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반기 사상최대 경영실적 거둔 윤광림 제주은행장 "제주은행은 70만 재일동포가 대주주인 향토은행"

   
 
 
윤광림 제주은행장이 활짝 웃었다.

취임한지 5개월만에 창사 이래 최대 당기순이익이라는 성과를 거둔 그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 상반기 매축액 매출액 694억2093만원, 당기순익 132억469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50.4%라는 실적을 이끌어 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112억2736만원과 137억1622만원으로 32.8%와 55.7%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111억원보다도 21억원을 더 벌었으니 윤 은행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 법 하다.

당기순이익도 순이익이지만 각종 경영지표는 제주은행의 미래를 더욱 밝게하고 있다. 

BIS 기준 총자산이익율(ROA)과 자기자본이익율(ROE)이 각각 1.33%와 20.88%로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그동안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제주은행의 발목을 잡아왔던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무수익여신비율, 그리고 연체대출채권비율이 각각 0.99%와 0.73%, 그리고 0.89%로 떨어져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에 따라 제주은행의 주당순자산가치(BPS)도 8477원으로 뛰어 올랐다.

"MIF터널 빠져 나오는 데 너무 길어…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윤 행장은 "IMF이후 제주은행이 워낙 어렵다 보니 오늘 발표한 상반기 실적이 좋게 비쳐지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우량 은행들에 비해서는 결코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라면서 "다만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하고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대출채권비율 등이 떨어지는 등 경영지표가 개선돼 새로운 성장을 이룩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감이 온 만큼 하반기에는 더 좋은 실적으로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969년 재일교포인 고(故) 김봉학 행장이 설립한 토종은행으로서 그 동안 제주도민들과 애환을 같이 해 왔던 제주은행. 그러나 IMF사태를 맞아 파산직전 위기에 내몰렸던 지방은행을 구하기 위해 증자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감자'라는 냉혹한 현실을 경험했던 도민들에게 제주은행은 지금까지 애증(愛憎)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솔직히 말해 IMF 이후 제주은행이 어려운 고난의 시대를 거치면서 '터널'이 너무 길었었다. 그 긴 터널을 빠져 나오기 위해 선진 금융시스템을 도입하고, 리스크관리에 맞춰 영업하면서 자신을 관리해 온 덕택에 지금 서광의 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원출신에서 행장에 오른 마당발 금융통 '지역 밀착경영'이 주효 

광주출신인 그는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 고객만족센터팀장과 역삼동기업금융지점장, 중소기업본부 영업추진본부 부본부장을 거쳐 사실상 샐러리맨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부행장까지 오른 후 지난 3월 김국주 행장 후임으로 17대 행장을 맡았다. 그는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해 온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제주은행장에 내려오자마자 '밀착경영'을 내세웠다. 

"행장 얼굴을 보기가 어렵다"는 말들이 직원들 입에서 나올 정도로 그는 은행 밖에서 기업인과 상인 등을 만나는데 모든 시간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주특별자치도민 중심의 지역밀착 경영을 부르짖고 이에 대해 직원들이 호응하면서 도민들로부터 신뢰가 회복됐기 때문에 오늘의 성과가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제주도민 중심의 경영을 펼쳐 '도민의 감동'을 이끌어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시간만 나면 상인들을 만나기 위해 동문시장을 찾는다.
"물론 예금을 유치하려는 뜻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새로운 재테크를 알려주는 게 목적이다. 어떻게 하면 집 없는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금융소득을 벌 수 있을지, 일반인들도 모르는데 장사에 바쁜 시장 분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제주은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아직 밝히지는 못하지만 도민주주와 퇴임직원에게 혜택이 있어야 할 것"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제주은행 ‘도민주’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윤 행장 얼굴에도 잠시 긴장이 감돌았다. 가급적 말을 아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도민들이 IMF 사태로 인해 많은 상처와 고통을 입은 게 사실이다. 또 직원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퇴임한 선배 직원들에게도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무엇인가 구상을 하려하고 있다. (도민주주와 퇴임한 직원들에게) 100%는 못하더라도 0.1%만이라도 위안이 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묻자 그는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낼 시점은 아니다. 나중에 밝힐 때가 올 것"이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준비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그는 대신 소위 '향토 은행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제주은행이 IMF를 거치면서 신한금융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지역사회에서는 제주은행에 대해 '지방은행이 맡는지' 특히 '향토은행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영업전략에서 상당한 차질을 빚어왔다.

"제주출신 재일교포들이 제주은행 인수 주도, 재일교포들이 사실상 대주주"

그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2002년 정부에서는 신한금융지주회사에다 '광주은행'을 인수하라고 요청했었다. 그런데 신한의 대주주는 재일교포다. 광주은행을 살 것인지를 놓고 일본에서 대주주들이 참여한 경영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제주출신 교포들로부터 '이왕 지방은행을 산다면 우리 고향은행을 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재일교포 중에 상당수가 제주출신들이다. 그 분들의 제안에 따라 광주은행이 아닌 제주은행을 인수하자고 결의했고 정부에 이 뜻을 전달해 결국 제주은행을 인수하게 된 것이다."

   
 
 
그는 "제주은행은 재일교포 출신인 고(故) 김봉학 행장께서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고 김 행장과 특수관계인이 80%의 지분을 소유했었다. 현재 제주은행의 실질적 주주는 신한금융지주가 아닌 70만 재일교포다. 재일교포에는 제주출신이 가장 많다는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 설립과 지금의 변화가 있다면 재일교포 출신 1인 대주주에서 70만 대주주로 분산된 것 뿐 제주은행이 향토은행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이어 "일부에서는 이런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채 왜곡도 하지만 신한지주 자체가 특정 개인의 은행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 "신한지주가 소유한 주식(64.42%)은 도민사회에서 희망자가 나타나고 역량만 된다면 언제든지 제주도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준비된 주식"이라고 밝혔다. 향토은행으로서 애정을 계속 가져 달라는 적극적인 주문이었다.

"하반기에 제주은행 주가 훨씬 더 오른다"

은행의 경영성과는 주가로 나타난다. 제주은행은 4일 상반기 실적을 재료로 6.34%가 오른 67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주은행 주식이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거래량이 너무 적어 지난 2002년 관리종목에 편입된 이후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주가상승의 걸림돌이다.

제주은행주는 1대 주주인 신한지주금융이 전체의 64.42%(9,696,369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예금보험공사가 31.96%(5,963,089주)를 보유해 이들 2대 기관이 94.38%(14,655,458주)를 갖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개인 보유 물량은 5.62%(873,316주)에 불과하다. 현재 제주은행의 1일 평균 거래주식수는 1000주도 안 된다.

윤 행장은 "결국 주식거래 물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제주은행이 경영성과가 점점 개선되다 보니 예보도 쉽게 팔려고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문제도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반기에는 제주은행 주가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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