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의원 등 102명 주도...'예비검속·수형인 문제' 해결 낙관적

4.3특별법 제정에 앞장서 제주도민들의 한을 푸는 데 일조했던 제주출신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이 이번에는 6.25전후 국군들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당한 양민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입법 활동에 총대를 맺다.

특히 강 의원 등이 이날 발의한 법안은 향후 제주4.3특별법을 개정함에 있어 중요한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내 4.3관련단체들도 이 법의 통과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창일·김원웅 의원 등 여야 의원 8명은 18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25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법률(이하 민간인 희생법)을 17대 여야 의원 102명의 서명으로 공동발의 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희생법'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반발로 불발에 그친 후 지난 8일 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회가 마련한 공청회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의 강창일·김태홍·주승용·서갑원, 민주노동당 이영순, 민주당 이낙연 의원 등이 공동발의로 17대 국회 첫 제정입법으로 발의키로 합의, 이날 발의했다.

이날 발의된 '민간의 희생법'에는 열린우리당 74명, 한나라당 11명, 민주노동당 10명, 민주당 5명, 무소속 2명 등 모두 102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으며 대표발의는 김원웅 의원이 했다. 또 제주출신으로는 강 의원 외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도 동참했다.

강창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6.25전쟁을 전후해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과 직접 관련이 없는 많은 민간인들이 국군·경찰과 국제연합군 등에 의하여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등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이 많이 있으나 제주 4.3사건, 거창사건 및 노근리 사건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정부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나 희생자 등에 대한 명예회복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법 취지를 말했다.

강 의원은 "제주4.3사건, 거창사건 및 노근리사건의 경우에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나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으며, 여수·산청·순천·함평·강화·대전 등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면서 "현재 드러나고 있는 이들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사건에 대하여 개별입법 보다는 6.25전쟁전후 민간인희생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사건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통합입법을 마련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게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의된 '민간인 희생법'은 1948년 8월 1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국군·경찰·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희생당한 사건에 대해 2~3년간 진상규명위를 설치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관련자료와 출석을 요구할 수 있으며, 출석 불응자에 대해서는 동행명령장을 위원회 의결로 발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한편 이날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민간인 희생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올 연말로 예정된 제주4.3특별법 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1년 제정된 제주4.3특별법은 한나라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극우보수단체들의 극력한 반대에 부딪혀 정상적인 법률 제정에 한계를 보여 진상규명 조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로 4.3진상보고서작성단이 2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증언청취에서 군과 경찰 등 일부 기관이 자료 제출에 협조를 하지 않거나 진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4.3양민학살에 대한 군 지휘계통을 밝혀내거나 미군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를 노출시켰었다.

'민간의 희생법'에는 이 같은 한계를 감안해 위원회에 자료제출과 증언자의 출석을 의무화하도록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4.3특별법 개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식 제주4.3연구소 연구실장은 "4.3특별법이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당시 정치 상황에 의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특히 6.25 직후 예비검속(소위 모슬포 백조일손 사건)과 형무소에 수감 당했다가 6.25전쟁직후 학살당한 사건에 대해서는 4.3특별법상 신고나 명예회복 규정은 있으나 조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민간인 희생법'이 이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찬식 실장은 "이 때문에 형무소에서 희생당한 희생자들은 수형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직도 희생자 선정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민간인 희생법'이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앞으로 제주4.3특별법을 개정하는 데 있어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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