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실무위, 유족 의견 수용키로...도지사 첫 회의 시작직후 빠져나가

제주4.3 평화공원내 위패봉안소가 확장된다. 4.3 행불인 유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독비(獨碑)설치문제도 원칙적으로 수용됐다.

제주도 4.3실무위원회(위원장 김태환 도지사)는 29일 오전 10시 도청 회의실에서 실무위원회 42차 회의를 열고 4.3 유족들이 확장을 요구하고 있는 평화공원 위령제단 안쪽에 마련된 위패봉안소를 확장키로 했다.

4.3유족들은 위패봉안소가 10평정도 밖에 안돼 4.3추모제 행사당일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며, 별도의 출구도 마련되지 않아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확장을 요구했고, 이날 실무위원들도 유족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위패봉안소를 확장키로 결의했다.

이와 관련 김태환 지사는 위패봉안소 확장공사를 서둘러 착수해 내년 4월3일 이전에 준공할 수 있도록 하되, 4.3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다시는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실무위원회에서는 또 4.3유족회, 특히 행불인 유족들이 요구한 행불인 희생자에 대한 '독비(獨碑)'도 유족회의 의견을 원칙적으로 수용키로 하되 독비의 형태나 공간 규모, 위치 등은 계속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 회의에 참석한 4.3실무위원회 위원들.
일부 위원들은 독비 설치와 관련해 "반드시 독비가 필요 하느냐" "모든 유족들이 독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도 제기했으나 유족들의 건의사항을 들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독비를 설치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지금까지 두 차례나 심의를 벌였던 4.3평화공원 조성 자문위원회 설치에 대해 논의를 벌인 끝에 자문역할을 담당할 자문위원회를 도지사 훈령으로 설치키로 했다.

자문위원회는 4.3사료관 건축 및 전시계획, 시설물 구상, 자료수집과 고증자문 등의 역할을 담당할 건축과 미술, 조경, 디자인, 컨텐츠 분야, 4.3 역사학자 등 15명 가량으로 구성되게 된다.

4.3실무위원회는 또 이날 회의에서 사망자 208명, 행방불명자 92명 등 모두 300명을 희생자로 심의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김태환 지사가 실무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첫 회의에 참석했으나 5분가량 인사말만 한 후 조명철 부위원장에게  회의진행을 맡긴 채 나가버렸다.

특히 이날 회의는 당초 지난 2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태환 지사의 일정 때문에 1주일 연기된 것으로, 아무리 일정이 바쁘다 하더라도 첫 회의조차 부위원장에게 맡기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4.3에 대한 '무관심'으로 비쳐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회의장 안팎에서 제기됐다.

또 김 지사가 회의장을 빠져나간 후 얼마되지 않아 권영철 행정부지사 마저 오전 10시57분에 회의장을 빠져나가 보건복지여성국장을 제외하곤 전부 민간위원들만 참석한 회의로 전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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