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검찰·변호인, 1월3~4일 16·17차 공판…12일 결심 합의
15차 공판 갖가지 뉴스 양산…1심 선고 1월말 될 듯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에 대한 검찰의 6개월 수사와 15차례 이어진 재판의 마무리가 보이고 있다.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측은 28일 15차 공판 휴정 중에 결심공판을 내년 1월12일 갖기로 협의를 마쳤다. 이에 따라 공무원 선거개입 1심 선고공판은 1월말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5분까지 12시간 가까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태환 지사 등 7명에 대한 15차 공판을 속개했다.

15차 공판은 시작부터 속기 컴퓨터의 말썽으로 두차례나 정회되고, 김 지사의 검찰 진술.신문조서 전면부인, 재판장 발언에 대한 일부 언론의 오보와 '발언해명', 선거개입 혐의의 핵심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조직표'와 '주간동향보고서'의 작성 재현 모습 동영상 법정 공개 등 이제까지 이뤄진 재판 중 가장 풍성한 뉴스를 낳았다.

# 한글 97 밖에 안되는 법원 속기사 PC…이번엔 '부팅'안돼 말썽

공무원 선거개입 재판이 사상 처음을 '공판중심주의'로 진행되면서 '속기록'이 아주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측의 심문사항을 미리 디스켓으로 준비해 올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법원 속기사 컴퓨터는 한글 97만 깔려서 상위버전의 문서를 불러올 수 없다. 변호인측은 몇차례 상위버전으로 심문사항을 만들어와 진판진행이 더뎌지기도 했다.

28일 열린 15차 공판에서는 낡은 법원 속기사 컴퓨터가 아예 '부팅'이 되지 않아 40분간 두차례나 정회되는 해프닝을 벌어졌다.

# 김 지사, 검찰의 피고인심문 '묵비권'에 이어 '진술.신문조서' 전면 부인

이날 공판은 그동안 김 지사 등 피고인들이 검찰의 '피고인심문'과 '증인심문'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자,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재판부가 직접 '검찰 피의자 진술.신문조서'에 대한 심문을 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재판부의 '진술.신문조서'에 대해 '그런 진술한 적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전면 부인했다.

김 지사는 "검찰이 내놓은 진술서는 '인장'만 같다"면서 "검찰에 진술서를 제출한 기억도 나지 않은다"고 부인했다.

재판부가 진술서를 직접 보여주며 '간인'은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지사는 "기억이 없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지난 공판에서 '서명과 날인'을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김 지사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김 지사는 검찰 조서의 '학력이나 성명, 경력은 누가 대신 작성했느냐'고 거듭 추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했다.

김 지사가 검찰 진술조서를 계속 묵비권과 전면 부인,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하자 재판부는 다소 화가난 듯 "이런 식으로 계속 답변하실 겁니까"라고 물었으나 역시 "답변하지 않겠다"라고만 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리한 부분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유리한 부분까지 답변을 거부하고 진술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안느냐"며 "피고인도 조서를 여러번 보고 변호인도 봤을 텐데 상식적인 수준에서 답변할 것은 답변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답변을 유도했지만 이마저도 김 지사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공판에서 검찰 조서를 전면 부인하는 '희귀한' 상황이 벌어지자 제주지법 김상환 판사 등이 직접 재판장에서 나와 지켜보기도 했다.

# 재판장, "재판 중 해외에 못간다"→일부 언론 '출국금지'→"법원이 출국금지 할 수 있느냐" 해명

오후 2시에 속개된 재판에서 재판부는 "김태환 피고인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해외에 못나간다"며 "그렇게 준비하도록 해달라"고 변호인과 김 지사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김태환 지사 재판끝날 때까지 출국금지'라고 한발 앞선(?)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가 인터넷 '포털'을 통해 올라오자 일부 중앙언론사까지 받아 쓰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진의가 왜곡됐다며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7시30분 재개된 재판에 앞서 "법원이 어떻게 출국금지를 할 수 있느냐"고 분명하게 출국금지가 아님을 밝혔다.

고 수석부장판사는 "김태환 피고인의 1월달 스케줄을 변호인측에서 받았다"며 "김 피고인의 1월 일정을 보니 모든 요일에 행사가 있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수석부장판사는 "법원이 기일을 지정할 때 따라 달라는 뜻으로 해외출장을 삼가하라고 말한 것"이라며 "재판이 끝난 후 해외출장을 가란 의미"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고 수석부장판사는 "일부 언론에서 출국금지라고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둘러 기사를 수정해 줬으면 한다"고 자신의 진의를 전달했다.

# 국과수 필적감정 결과 검찰 압수 '김 지사 업무일지' '메모' 모두 '일치'

국과수 필적 감정결과 피고인들의 필적이 검찰에서 압수한 업무일지와 메모 등의 필적과 모두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적 감정을 위해 증인으로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양모씨는 "김태환 지사 등 5명의 필적이 검찰에서 압수한 업무일지와 메모 등에 기재된 필적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양씨는 "제주지법으로부터 의뢰받은 증거물 김 지사의 '업무일지', '산남지역 책임자 추천의 건' '지역별.직능별 특별관리조직책임자 현황' '전화자료 일부' 등을 필적감정했다"며 "대조증거물로 김 지사의 평소필적 5매와 시험필적 5매, 현모 피고인의 평소필적 6매와 시필 3매, 양모 피고인의 평소필적 11매와 시필 5매, 송모 피고인의 평소필적 6매와 시필 4매, 김모 피고인의 평소필적 5매와 시필 4매를 넘겨 받았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증인으로 나선 대검찰청 필적감정인 윤모씨도 국과수의 감정결과와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변호인은 두가지 감정결과에 대해 '부동의'하는 입장"이라며 "위법하게 압수한 증거물로 한 필적감정은 증거로 쓸수 없기 때문에 반대 심문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고,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 공무원 선거개입 결정적 증거 '주간동향보고서' 작성 모습 법정서 공개 상영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의 결정적인 증거로 되고 있는 '주간동향보고서'와 '조직표'를 작성하는 모습이 법정에서 재현됐다.

재판부는 '조직표'와 '주간동향보고서'를 작성한 핵심 증인 김모씨가 3번째 구인에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자 검찰 조사과정에서 촬영된 '주간보고서' 동영상을 법정에서 틀어 증거조사를 벌였다.

재판부는 "김씨가 3번째 구인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어쩔 수없이 증거조사를 하겠다"며 "김씨는 경남 통영에서 사고를 수습한 후 법정에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출석하지 않고 행방이 묘연하다"고 증거조사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동영상 파일을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김태환 지사를 소환 조사할 당시 '조직표'와 '주간동향보고서'를 사촌인 김씨가 작성했다고 진술했다"며 "이에 사촌 김씨를 소환조사하자 자신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해 핵심 증인에게 시켜 작성한 것이라고 해서 조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컴퓨터 사용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 문건 중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기억되는 문건을 작성해 보라고 했었다"며 "김씨는 검찰 수사관 컴퓨터에서 당시 '조직표'와 '주간동향보고서' 등 3종류의 문건을 작성했고, 본 법정에서는 '주간보고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고 재판부에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검찰에서 촬영한 화면에는 김씨의 얼굴이 나오지 않고 옆모습만 나와 본인인지 확인할 자료가 없다"며 "촬영 시간가 장소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측은 "컴퓨터 조작을 임의로 하는 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화면폭도 너무 좁다"며 "실제 작업하는 있는 문서내용이 화면판독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측은 "김씨가 검찰에서 작성한 문서의 출력물도 동일한 것인지 담보할 수 없고,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며 "이 때문에 검찰의 동영상 파일은 증거가치나 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동영상 파일에 대한 증거조사를 마쳤다"며 "CD 검증도 마쳤다"고 증거채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1월3~4일 다른 피고인 '검찰 신문.진술조서' 심문…12일 최후 변론 및 검찰 구형 결심공판

재판부는 15차 공판에서 피의자 신문.진술조서에 대한 심문을 김 지사만 하고 10시5분경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3~4일 다른 피고인에 대한 '검찰 신문.진술조서' 심문을 벌이겠다"며 "김태환 피고인은 4일 상공회의소 신년하례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지사는 "그날은 새해 제주도민에 대한 첫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도민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날"이라며 "재판부가 혜량을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1월3일 오전 10시부터, 4일은 오후 2시부터 16~17차 공판 기일을 잡고 마무리했다.

한편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측은 휴정기간 동안 향후 기일에 대해 협의를 한 끝에 오는 12일 최후변론과 검찰의 구형을 하는 결심공판을 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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