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모노레일카 '백지화' 한라산 정책 난맥상만 노출
돈내코 개방여부 주목 "한라산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다"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려 했던 한라산 1100도로 모노레일카 구상이 결국 1년 8개월만에 좌초됐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8일 "도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 성숙시까지 모노레일카 설치를 잠정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한라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다면 모노레일카 설치는 사실상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못했다. 자신들이 아이디어를 내 놓고 김태환 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정책을 '포기'라는 표현을 못썼을 뿐 사실상 '백지화'를 인정한 셈이다.

2004년 11월 김태환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모노레일(주)로부터 '한라산국립공원 모노레일카 사업제안 보고회'를 갖고, 2005년 1월 1100도로 모노레일카 설치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지 1년 8개월만에 결국 없던 일로 마무리 됐다. 지난 20개월 동안 찬반논란만 무성했고, 한라산에 대한 제주도 정책의 난맥상만 스스로 노출시킨 셈이 되고 말았다.

 '잠정 유보(사실상 백지화)' 방침은 제주도가 모노레일카 구상을 밝히면서 이미 예견된 사안이었다. 어느 정도까지, 언제까지 공방을 벌일 것인가의 문제였을 뿐 사업불가는 첫 출발부터 예고됐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를 몰랐다. 또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했다.

모노레일카 첫 구상은 겨울철 관광상품이었다. 겨울철 한라산의 설경이 도로가 통제돼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모노레일를 깔아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자는 아이디어였다.  나름대로 고민에서 출발한 구상이었다.

그러나 겨울철 관광상품을 만들기 위해 142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제주도는 이를 민자사업으로 유치할 게 뻔했다. 문제는 모노레일카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1100도로를 전면 통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멀쩡한 공공 도로를,  모노레일카를 설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자의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폐쇄'한다는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 문제였다.

수익성 논란도 제기됐다. 단풍이 울창한 가을철은 그렇다해도 봄과 여름엔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것도 나중에 운영하다가 안되면 사업자의 수익성을 맞춰주기 위해 케이블카도 하고 스키장도 하겠다는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우려도 짙게 깔려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제주도 당국, 그리고 실무부서인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한라산 관리정책 '부재' 때문이었다.  한라산 곳곳이 인위적인 손길에 의해 무너지고 파되되고, 훼손되고 있음을 도 당국 스스로가 인정하면서도 한라산을 '관리·보호'보다는 '개발·이용'하려는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30여년동안 이끌어 왔던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이 끝나자 마자 이번에는 모노레일카로 논쟁의 불을 지핀 제주도 당국의 정책에도 도민여론이 등을 돌렸다.

제주도가 우군으로 생각했던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부설 연구기관인 한라산연구소 자문위원들이 가장 먼저 모노레일카 설치에 반대의 뜻을 밝혔고, 이어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면 도가 만든 '검토위원회'도 반대가 우세했다. 또 도의회마저도 "제주도가 왜 한라산을 이용해 돈 벌 궁리만 하느냐"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쯤되면 한발 물러설법했던 제주도는 '타당성 검토 용역'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과정에서도 도와 국립공원측은 반칙을 범했다. 검토위원회가 타당성 검토 용역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친 후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겠다던 제주도는 뭐가 그리 급했던지 지난해 9월 일부 위원들의 동의하에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다. 그리고 이날 용역보고서가 공개됐다.

국립공원측이 이날 밝힌 잠정유보(백지화)사유는 1년8개월전에 제기됐던 문제와 하나 다를 바 없었다. 도민여론이 찬반으로 나뉘어 제2 한라산 논쟁이 벌어지고, 모노레일카 설치를 위해 일반인들의 도로통행을 통제하는 문제, 그리고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부정적 영향 등이 이미 논의 초기에 불거졌던 문제였다.

그러나 제주도 당국은 지금까지 이를 외면하다 '1년8개월'이라는 세월을 수업료를 내고서야 뒤늦게 인정했다.

한라산케이블카 논쟁에 이은 모노레일카 논란은 제주도와 특히 국립공원사무소측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한라산 보호와 보전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또 하나의 논란은 바로 돈내코 등산로 개방여부다. 1994년부터 식생복원을 위해 자연휴식년제를 도입, 등산이 통제되고 있는 돈내코 등산로에 대해서 서귀포관광협회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개방할 것을 지난해부터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돈내코 등산로 개방여부에 대한 스스로의 방침을 바꿨다는 데 있다.

국립공원측은 지난해 2월 한라산 서북벽과 남벽, 돈내코 등산로 등 4개 등산로에 대한 출입제한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돈내코 등산로 개방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밝혔다.

돈내코 등산로인 경우 해발 1000~1600m 지역은 소나무림과 산철쭉 등 관목림을 이루는 지역으로 등산로가 대부분 돌바닥(76.2%)와 돌계단(23.8%)으로 이뤄져 식생 훼손이 심각하지 않고 장기간 출입제한으로 꽝꽝나무, 제주조릿대에 의해 등산로가 피복된 상태이나 해발 1600m~정상에 이르는 구간은 암석들이 파괴되고 송이층이 노출돼 있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라도 밝혔다. 또 등산로 입구인 해발 500~1000m 구간은 많은 비에 의한 침식현상이 심한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개방이 어렵다는게 국립공원의 기본 입장이었다.

그러나 서귀포시 인사들이 이를 거듭 요구하자 5.31 지방선거를 의식한 제주도는 개방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국립공원측은  찬반측 인사들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를 통해 '개방'에 필요한 합법적 절차를 밟았으나 이번에는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로부터 '문화재 현상불가'판정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는 9월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유네스코 실사단의 현장 실사를 마친 후 문화재청에 돈내코 등산로 개방을 위한 문화재 현상변경을 재신청하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물론 돈내코 문제는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서귀포 여론을 의식한 김태환 지사의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여론은 먼저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바라고 있다. 또 김태환 지사도 자신의 성과와 치적, 그리고 민심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라산을 돈벌이 대상으로 내모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한라산을 제발 있는 그대로 놔두자.

정 필요하다면 우리 후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끔 놔두자. 한라산은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기 대문이다. 제주도정의 방침에 따라 한라산의 운명이 위태위태 해야 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볼성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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