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반 동안 검찰 심문…10시 10분께 마쳐 검찰측 심문에 피고인측 '묵비권' 행사

"OOO 문건을 증인은 본적이 있습니까"(검사)
"대답하지 않겠습니다"(A 공무원)

"OO국장, 실장으로 부터 명단을 제출받은 사실이 있습니까"(검사)
"대답해 줄 수 없습니다"(도지사)
"추후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도지사)

▲ 공판이 열리고 있는 제주지방법원 제210호 재판장.

[오후 10시 30분] 3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된 김태환 지사와 8명의 공무원은 검찰의 피고인 심문에서 일관(?)된 답변을 했다.

이날 검찰은 3시간 넘게 그 동안 확보된 증거물을 중심으로 일일이 사항을 열거하며 증인 심문에 나섰으나 증인들은 단 하나의 사실확인에도 응하지 않았다.

다만 사실확인을 인정한 부분은 검찰 조사에서 받은 조서란에 '서명'하고 '날인'한 것 뿐이다.

24일 제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다시 열린 공판에서 김태환 도지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일제히 검찰의 심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측은 확보된 증거와 그 동안 조서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일일이 피고인들에게 사실확인 여부를 물었지만 피고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초호화 변호인단 무장...전 검찰 총수 이끈 '태평양' 이어 '한승 법무법인' 가세

이날 재판은 검찰이 제시한 상당수 증거물에 대해 "압수수색 절차상의 하자가 영장주의 취지를 무시해 증거능력을 부인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다소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무장한 변호인측은 "상급심에서 증거의 불법채택 여부를 다시 올리겠다는게 변호인의 입장"이라며 "이러한 취지로 재판에 임할 것임을 재판부는 이해해 달라"고 말해 증인들의 '묵비권' 행사를 재촉했다. 이날 변호인석에 착석한 변호사는 모두 6명. 검찰측은 이시원 검사 1명이 앉았다.

이날 김 지사를 비롯한 공무원 변호인단은 이명제 전 검찰총장이 이끄는 태평양 법무법인 외에 전관 영입 3위 순위에 오른 한승 법무법인이 가세, 5차 공판부터 본격 나설 방침이다.

신생종합법률회사인 법무법인 한승은 지난해 33년의 판사경력을 지닌 송기홍 전 서울가정법원장이 대표 변호사가 된 후 최근 이우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까지 영입하는 등 전직 판검사 출신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미 출범 2년만에 태평양 법무법인과 동일하게 6명의 전관을 영입한 '막강한' 곳이다.

▲ 변호인에게 일일이 지도를 받고 있는 피고인들.

이러한 예견된 '묵비권' 상황은 김 지사를 비롯해 나머지 8명의 공무원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검찰은 공무원과 김 지사에 대한 피고인 심문에서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로 채택한 '조직표'와 동향보고를 담은 '주간보고'를 중심으로 증인들을 집중 추궁했다.

조직표는 도청 실과장 이상 간부공무원이 각각 읍면지역을 책임지고 관리했다는 사실과 읍면동의 선거책임자 이름이 적시돼 있다.

'주간보고'에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열린우리당의 동향을 보고하고, 지역별.직능별 책임자에 대한 임명과 지사의 격려 전화 요구 등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 심문에서 H 서기관이 남원 지역 관리공무원과 선거책임자를 선정해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또 Y 사무관은 민간인인 K씨와 함께 '조직표'를 주도적으로 작성한 사실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민간인 K씨는 '조직표'와 '주간보고'를 김 지사에게 보고하고, 읍면동 지역 책임자 선정 등 선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검찰측 증거자료에서 나타났지만 이 역시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 심문 과정에서 김 지사는 공무원 선거개입 사건 초기에 발견된 문건을 '주민투표용' 조직표와 주간 보고라고 진술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역시 '서명'과 '날인'을 제외하고 모두 '답변하지 않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피고인들은 정회가 선언될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 변호인들에게 법정 진술에 대한 자문을 받는 등 바쁜 속에서도 여유있는 보였다.

또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도내 각계 단체장과 일부 산하기관 기관장 등이 재판장을 속속 찾아 공판과정을 지켰봤다.

하지만 재판이 장시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지루하게 진행되자 일부 방청객들은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속속 돌아갔으며, 일부 취재진 역시 하나둘씩 발걸음을 법정 밖으로 옮겼다.

이날 변호인측은 검찰의 증인 심문이 끝나자 'TV토론회 당시 압수수색한 증거'건에 대해 반대 심문을 벌였다.

변호인측은 "이번 증인들의 묵비권은 검찰이 조서에 응했던 사실에 대해 법정내에서 대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채택한 상당수 증거물에 대해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 이날 피고인들은 새로운 변호인을 영입하는 등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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