장소에서 이륙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착륙도 비행허가 구역을 벗어나 경찰이 사고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은 13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사고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국과수는 이날 장비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열기구를 꼼꼼히 확인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했다. 열기구에 설치된 위성추적장치(GPS)와 영상촬영 장비는 과학수사팀이 수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열기구는 12일 오전 5시쯤 허가구역이 아닌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폴로컨트리클럽에서 이륙을 준비했다.

업체가 2017년 4월20일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등록(자유비행) 당시 허가 받은 이륙장소는 함덕 서우봉 해변과 조천읍 와산리 운동장, 구좌체육공원, 표선생활체육공원 등 4곳이다.

열기구는 일출 직후 이륙을 시도했지만 기상이 여의치 않자 다시 이륙장소를 허가구역인 조천읍 와산리 운동장으로 옮겨 오전 7시20분쯤 정상적으로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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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2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열기구 불시착 사고가 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인근 사고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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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시착 사고를 낸 열기구 내부 모습. 내부는 3칸으로 분리돼 있으며 승객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밧줄로 된 손잡이가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하늘로 오른 열기구는 착륙 허가구역인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마을목장을 넘어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까지 이동했다. 등록 당시 착륙허가구역은 송당목장 반경 7km였다.

경찰과 제주지방항공청은 열기구가 허가구역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지점은 출발 지점에서 직선으로 약 13km, 송당리에서는 8km가량 떨어졌다.

과학수사팀은 열기구에서 수거한 GPS와 당시 기상상황과 풍속 등을 확인해 열기구의 정확한 이동경로와 착륙지점을 벗어난 이유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장비상의 안전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장비를 포함해 풍속 등을 통해 추락 배경을 살펴보겠다. 분석까지는 약 20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촬영장치 분석도 이뤄지면서 사고 당시 상황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이 밤사이 분석한 영상자료에 따르면 열기구의 1, 2차 충격 당시 내부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당시 카메라는 바스켓과 열기구 사이에서 승객들을 향하고 있었다. 열기구는 불시착 직전 약 1km 떨어진 방풍림에 걸려 2~3분간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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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2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열기구 불시착 사고가 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인근 사고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위해 바스켓 바닥을 들어올려 촬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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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시착 사고를 낸 열기구 업체가 현장검증이 끝난 열기구에서 바스켓을 분리해 수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후 바람을 타고 다시 이동해 인근 야초지에 불시착한 후 180m를 이동해서야 멈춰섰다. 이 과정에서 바스켓이 지상과 3차례 충돌하면서 승객들이 연이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영상분석 결과 조종사 김모(55)씨는 열기구가 방풍림에 걸린 상태로 바스켓이 휘청이는 순간 공중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머리와 가슴 부위를 다친 김씨는 결국 숨졌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김씨의 추락 후에도 바스켓에는 승객 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경찰은 마지막까지 바스켓에 탑승했던 승객의 신원을 확인중이다.

경찰은 업체 대표이자 조종사인 김씨가 숨졌지만 항공안전법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고 수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항공안전법 제149조(과실에 따른 항공상 위험 발생 등의 죄)는 과실로 항공기를 추락 또는 전복시킬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종사가 숨지면서 이착륙 지점 변경 등에 대한 동기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며 “기계결함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해 사고 원인을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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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시착 사고를 낸 열기구 내부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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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2시 경찰이 열기구 불시착 사고가 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인근 사고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사고 열기구는 높이 35m, 폭 30m로 글로벌 열기구 제작업체인 영국의 카메론 벌룬즈에서 제작했다. 승객 탑승용 바스켓에는 최대 17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이 업체는 2015년 제주에 회사를 설립하고 그해 9월 사업등록에 나섰지만 안전문제로 3차례 승인 불허 통보를 받았다.

업체측은 항공청이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로 등을 변경하고 2017년 4월20일 3수 끝에 사상 첫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등록(자유비행)을 따냈다.

항공청은 안전을 고려해 위치를 조정하고 6개월마다 비행승인을 받도록 조치했다. 이에 해당업체는 2017년 5월1일 비행승인을 받고 첫 운항을 시작했다.

1차 비행승인 기간은 2017년 5월1일부터 7월30일까지였다. 업체측은 그해 8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2차 비행승인을 받고 겨울철에는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올해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다시 3차 비행승인을 받고 운항에 나섰지만 재승인 열흘만에 불시착 사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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