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칼럼]내안에 들어있는 성적 이중인격성(性的 二重人格性)

지난 1998년,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양의 섹스 스캔들이 미 정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모니카 르윈스키와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

르윈스키 양과의 스캔들이 세간에 알려지기 이전에 클린턴 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였던 1991년 당시 주 공무원이던 폴라 존스를 호텔로 불러 허벅지를 만지고 바지를 내려 보이면서 성관계를 요구했던 혐의로 인해 피소당한 상태였다. 폴라 존스와의 성추문 관련 소송 중이었던 1998년 르윈스키 양과의 스캔들에 관해 질문을 받자 클린턴 대통령은 그녀와의 성관계를 부인하였고, 거듭된 텔레비전 회견을 통해서도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강력히 부인하였다.

하지만 특별검사로 임명된 케네스 스타검사는 대통령과 그 주변에 대한 방대한 조사를 통해 대통령과 르윈스키 양과의 스캔들 전모를 밝혀냈고, 그 결과로 1998년 9월 11일에 두 사람 사이의 성행위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된 ‘특별검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케네스 스타 검사의 보고서는 낮 뜨거운 용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성적(sexual)이란 단어가 4백회 이상 등장했고, 섹스라는 말이 164회, 젖가슴(breast)이 62회 등장했다. 그리고 “9차례의 오럴섹스 도중에 한 번은 시거를 르윈스키의 질에 삽입했다.(she performed oral sex on the President on nine occasions.…… On one occasion, the President inserted a cigar into her vagina.)”는 다소 비정상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스타 검사의 보고서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린 클린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자신과 르윈스키 양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한편 미국 하원은 1998년 10월 5일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위증과 사법방해 등 11가지 혐의로 탄핵 절차의 개시를 승인했고, 10월 8일에 탄핵 절차의 실시를 의결하였다. 이날 본 회의에서 대통령 빌 클린턴에 대한 탄핵 조사안을 찬성 258, 반대 176, 기권 1표로 가결하였다.

한편 탄핵 정국 와중인 1998년 11월 3일 시행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클린턴 스캔들을 이용하려 했지만, 선거의 결과는 공화당의 참패로 끝났다. 그리고 미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이루어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업무수행 지지도가 오히려 70%까지 급상승했다.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시킴에 따라 미 상원은 1999년 1월 14일 공화당 의원 13명으로 구성된 검사팀에게 탄핵소추 이유를 들었고, 이 검사팀은 상원의원 10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에게 클린턴 대통령이 중죄와 비행에 해당하는 ‘위증과 사법방해’를 했기 때문에 탄핵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제적 인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7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1999년 2월 12일에 있었던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 표결에서 미 상원은 두 가지 사건 모두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다.

성적 이중인격성(性的 二重人格性)과 성적 매카시즘(sexual McCarthyism)

당시 스타 특별검사, 클린턴 대통령, 르윈스키 양이 사용한 법정 비용만 5천만 달러(500억 원)에 이르렀던 13개월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은 결국 “승자도 없고, 패자만 많을 뿐”이라는 결과를 낳고 끝이 났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이번 사태를 ‘미국의 새로운 성적 매카시즘(sexual McCarthyism)’으로 규정하면서 ‘50년대에 매카시(McCarthy) 상원의원에 의해 촉발된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성적 공포로 대체되었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미국 의회와 인터넷의 마술에 의해 우리 모두 호색가가 되어버렸다’고 한탄했다.

한편, 미 공화당과 클린턴 대통령 사이에 법정 공방이 진행되던 1998년 10월, 포르노 잡지 허슬러(Hustler)의 발행인인 래리 플린트는 스스로 클린턴의 편이라고 자처하면서 “워싱턴 정가의 이중인격적인 모습을 밝혀내겠다.”며, “클린턴을 심판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도 똑 같이 당하게 될 것이다.”고 선언했다. 플린트는 그해 10월 워싱턴 포스트 지를 비롯한 미국 주요 일간지에 ‘미 상원, 하원 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불륜 사실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에게 거액을 지불하겠다.’는 광고를 게재하였다. 그 광고에 대해 수천 명의 전화 제보가 있었고, 플린트는 전직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요원들을 채용해서 근거 있는 수십 건의 제보를 추적하고 그것들에 대한 신빙성 있는 물증들을 확보했다.

플린트의 추적 도중에 리빙스턴 차기 하원의장이 스스로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과거의 불륜 사실을 고백해서 중도하차 했고, 클린턴 탄핵을 주도했던 헨리 하이드 법사위원장과 댄 버튼 정부개혁위원장 등이 망신을 당했다. 또 완고한 낙태 반대론자인 공화당의 봅 바 의원은 전처(前妻)에 의해 그의 혼외정사 사실과 “낙태 반대론자이면서도 전처의 낙태 수술비용을 감당했다.”는 사실이 폭로 되었다.

플린트는 이 과정에서 “성에 대한 위선을 깨겠다.”며, “사람들은 섹스에 대해 언제든지 거짓말을 하게 되어있다. 클린턴의 위증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다.”며 클린턴 대통령을 옹호했다.

우리 주변의 성 문제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경찰이 최근 검거한 청소년 성매매 사범 30여 명 중에는 공무원, 교사, 대학생, 은행원 등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교사가 도내 모 여고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내 일간지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고, 이 일간지의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실리면서 전국적인 뉴스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당한 사태에 대해 해당 교사의 동료들이 입장이 꽤나 난처해진 모양이다. 이미 이 소식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 버렸고, 선생님의 갑작스런 사직 사유를 알면서도 모르는 듯 물어오는 학생들의 질문에 적당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의 인사도 대답하기에 짜증이 날만도 할 것이다.

이 와중에 도내 잘 알려진 여성 단체와 학부모 단체들은 “청소년 성매매 해당교사에 대해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지 말고 직위해제 시켜야 하며, 제주도 교육청은 이 사건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을 세우라.”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 청소년 성매매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려 법의 실효성을 보장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학부모 단체에서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이야 이해 못하는 거 아니고, 청소년 성매매자에 대한 처벌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해당교사는 현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직서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며, 사법부나 교육기관에서 내리는 처벌의 수위에 상관없이 이미 사회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임을 말하자 한다. 가정에서도 이미 가장의 권위를 상실했을 것이고, 일가친척과 이웃들 사이에서도 이미 살아있는 인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미 사망한 인격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과한 행동이 아닌지 묻고 싶다.

지난 2000년 총선 총선시민연대 대변인을 지냈고, 녹색연합 사무총장을 지냈던 장원 씨가 2000년 5월 부산의 한 호텔에서 미성년자였던 여대생을 성추행했던 사건이 있었다. 장원 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은 ‘누구든지 성폭력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성에 대한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성윤리를 주장하면서도 성윤리를 범할 수 있다는 이중인격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말이 나온 김에 지난 2002년 도지사 우근민 씨 성추행 사건과정에서 도내 대표적 여성단체가 우근민 씨와 긴장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되묻고 싶다. 그 전선에서 대립하던 인사들이 집권당에서 한 식구가 되는 데 시간이 불과 2년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단체는 힘없는 다수가 연대해서 힘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과 긴장할 때 그 모습이 아름다울 텐데, 이미 죽은 시체를 물어뜯는 모습에서는 추한 하이에나의 모습만이 연상될 뿐이다.

“성에 대한 위선을 깨겠다.”던 플린트의 외침이 혹시 나를 향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 볼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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