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고원종을 만나]9년만의 개인전“거칠지만 투박하고 순수한 가장 서민적인 그릇”

▲ 작가 고원정은 제주출생이다. 대학강단에 섰었고, 문화재감정위원으로 6년간 재직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그가 네번째 전시회로 9년만에 대중앞에 섰다. '분청사기 전'을 여는 그는 "투박하지만 거친듯 순수한 우리의 분청이 제일 좋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1만년 우리땅 그릇 역사 가운데 조선초 약 200년 동안인 14세기 중엽부터 16세기 중엽까지 유행했던 분사기를 일컬어 혹자는 한국인의 감정을 가장 구김살 없이 보여 주는 그릇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분청사기가 가장 서민적이고 대중적이라는 뜻일 게다.

제주작가 고원종이 4번째 개인전으로 ‘분청사기 전’을 마련했다. 긴 외도 끝, 9년 만에 작가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선 그를 만났다. 오는 24일(토)부터 다음달 11일(일)까지 아트페이스·씨(노형동)에서 열리는 전시에 앞서 21일 오전 작가 고원종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제주출생인 고 작가는 홍익대학원 산업공예과를 졸업하고 제주교육대학교에서 미술강의를 잠시 했다. 그리고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으로 6년간 나라의 녹을 먹기도 했다. 지금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서 도자기 작업실 <고아방>을 운영중이다.

9년 만의 개인전을 열며 ‘분청사기 전’이라는 테마를 들고 나온 이유를 물었더니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도자기 가운데 거칠지만 순수한 분청이 제일 좋아서 택했다”고.

   
 
 

작가 고원종은 “전통도자기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릇이 분청사기”라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기법이고 섬세하진 않지만 거칠면서 순수한 가장 서민적인 그릇이 분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초들의 삶이 거칠고 치열했던 것처럼 이번 작업에서 그 맛을 살려내기 위해 태토(도자기의 재료가 되는 흙)에 일부러 거친 불순물을 넣은 돌출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통 분청사기에서 흔히 보이는 문양도 과감히 빼내어 투박하지만 소박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는데 애를 썼다.

작가는 “가능하면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인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1년간 준비를 했다. 그 결과물로 모두 33점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 선보였다. 작은 다기(茶器)도 있었지만 대부분 덩치가 큰 대작(大作) 자기들이 대부분인 것이 특징이었다. 백자에서 흔히 볼수 있는 달항아리. 청자의 매병까지 형태도 다양했다. 어떤 것은 대형옹기에 가까울 만큼 덩치가 컸다. 심지어 다기의 찻잔까지도 ‘말 골암직한’ 오밀조밀한 것이 아니라 밥공기에 비길 만큼 어른 주먹만 크기다. 작가의 배포가 느껴진다.

그처럼 큰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한덩어리의 흙으로 도자기를 ‘빚지’ 못하고, 전통옹기 제작에 흔히 쓰이는 흙을 길게 여러 번 감아 올라가는 ‘짓는’ 기법을 사용했다. 즉, 도자기를 빚은 게 아니라 도자기를 두드려 가며 지은 셈이다.

   
 
 
   
 
 
그는 대학에서 도자기를 공부했다. 대부분의 현대작가들이 그렇듯 그도 한 가지 작품방법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전시만 분청을 택했고 다음엔 또 다른 도자기 작업을 시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9년전의 3회 전시때에 옹기맛을 살렸던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번 전시 분위기가 ‘확’ 바뀌어 있어 그의 설명이 이해가 간다.

고원종 작가에게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냐고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작가는 그런 것 없습니다” 우문에 현답이다.

작가 고원종의 설명처럼 ‘분청’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전통기법이다. 원래의 정식 명칭은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이다. 분청은 약칭(略稱)이다.

분청사기는 분장과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에 따라 대략 7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표면을 선이나 면으로 판 후 백토나 자토(裏土)를 감입(嵌入)해서 무늬를 나타내는 상감기법이 있다.

둘째는 무늬를 도장으로 찍고 백토분장(白土粉粧)을 한 후에 닦아내서 찍힌 무늬가 희게 나타나는 인화기법(印畵技法).

셋째는 분장 후 무늬 이외의 백토를 긁어내 태토의 어두운 색과 분장된 백색을 대비시켜 무늬를 표현하는 박지기법(剝地技法).

넷째는 분장 후 선으로 무늬를 새기는 조화기법(造花技法).

   
 
 

다섯째는 분장 후 철분(鐵分)이 많은 안료(顔料)로 무늬를 그리는 철화기법(鐵畵技法).

여섯째는 귀얄(붓)로 분장만 하는 귀얄기법.

▲ 도자기 작품 굽 근처에 새겨진 그의 낙관 '2007 元'
일곱째는 백토물에 말그대로 ‘덤벙’ 담궈서 분장하는 덤벙기법이다. 이들 각각 기법들은 분청이 유행하던 조선초의 시대성과 지역성이라는 개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고원종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전통기법 중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상감과 귀얄, 그리고 덤벙 기법이다.

작가에게 전시를 소개할 사진을 찍자고 졸랐다. 그의 대답이 “작품이 얼굴인데요…”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러나 달 항아리같은 그의 넉넉함이 작품에도 그의 표정에도 묻어난다.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도자기 굽 바로 위에 새겨 넣은 그의 낙관 ‘元’자의 뜻 그대로 ‘으뜸’이란 평을 관람객들에게 받길 소망하고 있다.

전시관람문의=아트스페이스.씨(제주시 노형동. T745-3693). 전시기간=2.24~3.11일. 작가와의 대화가 개막일에 진행 예정.

 

▲ 상감기법의 분청

 

▲ 덤벙기법으로 제작한 몸이 긴 항아리
▲ 귀얄기법의 달항아리
▲ 귀얄기법의 매병
▲ 그의 다기는 크다는 특징이 있다. 오밀조밀한 찻잔이 아닌 넉넉한 작가의 배포를 닮은 큼지막한 찻잔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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