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진만의 맹활약 앞세워 두산에 승리

'장인 어른 예쁜 딸 주신 보답은 방망이로 하겠습니다.'

정규 시즌 동안 가정에 충성(?)못하는 미안함을 갚기 위해서였을까? 처가인 제주를 찾은 '명품 유격수' 박진만의 맹활약이 돋보인 경기였다.

20일 삼성 PAVV 프로야구 전반기 마지막 경기로 제주 오라 구장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양 팀 간의 시즌 12차전 경기에서 삼성이 팀이 올린 5점 중 무려 4점을 올린 박진만의 '원맨쇼'를 앞세워 어설픈 주루 플레이 미스로 자멸한 두산에 5-1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즌 46승(3무24패)째를 거둔 삼성은 2위 현대(40승1무33패)에 무려 7.5경기차로 앞선 선두로 '한국 시리즈 2연패'의 첫 관문인 정규리그 1위 달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며, 제주에서 삼성에 2연패한 두산은 시즌 33패(2무36승)째를 당해 4위로 내려앉았다.

공수에서 좋은 활약 선보인 박진만

"4년에 40억은 솔직히 너무 많다."

 
▲ "제주만 오면 힘이 솟아요!"-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끈 박진만
ⓒ 삼성 라이온즈
2004시즌 현대를 우승으로 이끈 뒤 이듬해 삼성으로 이적한 박진만의 계약금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비록 '거포'인 심정수가 맺은 4년 60억보다는 적은 액수였지만, 수비에 비해 공격력은 떨어지는 유격수에게 무려 40억이나 쏟아 부은 것은 현명하지 못한 투자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비록, 지난 시즌은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삼성의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이끌었지만, 올 시즌은 초반부터 부상과 타격부진에 시달려 역시나 "몸값은 거품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제 페이스를 찾기 시작한 박진만은 빼어난 수비 못지않게 공격에서도 심심치 않게 타점을 올렸다. 처가인 제주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도 박진만의 '킬러 본성'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선발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출장한 박진만은 삼성 선발 하리칼라와 두산 선발인 랜들이 팽팽한 호투를 펼쳐 0-0의 균형을 이루던 4회말 박한이-양준혁의 연속안타와 4번 김한수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랜들의 구위에 밀려 좀처럼 자신 있는 타격을 못하던 박진만은 5구째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결국 이 안타로 삼성은 두 점을 먼저 올렸다.

 
▲ "나도 이제 에이스!"-시즌 9승(4패)째를 올린 하리칼라
ⓒ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의 수비도 공격 못지않았다. 5회 초 두산의 선두 나주환의 2루타와 고영민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발 빠른 이종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 선발 하리칼라의 볼을 잘 고르던 이종욱은 6구째에 3루 간으로 흘러가는 느린 타구를 굴렸다. 도루 1위(21개)에 빛나는 이종욱의 '빠른 발'을 감안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역모션으로 볼을 잡은 박진만이 짧게 스탭을 밟고, 불가능할 것 같던 1루 송구까지 완벽하게 해내 간발의 차로 이종욱을 1루에서 아웃시켰다. 이종욱의 빠른 발을 감안하면, 계속될 수도 있었던 위기가 박진만의 수비 하나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빼어난 수비로 기가 살아난 박진만은 6회말 양준혁의 사구와 김한수의 좌중간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우중간 담장까지 데굴데굴 굴러가는 적시 3루타를 작렬해 점수차를 4-1로 벌리며 두산 선발인 랜들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박진만은 바뀐 투수 김승회를 상대로 진갑용이 중전 안타를 쳤을 때 홈을 밟았다.

역전 흐름에서 자멸한 두산

두산은 경기 중반까지는 선발 랜들의 호투를 앞세워 삼성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역전 분위기에서 '불운'과 '주루 미스'가 겹쳐 무너졌다.

 
▲ "아 부끄러워"-6회초 결정적인 주루 미스를 범한 안경현
ⓒ KBO

1-2로 뒤진 채 맞이한 6회초. 선두 안경현이 우전안타로 무사 1루 찬스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4번 최준석.

원 스트라이크에서 최준석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아갔고, 타구는 쭉쭉 뻗어 오라구장 좌중간 펜스 쪽으로 뻗어나갔다. 1루 주자인 안경현은 홈런임을 의심하지 않고 천천히 2루를 돌았다.

하지만, 담장을 넘어갈 것 같던 타구는 담장 윗부분을 맞고 튕겨나왔고, 천천히 2루를 돌던 안경현은 부랴부랴 홈까지 파고들었으나 이미 공은 포수 진갑용의 미트 속에 들어가 있었다.

결국 무사 2-3루 혹은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었던 찬스에서 주저앉은 두산의 기세는 한 풀 꺾였고 믿었던 선발 랜들이 곧 이은 6회말에 석 점을 내줘 패배를 감수해야만 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의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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