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2시 선고…도민사회 재판부 결정에 촉각 곤두

김태환 지사의 공직선거법위반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민사회가 제주지법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김 지사를 비롯한 9명의 공무원과 민간인, 그리고 현직 지사를 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한 검찰을 선고시간이 다가오면서 침이 바싹바싹 마르고 있다. 재판부의 결정여부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는 공직사회, 그리고 정치권까지 모든 시선이 26일 오후2시 제주지법 고충정 수석부장판사 입에 모아지고 있다.

# 김 지사, 25일 오후 포르투갈서 돌아와...일부 행사 참석 후 일찍 귀가

▲ 3박4일 일정의 포르투갈 마데이라 방문을 마친 후 25일 오후 귀국간 김태환 지사가 이날 저녁 제주도기자협회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와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 지난 22일 출국했던 김태환 지사는 3박4일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25일 오후5시50분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김 지사는 도착 직후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제주도기자협회 신년하례회에 참석, 축사를 한 후 이날 새벽에 별세한 이승택 전 지사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비교적 일찍 집으로 들어갔다.

재판부의 선고를 몇 시간 앞둬 내심 상당히 초조해 있는 김 지사는 그러나 이날 기자협회 신년하례회에서 “마데이아와 자매결연을 잘 맺고 돌아왔음을 전하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여러분을 찾아왔다”며 여유를 보이고는 “제주가 마데이라처럼 특별자치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대표적인 것이 항공의 자유화, 도 전역 면세화, 법인세 인하 등의 특별법 2단계 제도 개선인 이른바 ‘빅3’가 이뤄져야만 제주가 진정한 21세기 초일류 국제자유도시로 도약하는 초석을 놓게  될 것”이라면서 특별법 개정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김 지사는 이날 일부 언론사 간부들과 기자들이 “내일 어떻겠느냐” “좋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일체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특유의 ‘웃음’으로 대신했다.

김 지사는 26일 아침 간부회의를 주재한 후 오전10시쯤 기자실에 들러 마데이라 자매결연 결과를 전하면서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선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짤막하게나마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유죄' 자신하지만 검찰조서 증거채택 안된 게 꺼림직

김 지사 못지않게 검찰도 이날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현직 지사와 도청 국장과 과장, 계장 등 현직 공무원 8명과 민간인 2명 등 9명을 기소한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가장 큰 사건인 만큼 검찰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첫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진행돼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 지사를 비롯한 관련 피고인 전원이 검찰 신문조서와 진술을 부인하고, 법정진술을 거부해 검찰로서도 상당히 힘들어던 재판이었다.  

또 재판부가 압수물건의 증거능력은 인정했지만, 검찰 신문 진술조서에 대해서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이 벌써 “법원에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는 항소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5일 결심에서 2시간30여분에 걸쳐 빔프로젝트까지 동원하며 압수된 문건으로만 유죄를 입증하려했던 검찰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죄’인정을 확신하지만 만약 재판부가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 변호인, "문건만으로 어떻게 죄를 인정하느냐"

▲ 신년 하례회에서 전현직 언론인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는 김태환 지사
변호인도 초초하게 하루를 보냈다.

국내 로펌업계 2위인 태평양법무법인에다 신생로펌인 한승 법무법인이 가세하고, 여기에다 제주 현지 변호사인 전호종 권범 변호사가 달라붙여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있는 변호인측도 이번 사건의 민감성은 물론, 첫 공판중심주의 사건이란 점에서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사건 발생직후 검찰조사 과정에서 잘못 대응했다고 판단한 변호인측은 지난 4차 공판에서부터 전략을 수정, 이번 사건의 핵심이 압수수색의 불법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묵비권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재판부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변호인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신하면서도 결국은 대법원까지 가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처음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겨냥한 전략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의 한 인사는 “현재 재판부가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압수된 문건 뿐”이라면서 “압수된 문건자체가 조직을 구성하려고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고, 그리고 그 문건이 도지사 직무실에 있었다는 사실밖에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기획공모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 공직사회 긴장감...도지사 비롯 고위공무원 등 7명 선고

제주도청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인 경우 현직 도지사 직무정지도 내려질 수 있어 겉으로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있지만 갖가지 상황을 상정해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마련한 상태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김 지사뿐만 아니라, 국장과 원장, 과장, 계장 등 고위 공무원 등 7명이 줄줄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어 신경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이들이 속한 각 실국과도 말은 삼가고 있지만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온통 신경이 이곳으로 집중돼 있다.  

제주도는 김 지사와 비슷한 케이스이지만 혐의는 더 많은 신중대 안양시장이 1심에서 2년형이 구형됐고 당선 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기는 했지만 직무정지인 금고형 이상이 떨어지지 않아 김 지사도 직무정지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오후2시에 열린 선고공판은 재판부가 김태환 지사를 비롯한 9명에 대해 결정사유를 밝히고 난 후 선고를 내리게 돼 1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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