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여성영화 상영회 개막…나흘간 17편의 여성영화 상영

남성적 시각으로만 만들어진 남성중심 영화의 범람 속에서 귀한 여성영화를 만날 기회가 마련됐다.

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영순·김영란)는 1일 여성주간(7월1~7일)을 맞아 여성감독들이 만든 여성영화 상영회가 그 4일간의 막을 올렸다.

여성영화 상영회는 여성이 만든 여성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여성문제에 접근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케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후 7시30분 국립제주박물관에는 발랄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퍼졌다. 피아니스트 이경애씨의 피아노 선율이 그에 걸맞는 경쾌한 영상물과 함께 제5회 여성영화상영회 개막을 축하했다.

▲ 제5회 여성영화 상영회의 개막식에서 피아니스트 이경애씨가 개막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제주여민회 영상팀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제주여성의 노동-억척스러움의 허상을 딛고'와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옥락상을 수상한 류미례 감독의 'Life Goes On 엄마...'가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다큐멘터리 '제주여성의 노동…'은 강인하고 생활력 강하다고 널리 알려진 제주여성이 실제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과 억압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노동을 강요받는 제주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류미례 감독의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 마을 잔치에서 항상 술 취해 마이크를 놓지 않던 엄마. 그런 엄마에게 상처받으며 자라온 나(류미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딸에게는 나 역시 내 엄마와 같은 이기적인 엄마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10살, 도박과 폭음, 폭행을 일삼던 아버지의 죽음에 행복감을 느꼈던 나. 그것은 어른이 된 후 감독 자신에게 상처로 남는다.

▲ 제5회 여성영화 상영회 개막식을 찾은 관객들이 280여석의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막내의 결혼을 기점으로 독립생활은 시작한 엄마. 더 이상 자신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식들로 인해 삶의 의미를 잃었는지 엄마의 폭음은 잦다.

그러던 엄마에게 애인이 생기면서 엄마가 변했다. 억척스럽게만 보이던 엄마를 행복하고 사랑스런 여자로 변신시켰다. 이런 엄마의 변화가 자식들에게는 기쁘기만 하지는 않다.

42살 나이에 남편의 죽음을 맞고 엄마에게 남은 것은 6남매와 도박 빚. 생존과 자기 감정에 더 충실했던 엄마와 자기 실현을 위해서 집과 한국을 떠난 언니 이야기.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엄마도 나와 같은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한 여자라는 것을 말한다.

하은이라는 딸을 키우는 엄마인 감독과 감독의 자매들. 그네들도 역시 딸을 키우면서 자신 속에서 두 딸을 잃고 네 딸을 키워낸 엄마를 보게 된다.

감독은 러시아에서 두 딸을 키우느라 자신의 10년 공부를 접은 언니와 엄마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시절을 자신의 딸들에게 반복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딸들은 자신을 성찰하며 엄마와 화해해 간다.

영화는 처음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딸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영화 중에 나오는 러시아 속담 "내가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니다. 그리고 인생은 계속 되는 것이다"가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여성영화 상영회는 4일까지 계속되며 17편의 여성영화가 상영된다. 영화 상영중에는 놀이방을 운영해 아이들과 함께 오는 이들을 위한 편의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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