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 홍성직 원장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의료원 적자가 ‘난방 중단 사태’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제주의료원은 노인전문병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미 태생적으로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료원을 운영하다보면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주의료원 원장이 ‘제주의료원 문제에 대해 도민여러분께~’라는 반론을 통해 의료원 적자를 장황하게 써간 것도 그런 어려움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의료원의 적자가 지난 금요일(5일) 발생한 ‘난방 중단 사태’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노인환자들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치매환자들과 정신과 환자들까지 입원해 있는 의료원에서 적자라는 이유만으로 엄혹한 겨울에 난방을 중단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원의 적자가 이유가 될 수 없으며 그것은 경영진이나 의료진들이 환자에 대한 집중성을 놓쳐버렸기 때문’임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론에는 ‘의료원 적자’ 문제가 중요하게 거론되어지고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구차한 핑계’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을 은폐하고 반성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일 뿐 아니라
대중을 속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죄악입니다.

제주의료원장은 노조 성명에 대한 반론에서 또 다시 크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1. 반론에서 의료원장은 “겨울철이어도 해가 있는 낮 시간에는 난방 가동시 온도 상승으로 창을 열어 환기를 하거나 방마다 있는 난방 조절기를 꺼놓는 일이 예사”이고 “유류 부족에 따른 난방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금요일 12시부터 각 병실의 온도를 확인하면서 난방을 서너시간 중단했지만 이로 인한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후 정상적인 난방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료원의 난방은 평소 방제실 소관으로 운영되어집니다. 그러나 이날 ‘난방 중단 사태’는 총무과와 소통되고 각 병동별로 공지된 상황에서 이뤄졌으며, 처음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던 의료원이 ‘서너시간 중단’으로 일부 시인(?)하고는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5일에만 오전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난방시설이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예정되었던 매주 1~2회 있는 노인환자 목욕봉사에 차질을 빗기도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에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1층과 2층에 입원해 있는 노인환자들의 목욕봉사를 해주고 갑니다. 그러나 이날 난방이 중단되면서 도저히 추워 1층에 입원한 환자들은 부득이 목욕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2층의 신경과 노인환자들의 경우 목욕 후 너무 추워 옷을 껴입고 간병사들이 담요를 구해와 나눠주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병동에서는 추위를 견디다 못한 환자들의 항의도 빈번했습니다. 당시 병동에는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급기야 지난 5~6일 이후 감기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노인환자들은 환경변화에 민감합니다. 겨울에도 따뜻한 날이 있고 추운 날이 있습니다. 당시는 날씨가 굉장히 추웠는데 ‘난방기기를 껐다 켰다 하고 창문을 열어 온기를 조절한다는 것, 난방 중단 사태로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환자들과 의료원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주장입니다.

2. 두 번째 반론문을 통해 “염소 난방시설’에 대해 ‘임신한 염소가 겨울에 출산하게 되면 염소 움막에 석유곤로라도 들여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나가는 얘기로 한 사실은 있으나 임신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 해프닝으로 끝난 일”을 가지고 “노조가 대중을 호도하는 것은 성명서의 저의를 의심케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염소 얘기로 공방이 이루어지는 것이 구차스럽기도 하지만, ‘성명서의 저의’를 의심받는 상황이기에 사실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지난 해 의료원이 염소를 구입한 후 총무과 담당이 노조 전임자에게 ‘염소난방시설 비용이 ‘300만원가량 소요될 것 같다. 노조에서 동의해 달라’라고 얘기한 적이 있고, 이후 의료원 내에서는 ‘돈도 없다면서 무슨 염소 난방시설을 하는 데 300만원씩이나 쓰겠다는 거냐?’라는 ‘말도 안 된다’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결국 그 계획은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염소 난방시설을 ‘석유곤로’로 둔갑시켜 마치 노조가 대중을 호도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정말 ‘석유곤로’ 수준이었다면 굳이 ‘해프닝’으로 끝날 이유가 없습니다. 염소의 임신여부와 상관없이 그 정도로 염소들의 겨울나기가 가능하다면야 그냥 하나 갖다놓으면 될 일 아닙니까? 앞뒤가 조금 억지스럽지 않으신가요?

3. 세 번째, 의료원장은 반론을 통해 “노조가 관사만 처분해도 기름 값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겨울에는 한달 기름값이 4~5천만원에 이르고 관사를 판 돈으로 몇 달 기름값이나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주장하면서 노조가 마치 억지를 부리며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기름값이 없어 난방이 중단된 사태에 대해 지적한 후 “제주의료원이 진정으로 환자를 생각한다면 사실 기름값 정도는 원장의 관사만 처분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적시했습니다. 관사 처분으로 ‘의료원의 년간 기름 값 모두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난방이 중단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년간 관리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름값을 집 한 채 팔아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상대방의 지적을 뒤틀어서 받아들이고 이를 꼬아서 되받아치는 행위야 말로 비겁한 것입니다. 

지난 2005년 결산서를 기준으로 할 때 제주의료원의 연간 연료비는 3억8천만원 정도이고, 현재 미지급된 연료비가 1억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번 유류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미지급된 연료비 1억원 때문이었고, 정말 이 정도의 돈도 없어 난방이 중단되었다면 관사라도 처분했어야 될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의료원장은 거짓 사실을 근거로 노조의 주장을 왜곡하고 자신을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원장은 ‘반론’을 통해 의료원이 관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유로 “예전에 전셋집을 관사로 쓰면서 전세비를 돌려받지 못한 예도 있고, 집이 없는 원장이 임명될 수 있는 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견지에서 처분하지 말자는 이사회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초대 원장인 이용희 전 원장이 의료원을 운영할 때는 관사 자체가 없었으며, 현재의 관사는 강동헌 전 원장이 취임한 이후 구입한 것입니다. 당시에도 노조는 ‘의료원이 별도로 빌라구조의 의사숙소를 갖고 있고, 경영도 어려운데 굳이 관사를 구입해야겠느냐?’며 항의했었고, 수차례에 걸쳐 경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관사 매각을 요구해왔었습니다. 그런데 언제 전세로 관사를 이용했는지, 전세비를 돌려받지 못한 예가 뭔지 도저히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관사 매각에 대해 ‘처분하지 말자는 이사회의 의견’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 원장 임용이후 단 한 번도 관사 매각과 관련해서 이사회에서 거론된 적이 없습니다. 노조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손바닥으로 얼마나 많은 하늘을 가리려 합니까?

현재 관사가 비어 있습니다. 언제 집이 없는 원장이 임용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설령 그런 원장이 임용된다 하더라도 의사숙소가 있지 않습니까? 비어둔 채 방치되는 관사를 매각해서 어려운 경영에 보태는 게 좋지 않겠냐는 노조의 요구가 그렇게 문제가 될까요?

의료원장이라면, 경영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직원들, 환자들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합리적이지 못한 경영방식이나 구조에 대해 검토하는 적극성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4. 의료원장은 반론을 통해 “섬기고 나누며 인간중심의 병원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의료연대제주지역지부보다 덜한 제주의료원 식구는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며 성명서에 언급한 것처럼 반환자적 작태 운운한 것은 지나친 표현일 뿐만 아니라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료원장은 자꾸 외면하고픈 사실이겠지만, ‘제주의료원 식구’들 절반 이상이 의료연대제주지역지부 조합원이고, 이들이 의료연대제주지역지부 조합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노조의 성명서는 원장이 말하는 ‘제주의료원 식구’들을 향한 것이 아닌 경영대표인 ‘원장’을 상대로 한 성명서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며, 노조와 조합원들을 갈라놓고자 하는 어떠한 시도와 행위도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엄중 경고합니다.

또한 이번 제주의료원의 ‘난방 중단 사태’는 명백히 ‘반환자적인 작태이며,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하지 못하면 의료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환자들을 잊어버리고 갈 수 있습니다.

손으로 하늘을 모두 가릴 수 없기에
‘솔직함’이 개혁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개혁의 기본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지 ‘감춤’이 아닙니다. 솔직함으로 지난 5일과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시민단체 대표를 역임했던 현 의료원장이 취임할 당시 좀 더 개혁적이고 공공성이 도드라지는 제주의료원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현 의료원장 취임이후 연일 언론에서는 ‘경영악화’ 심지어 ‘망한다’는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보도만 들려왔습니다. 대부분 현 의료원장의 입과 글을 통해서입니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정부 지원의 부족만을 탓하는 제주의료원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치장해가는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합니다. 이미지는 화려하나 구체적인 상이 잡히지 않는 계획과 경영으로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고, 의료원 노동자들로부터, 제주도민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한다면 이미 실패한 것입니다.

우리는 의료원장이 솔직하지 못하고, 주변의 비판을 적대시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그런 원장이 아니길 기대합니다. 또한 공공병원 원장이 환자에 대한 집중성을 놓쳐버리면 제주지역 의료환경이 피폐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직시하고 환자 중심의 병원, 사람 중심의 병원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 강석수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제주지부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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