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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성산읍 온평리에서 열린 제2공항 반대 촛불문화제.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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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성산읍 수산1리에서 열린 제2공항 반대 촛불문화제.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성산읍 온평리, 수산1리 30일 제2공항 반대 촛불문화제 개최

한 번의 협의도 없이 제2공항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된 제주 성산읍 주민들. 점차 변화하는 도민 여론에도 근심은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얹힌 듯 박혀있지만, 주민들은 변함없이 그리고 더욱 강경하게 제2공항을 반대한다. 초등학생부터 90세 노인회장까지 한 목소리로.

제2공항반대 온평리 비상대책위원회(온평리 비대위), 제2공항반대 수산1리 비상대책위원회(수산1리 비대위)는 30일 각각 오후 7시 온평포구 잔디광장, 7시 30분 수산1리 사무소 앞에서 ‘제2공항 반대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최근 계속 이어진 비 날씨가 풀리면서 일찌감치 농사일에 나섰던 주민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행사장으로 모였다. 온평리 300명, 수산1리 500명 이상 모이면서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촛불을 들고서 제2공항을 결사반대하는 외침에는 한 없이 진지하면서, 동시에 중년 난타 동아리부터 초등학생들의 트로트 노래 자랑까지, 흥을 돋우는 자리에는 함박웃음을 피웠다. 2년 넘게 싸움을 이어오면서 터득한 노하우처럼 느껴졌다. 특히 노년층, 어린이에 젊은 정착 주민까지 고루고루 함께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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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평리 난타 동아리.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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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평리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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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1리 주민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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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1리 어린이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온평리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은찬 온평리장은 “열심히 농사지으며 사는 우리들에게 하루아침 날벼락처럼 땅을 내놓으라고 하니 촛불을 들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주민들이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비대위는 제주도와 국토교통부와 맞서 싸울 것이다. 도청과 국토부 앞에 천막이라도 설치해서 제2공항을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송복형 온평리 비대위 부위원장은 “온평리가 어떤 동네냐. 읍 체육대회에서 1등을 놓쳐본 적 없을 만큼 단합이 잘되는 동네인데, 지금은 모든 마을 주민이 근심 속에 살고 있다. 우리 동네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분명한 것은 우리 때문이 아니”라면서 “제2공항 계획이 없어질때까지 잔디광장에 설치한 이 무대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문홍 온평리 노인회장은 “제주도에 몹쓸 공항병이 생기는 바람에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아주 말이 아니게 됐다. 300년 전부터 조상님을 모신 이 땅이 사라지는 건 조상님을 두 번 죽이는 셈”이라며 “이건 자손 된 도리가 아니다. 끝까지 제2공항을 반대하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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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평리 촛불문화제에서 등장한 피켓.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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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평리 주민들이 제2공항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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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평리 주민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이날 온평리 비대위와 주민들은 결의문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사전 협의 없는 제2공항 추진을 인정할 수 없어 결사반대 한다 ▲해당주민과 협의 없이 추진되는 제2공항을 결사반대 한다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대안이 없는 기본계획추진을 결사반대 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고향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제2공항 추진을 결사반대 한다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개발행위제한, 토지거래 허가제를 인정할 수 없어 결사반대 한다 ▲우리 마을 문화와 전통,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제2공항 추진을 결사반대 한다는 내용이다.

돈보다 못한, 오름보다 못한, 수산 주민
관광객 늘리려고 관광자원 원천무효
제2공항 알고 보면 공군기지
마을길을 가득 채운 현수막들 사이로, 수산1리 역시 촛불을 들고 제2공항을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특히 ‘제2공항 찬성이면 낙선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방선거를 맞이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내비쳤다.

오재일 수산1리 청년회장은 “최근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의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추진 응답이 42.7%까지 떨어진 건 더 이상 과잉관광, 환경파괴, 대형토목사업 위주의 개발 방식은 제주발전의 비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우리들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언제 어떻게 돌변 할지 모른다. 유력 도지사 후보라고 자처하는 자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명확한 입장이 없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우리의 힘, 주권을 당당히 행사해 낙선시켜야 한다. 제2공항 원점 재검토가 관철되는 날까지 힘내자”고 주민들을 격려했다.

수산초등학교 6학년 고가영 양은 “제 생각은 제주도정이 관광객들을 핑계로 돈을 많이 벌어들이려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교통 체증, 쓰레기 더미, 공사로 인한 소음, 미세먼지 일 것”이라며 “우리 주민들이 몇 년째 반대하는 공항을 대체 왜 만들려고 하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 우리가 언제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리운 고향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이 곳에 공항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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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1리 촛불문화제에 등장한 현수막 '제2공항 찬성하면 낙선이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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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1리 사무소 앞 마당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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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초 6학년 고가영 양.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수산1리 비대위 역시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우리 수산 리민 모두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지역 공동체를 화합하고 단결해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오늘도 촛불을 들었고 앞으로도 제2공항이 백지화 될 때까지 촛불을 들고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우리가 제2공항 반대를 외치는 동안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여론을 왜곡하고 소수의 지역 이기주의자들로 오도해 왔다. 그래서 싸웠고 제주 여론이 제2공항 반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2공항에 찬성하는 자는 6.13 지방선거에서 낙선일 뿐만 아니라, 우리 땅에 한 발자국도 들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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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공항 반대 피켓.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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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손녀.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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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문화제 모습.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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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1리 마을길에 걸린 제2공항 반대 현수막.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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