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하는 사회의 건설
학습하는 사회의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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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발전 장기전망을 위하여
세계화. 지방화 시대에 지방정부의 주요 과제를 요약한다면, 세계화의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무한경쟁의 국내. 외적 환경 속에서, 경제. 사회. 문화. 기타 여러 측면에 걸쳐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라 하겠다.

지방자치시대에 도시개발과 경영을 위한 이념과 전략과 정책은, 그 지역사회와 개개 주민들에 의해 지지를 받기도 하고 거부당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과정에서 극심한 여론분열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또 소수의 의도적인 여론몰이로 지지를 획득하거나, 소지역주의나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일도 드물지만은 않다. 때로는 지방의회나 집행부의 불순한 의도가 도시경영을 그르치는 빌미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지방자치시대에는 지역사회의 지적. 정신적 수준이 지역발전의 수준과 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언컨대, 지역사회를 학습 조직화하는 데 성공하면 지방경영은 성공할 것이요, 실패하면 실패할 것이다.

왜 ‘학습하는 사회’인가?

경영전략의 하나로 최근 강조되고 있는, ‘학습전략’을 설명하는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물오리 이야기가 있다. “물위를 평온하게 미끄러지면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물오리! 그러나 그 물밑을 보라. 물오리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미친 듯이 물갈퀴로 저어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우아하게 물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만 그런 물 갈퀴질 없이 물오리가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학습’은 지역사회의 경우에 비유하자면, 바로 물오리의 미친 듯한 물 갈퀴질과 같은 것이다.

‘학습하는 사회’란 간단히 말하자면,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지역사회의 내적. 외적 환경과 관련한 지식과 정보를 지역주민들이 공유함과 함께 이를 통하여 그와 같은 환경적 조건들에 정밀하게 대응해가면서, 다시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여나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의미한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잠재적. 실재적 가용자원을 극대화해 나갈 수 있으며 동시에, 그 과정에서 효율성과 생산성 및 타당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참여체제가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세계는 이제 경쟁(Competition), 고객(Customer), 변화(Change)로 대표되는, 이른바 3C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고 할 때, 우리에게 그것은 발상의 극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3C는 전통적 패러다임이 함축하는 가치들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자치단체나 지역사화의 대내외적 자생력과 경쟁력은 그 구성원들이 달라지는 세계사적 추세에 대한 ‘학습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요컨대,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시의 적절한 ‘학습’의 힘에 의해서 우리는 그야말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도시개발과 경영을 위한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타당한 선택이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귀포 지역사회의 경우, 그 유효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학습’은 필수불가결하다. ‘학습’의 소산에 의해서 지역사회 전반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적. 정신적인 힘을 실제적으로 획득하지 못한다면 서귀포시의 미래는 없다.

‘학습하는 사회’라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보다 전통적인 다음의 예를 보자.

"...집집마다 평균해서 10만 엔, 그리고 회사마다 100만 엔씩 모금을 해 일본 국철이 해주지 않는 신간선 역사를 스스로 건설했다. 고속도로관리공단에서 차일피일 늦추고 있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도 시민들이 스스로 돈을 걷어 추진을 앞당겼고, 각종 구획정리사업과 공공사업은 계획만 세우면 일사천리로 집행된다. 용지매수와 감보율 조정에 주민 모두가 협력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이 글은 대를 이어 지방자치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충북대 강형기교수의 <지방자치 가슴으로 해야 합니다>에 실려 있다. 여기에 언급된 자치단체는 일본시즈오카현 가케가와시이다. 인구 7만으로 서귀포시와 규모는 비슷한데, ‘주민주체의 도시’를 이념으로, 그리고 ‘생애학습도시’를 그 실천테마로 하고 있으며, 바로 앞에 묘사한 장면은 그 결과로서 나타난 시정살림의 모습이다. 가케가와시는 1980년 3억엔이 소요되는 ‘생애학습(평생학습)’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했던 것이다. ‘학습하는 지역사회’는 이렇게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자생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역 개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셈이다.

학습하는 사회, 어떻게 할 것인가?

도시발전전략이라는 관점에서 ‘학습사회’를 추구한 가케가와시에서, 그들의 ‘생애학습운동’의 일환으로 제일 먼저 준비한 것은 그 구심점으로서 중앙생애학습센터이다. 그리고는 지역 내의 모든 도서관과 학교, 우체국, 심지어는 대형슈퍼마켓과 명소들까지 정보를 얻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생애학습시설로 네트워크화 한다.

주민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정립한 18개의 프로젝트들 중에 자신의 취향이나 적성에 맞는 것을 골라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한다. 말하자면 온 도시가 학습장이 되고 온주민이 학습자가 된 것이다. 그들이 생애학습운동의 일환으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가케가와를 배우자는 ‘지역학’이다.

그것은 가케가와의 역사. 문화. 통계 등을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긍지를 갖는, 자기문화에 충살한 사람을 키우자는 뜻을 담고 있다. 지역개발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지역에 애착과 긍지를 갖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은, 관광객들에게 알려줄 무엇을 위해서 ‘향토교육’을 한다는 우리의 ‘관광교육’의 발상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가케가와시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도시개발전략의 일환이라면 서귀포시의 ‘학습사회 건설’도 ‘지역학’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서귀포시의 경우에는 마을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갖춰진 마을문고와 마을회관, 부녀회관,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초근 여기저기 만들어지고 있는 청소년 수련원이나 문화센터들을 체계적으로 네트워크화 함으로써 바로 ‘학습사회 건설’을 위한 전진기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러자면 우선 지역 내에 있는 유관시설이나 기관의 현재 실태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보강과 재배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역할은 기존 서귀포시종합문예회관의 기구를 활용하되 거기에 민간 참여가 가능하도록 조직체계를 조금만 확대 보완하면 충분하다. 이곳은 말하자면 서귀포시를 학습하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 공학적 접근(Social Engineering Approach) 의 기획과 집행본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하드웨어가 갖춰진 다음에는 두뇌역할과 기간요원 역할을 할 자원인사(Resourse people)의 네트워크화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교육. 산업.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각급학교 교원들은 질적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분야별로도 다양하고 양적으로도 풍부하다.이들은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도출하고 집적하고 처리하는 능력과 관련해서 이미 훈련받은 이들이기 때문에 요소요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 각계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그들 각자의 관련분야에 대한 수월성에 의해 일반주민들의 학습활동에 동기를 유발하고 자기향상 욕구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향유하게 될 학습프로그램을 선정하는 데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안목이 요구된다.우선 여론조사와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사한 지역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하여 시의에 맞는 실용적 프로그램들을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학습욕구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외국어나 컴퓨터, 그리고 취미나 여가활용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인문교양부문도 포함되어야 한다. 철학, 문화와 예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 국제화에 대한 이해 등등 일단은 소수에게 국한된 관심을 끌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국제화 혹은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단순한 외국어교육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시설로서의 국제문화교류센터(또는 프로그램)를 도모해 봄직도 하다. 어쨌든 작금에 붐을 일으키고 있는 상업적 접근방식의 ‘교양강좌’를 넘어서는, ‘계몽적 프로그램’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가와사키시의 경우에는 민요. 댄스. 고전문학. 요리. 그림. 외국어 등 취미. 교양. 직업 등 매우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들 주민들은 자주연구그룹을 형성하여 주 1~2회의 자주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 시 안에만 그런 주민학습모임이 465개가 된다고 한다.주민들의 학습주제로서 아마 공통필수의 성격을 띌만한 것은, 생애학습운동의 일환으로 제일먼저 ‘지역학’을 설정했던 가케가와시와 마찬가지로 서귀포시의 역사와 문화, 지역관련 통계 등을 공부하는 일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지방자치에 대한 학습이 거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구조와 과정, 시의회와 시의원의 역할들을 학습해나가는 속에서 명실상부한 지방자치가 실현되도록 하게 만드는 주민감시체제도 가능해진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이해는 미래에 대한 바람직한 전망에 있어서 주민들의 책임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또한 이들 시설과 조직,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주민들에게 정확하고도 시의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즉, 사회교육 종합전달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그것은 주민들로 하여금 학습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학습계획과 실천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시청 웹사이트는 물론, 시정홍보지나 동정홍보지들이 좋은 매개물이 될 수 있으나 어쨌든 핵심은 이들 정보들이 종합적으로 집결되고 주민들이 접근하기가 쉬운 방법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하는 사회라야 하는 진짜 이유

온천관광도시로 우리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벳푸 이웃에 유후인이라는 도시가 있다. 벳푸를 포함하여 주변 거의 모든 도시들이 한창 환락관광개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유후인마찌는 그와는 정반대의 개발방향을 정했다. 즉, 그들의 지역개발의 목표는 “한가롭고 고요한 휴양지” 이었다.여러 모로 우여곡절을 거치기는 했지만 그 목표는 훌륭히 달성되었으며 주민들은 자기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게다가 윤택함까지도 보장받는 삶을 살고 있다.

일촌일품운동으로 유명한 오오야마마찌의 지역개발의 지표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계속 살고 싶어지는 지역을 만들자.
둘째, 이사를 와 살고 싶어지는 지역을 만들자.
셋째, 꿈과 희망과 긍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들자.

그리고 그들은 성공했다. 개발을 위한 개발은 오히려 쉽다. 그러나 개발은 성공했으되 지역주민들은 오히려 떠나고 싶은 곳이 되고 만다면 그런 개발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개발의 결과로써 환경은 망쳐지고 교육은 황폐해지고 만다면 그런 개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사람들이 떠나간 곳이 아무리 휘황찬란하면 어쩔 것인가? 환락을 좇아 부나비처럼 떠도는 유람객들이나 들락거리는 개발이라면 우리는 왜 그런 개발에 목을 매야 하는가?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전개되는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학습활동’을 통하여 닦아지는 지역주민들의 지적이고 정신적인 역량은 바로 지역주민들에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자생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지역개발의 원동력이다.

침체되어 있는 지역사회를 위한 돌파구를 창출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사기진작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서귀포시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학습하는 사회 건설, 그것이 서귀포시가 살 길이다. 어쩌면 유일한 생존전략이다
<김학준의 우리는 이어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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