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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쓰레기와 하수가 유입된 우수관(빗물 배수로). 이 쓰레기와 하수는 비가 올 때마다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재해 예방과 오염 방지, 하수처리 효율 등을 위해 설치된 하수관을 통해 시도때도 없이 생활하수 등이 하천과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오접(誤接), 부실시공, 파손, 노후화 등이 겹친 탓이다. 이로인해 하수처리장 포화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도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도내 하수관로 체계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제주 하수관로 무엇이 문제인가] (하) 하수관로 정비 시급...장기적으론 통합적 물관리 필요 

제주 하수관로 정비가 시급하다. 비가 올 때마다 하천이나 해안가로 오수가 유입되고, 하수처리장 포화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포화로 인해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그대로 바다로 배출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제주에는 곳곳에 하수 중계펌프장이 설치됐다. 하지만, 빗물과 해수 등의 유입으로 시설용량은 이미 포화 상태다. 

도내 오수 중계펌프장은 122곳 중 19곳이 사실상 포화 상태다.  

도두펌프장의 경우 하루 처리 가능한 시설용량이 6480만 리터지만, 건기에는 최대 7291만 리터의 하수가 유입된다. 우기에는 그 양이 무려 2억1874만 리터에 달한다.

대정과 표선 중계펌프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화북과 병문, 판포, 동복, 동김녕, 종달, 대포, 법환, 천제연, 남원, 오조 등 나머지 중계펌프장 역시 비가 오면 하수 유입량이 시설용량을 뛰어넘는다. 

비가 올 때마다 하수 유입량이 급증한다는 것은 빗물이 함께 유입된다는 얘기다. 

하수처리장의 용량을 아무리 늘려도 하수관로 정비 없이는 집중호우 때 하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철저하게 오수와 우수만 분류해도 하수처리장 포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수도는 △1세대 우수배제형 △2세대 공중위생형(오수·우수 배제) △3세대 자원개발형으로 발전했다. 3세대 하수도는 현대식 하수도로 불린다. 철저한 오·우수 분류를 토대로 우수관을 거치면서 생활쓰레기 등으로 오염된 빗물까지 정화한 뒤 하천과 바다 등으로 흘려보내는 기술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도내 하수도는 재해 방지 기능 위주로 설치돼왔다.

우리나라 최초 하수관리시설은 조선시대 기록에 나와있다. 근대 하수관리시설은 1914년 대한제국시대에 시공된 하수도로, 그 길이가 6832m이다. 또 1918년부터 1943년까지 4차에 걸쳐 총 225㎞에 달하는 하수도를 개선·건설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부설 이유는 홍수 등 재해 방지 목적이다. 

도내 하수 체계는 대한제국 시대와 다를 것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하수관 길이를 늘리는데만 집중하다보니 오·우수 분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심지어 오수마저 제대로 정화하지 못해 더러운 물을 바다로 보내 오염시키는 상황.

제주도는 오수관과 우수관을 완전히 분류하는 공사를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이제야 2세대 하수도로 발전하는 셈이다.

제주도는 2035년까지 대대적인 하수관로 정비를 추진할 예정이다. 2035년에 이르러야 2세대 하수도 체계가 잡힌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도 최소 15년 이상은 하천·바다로 오수가 유입되고, 하수처리장에는 빗물이 유입돼 용량 포화 문제가 가중된다는 뜻이다.

청정 제주라면 대대적인 하수관 정비와 함께 우수까지 정화해 하천과 바다로 흘려보내는 3세대 하수도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예산 문제는 최대 걸림돌이다. 하수관로 1km를 정비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수억원에 달한다. 도내 곳곳에 설치된 하수관로 총 연장은 약 4000km. 이를 모두 정비하는데 드는 예산은 단순하게 잡아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부에서 제주도 하수관 정비 계획에 대한 인가가 떨어지지 않은 이유도 막대한 예산 부담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 하천·지하수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제주대학교 양성기 토목공학과 교수는 통합적인 물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그물처럼 펼쳐진 도내 하수관로를 동시다발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좋지만, 예산 등 문제가 뒤따른다. 우수와 오수를 철저히 분류해야 할 시점”이라며 “곳곳에서 하수관로 정비 사업을 하지만, 아직 미미하다. 오수·우수 분류만으로도 물 오염을 막고, 하수처리장 포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는 물 관리가 중요하다. 상수도 누수율이 높고, 오수가 넘친다. 폭우가 쏟아지면 하천이 범람하고 있다. 통합적인 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상수도, 오수, 우수, 물 오염 등 물과 관련된 부서들이 머리를 모아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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