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제주지부가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자율학교'(i-좋은학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전교조제주지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학교 구성원(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고도의 자율권을 가지고 운영하는 학교는 우리 교사들은 물론 모든 교육주체들이 소망하는 학교의 모습일 것"이라며 "하지만 자율권과 각종 혜택이 전체학교가 아니라 일부 특정학교에만 주어지게 된다면 공교육에 끼칠 파행적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상의 자율학교에 대해 전교조는 '졸속추진' '영어중심 학교' '부당한 교육행정' '일반학교의 교육여건 악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도교육청은 국제화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제주지역의 차별화된 교육인프라 구축과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외국어교육 및 국제이해교육 기반 구축을 위해 i-좋은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대상학교를 선정하기 위해 공모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 계획은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까지도 자율학교로 지정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초등학교부터 자율학교여야만 하는지, 그 외의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고뇌 없이 너무 급하게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교조는 "지금까지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시범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몇 년 후에는 그것을 전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전제돼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10개 시범학교 운영 후 ‘타 지역 확대 검토’라는 말로 결과가 예측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지원되는 예산의 한계로 인한 고육지책(?)일 수도 있으나 제주지역 전체 학생들에게 교육청이 주장하는 대로의 좋은 뜻이 집행되지 않을 거라면 애초 시작하지 말아야 더 옳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교육청, 자율학교 졸속 추진 불신…영어만 추종하는 영어 중심 학교로 변모

전교조는 "초등교육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함양하는 과정"이라며 "그럼에도 국제화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영어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이 운영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는 "교육청은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다"며 "법에 보장되어 있다고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권한은 인정할 수 있으나, 방법은 옳지 않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교육과정의 자율운영(4학년-340 시간, 6학년-375시간 정도 자율 운영 가능)을 내세우고 있는 i-좋은학교는 영어 수업 시수 또는 영어로 수업하는 시수를 늘리는 영어 중심학교로 운영될 것이라 예상된다"며 "교육청에서는 운영모델로 5가지를 제시했는데 그나마 이들 모형을 골고루 운영해보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외국어교육도 오로지 영어만 생각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 소수를 위한 특별(?)한 교육 계획하는 부당 교육행정…일반학교 교육여건 악화

전교조는 "교육청의 계획은 다수 모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선택받은 아이들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특별재정지원이나, 교원을 배치 기준 이상 배치하겠다는 것 등은 모두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몇몇 소수에게 집중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전체적인 예산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교육청이 본연의 역할은 포기하고 특별한 학부모들의 요구에 편승해 영어를 중심으로 한 특별한 학교,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주력하겠다는 것은 교육행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도 예체능, 과학, 독서/논술, 발표.토론 등의 창의적, 체험 위주 프로그램 등을 계획하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계획은 소인수 학급이거나 다양한 교사진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교조는 "특별재정지원이나 교원의 배치 기준 이상 배치는 결국 그 외의 일반 학교 예산과 교원의 배치를 상대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것은 교육기회의 평등성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육은 단기적 성과를 목적으로 할 경우 대부분 파행적으로 흐르게 된다"며 " 도심공동화학교, 소규모학교의 균형발전에 대한 고민을 진심으로 하고 있다면 이런 방향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우리가 위에서 제기한 문제점 및 우려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함께, 성실한 답변을 도민들에게 해야 한다"며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 후, 시행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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