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창립 15주년 기념…'4.3진상규명 명예회복의 중심 축'

제주4.3연구소가 24일로 창립 15주년 행사를 갖는다. 

2003년 4.3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발간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건 발발 55년만에 만에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국가를 대표해 공식사과를 함으로써 반세기 넘게 제주도민들을 짓눌러 왔던 4.3의 상처를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나 뒤돌아 보면 이것은 말못할 고난과 투쟁, 그리고 눈물의 결과였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50여년동안 말없이 싸워왔던 도민들의 의지가 비로소 '화해와 상생'의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도민의 한 가운데 제주4.3연구소(소장 이규배)가 있었다는 점은 제주4.3 진상규명의 역사에서 이제는 누구도 부정 못할 역사적 진실이 됐다. 그 4.3연구소가 강산을 한번 반 바꾼 15살의 나이를 맞게 됐다. 4.3연구소의 정식 생일은 1989년 5월10일. 그러나 6.5 재선거 시기와 겹치면서 15주년 생일잔치를 연기하게 됐다.

미미한 첫 출발…그러나 그들은 마침내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 냈다

4.3연구소의 출발은 초라했다. 비록 87년 6월 항쟁으로 우리사회에 민주화의 빛이 깃 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제주에서 '4.3'은 술 한잔에 취하지 않고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연구소의 출범은 70년대부터 "4.3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허스름한 술집에서, 때로는 정보기관의 눈을 피해 다락방에서 토론에 토론을 거듭해 왔던 인사들에 의해 주도됐다.

순이삼촌의 저자인 현기영 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지금은 고인이 돼 버린 정윤형 홍익대 교수, 김명식 시인,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고창훈 제주대 교수 등등…. 지금은 한국과 제주사회를 이끄는 버팀목이지만 그 당시는 그야말로 재야운동가이자 재야학자였다.

4.3연구소의 첫 출발은 미미했으나 '4.3'이 갖는 역사적 무게를 반영하듯 4.3연구소는 지난 15년간 제주사회를 넘어 한국사회에서 4.3 진상규명에 대한 실천적 투쟁과 학술적 이론을 이끌어 낸 중심축이었다.

4.3 진상규명에 대한 실천적 투쟁과 학술적 이론 이끌어 내

15년간 연구소의 연구성과만 하더라도 4.3논의의 첫 물꼬를 트게 했던 증언채록집 '이제는 말햄수다'를 비롯해 '4.3장정' '제주항쟁' '제주신보' '미군정보고서' '국회양민학살진상보고서'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 등 20여권의 단행본과 각종 자료집을 발간해 왔다.

4.3진상규명의 획기적인 단초를 제공했던 것은 1992년 4월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굴에서 4.3피해 유골 11구를 발굴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다랑쉬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제주사회는 '진상규명'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고, 그 이후 1994년 3월에는 애월읍 발이오름에서 유골 1구를 추가로 발굴하기도 했다.

연구소는 또 4.3당시 제주도의 유일한 일간지였던 제주신보를 발굴했으며, 1947년에 작성된 남로당 문건 등을 발굴해 4.3연구의 1차적 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장조사와 학술조사를 진행시켜왔다.

1992년 다랑쉬굴 발굴...4.3진상규명 급물살 획기적 단초 마련

또 안덕면 동광리의 큰넓궤, 조천읍의 낙선동 4.3성터, 백조일손지지, 이덕구 산전, 시오름 주둔소, 현의합장묘 등 수많은 학살터와 피신처 등 도내에 산재해 있는 4.3유적지를 발굴했으며, 지난 15년간 400여회의 4.3역사기행을 통해 국내외 3만여명에게 고난의 역사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1998년에는 제주에서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제주4.3을 동아시아 고통의 역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제주4.3의 국제화에 노력하는 한편,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기간에는 미국와 유럽, 일본, 중국 등의 외신에 제주4.3을 알리는데 심혈을 쏟기도 했다. 

제주4.3 연구소는 1989년 도내 11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4월제 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제41주기 4.3추모제를 주도적으로 개최하면서 지금의 범도민 4.3위령제의 밑돌도 놓았다.

4.3 진상규명 유공자, 장정언·김영훈·양조훈·김종민씨에게 감사패 전달

연구소는 24일 오후6시30분 제주시 파라다이스회관에서 창립 15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를 갖는다.

이날 행사에서는 4.3연구소를 이끌어 왔던 현기영 초대 소장 겸 이사장과 고 정윤형 교수, 고창훈 교수, 김창후 전 소장에게 공로패를 주는 한편,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남다른 공헌을 한 장정언 전 국회의원, 김영훈 제주시장(전 도의회 4.3특위위원장), 양조훈 4.3중앙위 수석전문위원(전 제민일보 4.3특별취재반장) 김종민 4.3중앙위 전문위원(전 제민일보 4.3특별취재반)에게 감사패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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