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미화와 함께하는 평등·평화 여성수다방'

아줌마들의 유쾌한 수다방이 열렸다.

19일 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영순·김영란)와 신시가지부녀회협의회가 마련한 '김미화와 함께 하는 평등·평화 여성수다방'.

아파트 주민들과의 수다에 앞서 만난 개그우먼 김미화씨(41)는 자그마한 체구에 아주 앳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방송에서 보여주던 그런 폭발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역시 그녀는 무대 체질인가 보다.

무대에 올라서고 마이크를 잡고 나니 그 자그마한 몸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마력을 쏟아냈다.

주말 저녁이 주부들에게 있어서 결코 한가한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주민들은 좌석을 가득 메울 정도였고 주부들만이 아닌 가족동반 참여자들도 많았다.

"조용필 콘서트에 안 가고 여기 온 것은 남는 장사예요. 일단 돈이 안 들었잖아요"라며 김미화씨는 초반부터 편안한 수다를 이끌어 갔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사고 필요"

▲ 개그우먼 김미화씨.
"나는 항상 전유성씨의 창의적 사고에 놀라움을 느낀다. 클래식 등 아이들에게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웬만한 음악회는 대부분 6~7세 아동 동행 불가다. 그러면 어떻게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할 수 있겠는가. 전유성씨는 실험적으로 '아이들이 떠들어도 좋은 음악회'를 개최했는데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고 지나치는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사고를 전환한다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고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22년간 방송활동을 해 오고 있지만 코미디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변화가 없으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기 힘들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 코미디다. 처음 '개그콘서트'를 시작할 때는 모험에 가까웠다. 신인들과 함께 그런 프로를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이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나'는 '개콘'을 강행하자고 했고 후배들과 끊임없이 아이디어 전쟁을 치렀다. 그것은 정말 사람의 머리를 쥐어짜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일에 미치다시피 노력한 결과가 바로 '개그콘서트'의 성공이다. 전문분야에서의 일만이 아니라 전업주부도 '내 된장찌개 솜씨는 우리 동네서 최고야'라고 할 수 있으면 그 것 또한 크나 큰 성공이다"

"거창한 사회운동이 있는 것 아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 우리 엄마는 건물의 청소부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 일을 하면서 엄마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멸시였다. 똑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방송국의 경비 아저씨나 청소하시는 아줌마들에게 인사를 잘 한다. 같은 사람으로서 어른에 대한 예우로 말이다.

호주제 폐지운동에 대해서도 큰 의식 없이 시작하게 됐다. 지금도 나는 전사적인 여성운동가는 못 된다. 내가 호주제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 문제라는 의식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단지 결혼할 당시 시집에 나의 특별한(?) 상황이 알려질까 조바심을 냈던 정도였다. 한 여성단체의 홍보대사 활동을 하던 중 '나, 김미화도 이런이런 일을 겪었지만 잘 살고 있다. 그러니 힘든 상황에 있는 다른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살아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이것이 기사화 된 것. 단순히 호주제 폐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한 얘기인데 이 일로 엄마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결과가 생겼다.

   
한번은 민우회라는 단체의 행사에 참석하게 됐는데 여기서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쓴 일기를 보고 호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재혼한 엄마로 인해 새아버지와 다른 성을 가진 아이. 그로 인해 아이가 받은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 아이가 새아버지와 같은 성을 갖게 하려면 현실적으로 입양형식을 취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자기 자식을 입양한다? 얼마나 우습고 슬픈 일인가.

거창하게 어떤 사회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것도 컴퓨터를 잘 모르면 자녀들에게 도움을 좀 받아서 관련 단체에 호주제 폐지에 관한 의견을 게재하면 그것이 바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혼을 겪으면서 내 생활을 한번 돌아보게 됐다. 일에서는 별 실패가 없었지만 과연 가정내에서 나 자신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며 살았는지, 남편·아이들과 함께 행복해지려고 최선을 다했는가? 결론은 그렇지 못하다 이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은 이유를 묻자 '돈 많이 벌어와서 좋은 엄마'라는 말밖에는 못 들었다. 같이 있어줘야 할 시기에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지금은 딸들이 엄마와 같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엄마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열심히 생활해 온 엄마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지만 그것이 엄마의 좋은 점은 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참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도 엄마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또 다른 최고로 만들어 준다. 아이들을 소중하게 잘 키움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을 통해 발휘되는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인가"

▲ 아이들과 함께한 부부가 김미화의 수다에 푹 빠져 있다.
"자기 목소리 확실하게 내는 것이 중요"

"어떤 일이든 그 분야에서(비록 그게 아주 사소하게 느껴질지라도) 최고가 되려는 노력, 실생활에서 느끼는 사소한 생각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여성들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 아닌 여성운동이다.

어릴 때부터의 유일한 꿈이 코미디언이었던 나는 행운아다. 그래서 현재의 직업에 120% 만족감을 느낀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이다 보니 사생활 보호가 힘들고 사회적으로 부딪치는 편견도 많다. 연예인이라는 공인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영향력이 크지만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왜곡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연예인이 소신을 갖고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격려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생활 속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실천하는 쉬울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일인 것이다"

한국여성재단 후원 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수다방에서 김미화씨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말은 '웃기고 자빠졌네'다. 나쁜 뜻이 아닌 정말 말 그대로 무대에서 사람들을 웃기다 쓰러지고 싶다"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 정말 환한 빛을 느끼게 했다.

▲ 수다방에 들어온 지역 주민들이 김미화의 입담에 다들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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