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130년 수령 소나무 제초제 ‘충격’…전문가 "그러나 살릴 수 있다"
소나무는 한국인의 기상 상징…십장생의 하나, 그 이름처럼 꿋꿋이

▲ 누군가의 제초제 투입으로 한쪽이 말라죽어가는 제주대 입구의 소나무. 130년 수령의 이 소나무는 유난히 고생이 심하다. 그만큼 시민들은 사랑이 깊어가고 있다.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소나무를 보면 한국인이 보인다고 했다. 

영국의 느릅나무, 러시아의 자작나무, 인도의 보리수 나무, 서역의 올리브 나무가 그렇듯 나무는 한 민족의 품성이나 기상을 나타내는 상징 아니던가?

고려청자의 푸른 비취빛이 어디서 나왔는가. 바로 울창하게 숲을 이룬 저 소나무 숲이라 했다. 무궁화가 우리의 국화(國花)이면,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부르는데 주저할 한국인은 드물어 보인다.

그런데,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입구 회전식 교차로 중심에 130년 수령의 소나무가 한달 가까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 원인이 차라리 재선충이나 공해 탓이었으면 이토록 씁쓸하진 않겠다.

누군가 제초제를 강제 투입한 것이 밝혀지면서 도민들이 육두문자를 입에 올리고 있다. ‘나쁜 ××’, '진짜 나쁜 ×'

철갑(?)을 두른 저 소나무도 지름 1.5cm의 강철드릴과 제초제 농약 앞에서야 무슨 재주로 버티어 내겠는가?

조사결과 나무 밑동에서 20~30cm 간격으로 세 개의 드릴 구멍이 발견됐고, 표본을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조사를 의뢰한 결과 ‘그라목손’이라는 제초제 성분이 소나무 속에서 확인돼 15일 제주시가 자치경찰대에 정식 수사의뢰 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소나무 일부가 말라죽기 시작했다”면서 “혹시나 했지만 일부러 소나무를 고사시키기 위해 제초제를 투입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위 ‘제대 소나무 살리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 누군가 나무 밑동에 지름 1.5cm크기의 구멍 세개를 뚫어 제초제를 투입했다.

이 소나무는 제주시와 환경단체가 지난 3년간 보전이냐! 철거냐!를 놓고 맞서다 결국 회전형 교차로를 설치해 보전키로 최종 결정된, 최근에야 보금자리를 정한 맘 고생 몸 고생이 심한 소나무다.

누군가 농약을 투입해 강제 고사시키려 했으니 범인은 소나무에게 억하심정을 가진 인물이겠다. 소나무야 그 자리에 그냥 서있던 것일 뿐인데 무슨 원한이 그리 컸을까.

제주시자치경찰대가 15일 이 사건을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곧 범인이 잡히고 내막이 밝혀지겠다. 자치경찰대 관계자도 “제주도민의 많은 관심과 애착을 받고 자란 소나무여서 수사에 임하는 자세가 각별하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사건의 전말을 밝혀 내겠다”고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수사는 자치경찰대에 맡기고 이제 소나무를 살리는데 시민들의 전폭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한라산수목연구소 김철수 소장은 “다행히도 투여된 제초제가 목본류까지 고사시키는 성분이 아니라 초본류를 제거하는데 사용하는 ‘그라목손’이어서 소나무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낭보를 전했다.

김 소장은 “아직 장담할 순 없다. 지금 죽어버린 부분은 잘라내야 하겠지만 새순이 막 올라올 무렵인 4월초부터 영양제를 정기적으로 투입하면서 꾸준히 관리하면 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도민 여러분들도 소나무 회생을 위해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초제를 투입한 범인이 소나무가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까무라칠 일이지만, 쉬이 쓰러지지 않는 푸르름의 기상도 한국인을 닮았다. 또한 척박한 섬속에서 만년을 이어온 제주인을 닮았다.

▲ 김봉현 기자
한국인은 태어날 때 대문에 매단 금줄의 소나무 가지에서 시작해, 죽을 때에는 소나무 칠성판 위에서 끝난다는 전통적 관념이 있다.

또한 소나무, 학, 해, 사슴, 불로초, 바위, 거북, 물, 산, 구름을 두고 오래도록 살아 죽지 않는다 믿어온 것이 십장생에 대한 우리의 관념적 풍습이다.

신분에 구별이나 남녀노소, 지휘고하 막론하고 소나무 없이는 살수 없는 것이 바로 한국인이다.

도민들의 사랑을 먹고 십장생 이름처럼 되살아나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이 우리 기상임을 보여 달라. 제대 소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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