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책읽기②]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를 따라가 보니

존 라이언과 앨런 테인 더닝이 지은 '녹색시민구보씨의 하루'는 한국인의 실정에 맞게 재 편집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도시민인 우리가 경험하는 물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오고 있는가를 살피는 일, 무심코 쓰고 무심코 버리는 일들 속에 내재된 우리의 무신경과 욕망이 어떻게 인간 환경에 해로움을 주고 있는지 살피는 일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스스로를 소비자로 여겨본 적이 없는 구보씨,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보면 스스로를 낭비하는 소비자라고는 여기지 않았던 일이 굉장한 오류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녹색시민이라고 자처하는 한 사람의 일상을 따라가 보니 일반적인 한국인 한 사람이 매일 1인당 1kg 정도의 쓰레기를 버리며 54kg정도의 자원을 소비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우리들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쓰고 버리는 사람들인가?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와 소비하는 자원들은 다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이란 말인가?

한 잔의 커피가 내 입으로 오기까지, 그 커피를 싸고 있는 종이컵과 깡통, 아침을 여는 신문, 신발장을 가득 메운 운동화와 구두, 색깔별로 또는 기능별로 이런 저런 욕구를 채우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는 물건들의 공해에 묶여 있으면서도 우리들은 깨닫지 못한다.

자동차 한 대가 굴러 가기 위해서 모여지는 자원들의 긴 행렬이라든지, 다국적 기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자전거 같은 물건들이 정작 가난한 사람들과 그 터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도시의 일용품으로까지 등극한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에까지 우리들이 늘 무심코 손을 건네고 몸을 채웠던 것들이 산업 사회의 거대 욕망의 그물에 걸려든 것들임을 알아차리는 일은 충격적이다.

그 많은 소비와 소비의 욕망들이란 게 자연의 한 부분이어야 할 우리들이 스스로를 과오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일이었다니.

새삼스럽게 그걸 깨닫도록 도와준 이 책의 주문은 단 한 마디, "흔적을 남기지 마시오"였다.

마치 수도승의 목소리처럼 의미심장한 이 말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 인간이 가져야 할 마땅한 의무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이 책은 부록을 통해 "그러니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요?"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말한다.

그 대안이라고 해야 작고 작은 몸짓에 불과하지만, 결국 "그대여! 녹색시민이 되어라" 인 것이다.

녹색시민이 되어 '녹색시민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왜 소비를 해야 하는가를 묻는 일에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때때로 우리는 더 나은 게 뭐 없을까 하는 공허감에서 소비를 즐기고 자기가 속한 지역에 만족하지 못할 때 여행을 가면서 자원의 소비자가 된다.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낳고 우리 몸이 욕망의 그물에 걸려 들 때, 스파이더맨의 그물보다 더 강한 산업사회의 그물은 우리의 정신과 삶을 구속한다.

그러므로 질문을 하라, 이것이 꼭 필요한 물건인가? 왜 이것을 사고 싶은가?

그 질문은 우리 삶에서 잃어버리기 쉽지만 소중한 것, 물질이 아니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찾아야 할 가치들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내 삶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걸어가고 있는가? 당장 돌아볼 일이다. 내 소비의 욕망은 어디에 와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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