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어울림쉼터에 효순이·미선이 2주기 추모공간 마련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효순이·미선이의 죽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서서히 식어갔다.

친구의 생일잔치에 가던 신효순·심미선 두 여중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참혹하게 희생된 것이 오는 13일이면 2년 전의 일이 된다.

2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두 소녀의 죽음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이들이 효순이·미선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제주통일청년회 회원 중 뜻을 같이 하는 일부가 제주시청 어울림쉼터 안에 효순이·미선이 2주기 추모의 공간을 마련했다.

▲ 효순이·미선이 추모공간 마련을 제안한 이은영씨.

이를 처음 제안한 이은영씨(27·제주시)는 "2002년 사건 당시 온 국민들이 그렇게 분노했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사실상 변한 것은 없고 효순이·미선이의 죽음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 효순이·미선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추모공간 마련 계기를 밝혔다.

이씨는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관리하면서 사람들에게서 모두 잊혀진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아직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고, 또 진정으로 추모하는 마음을 보여 무겁기만 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불평등한 한·미군사협정이 하루 빨리 개정돼 또 다른 효순이·미선이가 생기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살아남은 어른들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추모공간을 관리하던 김희정씨(27·제주시). "올해에는 효순이·미선이에 대한 별도의 추모행사도 없어서, 단 1주일이지만 이 기간만이라도 효순이·미선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기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제주시청 어울림쉼터 안의 한 켠에 마련된 추모공간은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분향과 헌화의 형태로 효순이·미선이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공간의 관리를 위해 매일 4~5명이 교대로 제주시청 어울림쉼터를 찾는다고.

바쁜 행보 속에도 분향과 헌화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효순이·미선이 2주기 추모공간은 지난 7일부터 마련됐으며 오는 13일까지 계속된다.

▲ 행인이 효순이·미선이 추모공간에서 분향하고 두 소녀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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