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찬·반측 모두 ‘주민동의 없는 기지건설’반대키로
김영근 발전협의회 대표직 사퇴, “해군과 관계 끊겠다”

▲ 위미1리 주민들이 해군기지건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찬.반 양측 모두 '주민동의 없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16일 위미1리 마을회관에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채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주민들간 의견교환을 나누었다.

▲ 16일 저녁 7시 열렸던 위미1리발전협의회 창립총회 및 해군기지설명회에는 주민 5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미 마을주민들이 반대의사 기류가 대세를 이루면서 사실상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하는 협의회 행사에는 주민참석이 저조했다.

해군 측의 '위미1리 최적지' 발언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남원읍 위미1리의 해군기지건설 논란이 드디어 마을 리민들에 의해 찬·반 측 모두 '주민동의 없는 해군기지 추진은 절대 반대'로 공통분모를 찾았다.

16일 오후 7시 ‘위미1리 발전협의회’(공동대표 김영근 등 4인)는 주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리사무소에서 창립총회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해법을 찾았다.

▲ 해군기지유치를 사실상 주도해온 김영근 씨. 김 씨는 이날 발전협의회 공동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표명과 함께 앞으로 마을주민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유치활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김영근 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위미1리의 미래를 위해 국책사업(해군기지)을 유치함으로써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면서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면 더 이상 유치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 공동대표는 또 “그동안 주민들의 오해에서 출발한 저에 대한 많은 억측과 소문에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는 말로 그간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던 속내를 토로하고 “그러나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면 저도 주민들 뜻에 따르겠다. 이 시간 이후 해군과의 왕래나 관계를 모두 끊고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공동대표직에서도 오늘 부로 물러나겠다”며 발전협의회 대표직 사퇴도 선언했다. 

당초 발전협의회는 이날 창립총회를 기점으로 활발한 유치활동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김 대표 의 사퇴 선언이 미리 예정된 듯, 찬·반 양측의 토론회도 생략된 채 ‘마을 대표단 해군기지 도시 방문(06년 12월7~9일)결과’를 간단히 발표하고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발전협의회가 창립을 알리는 과정에서 창립취지나 중점추진 사업 등을 홍보하며 사실상 해군기지유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 한 입장을 표한 것에 지역주민들이 크게 반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날 발전협의회의 창립총회에 앞서 해녀·주민 등 리민 100여명이 ‘기지건설 반대집회’를 벌여 ‘지역주민 동의없는 해군기지 강행은 절대 불가하다’는 원칙을 재천명했고, 이같은 원칙에 장건환 리장, 고방길 어촌계장 등 그동안 분명한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찬성입장을 보여 온 주요 마을 지도자들이 ‘주민동의 원칙’에 적극 동의를 표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 장건환 위미1리장은 이날 "주민동의 없는 해군기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발전협의회는 이날 창립총회를 갖긴 했으나 김영근 공동대표의 사퇴 등으로 향후 활동이 불투명해졌다.

이날 발전협의회 창립총회에서 장건환 위미1리장도 인사말을 통해 “최근 해군에 마을 주민들 동의 없이 해군기지 추진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 없이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해군 설명회를 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말하고 “이는 우리 스스로 농락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입장에서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장 리장은 다시 “찬성 측도 반대 측도 모두 마을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며 “그러나 주민들 삶의 터전에 주민동의없는 해군기지 일방추진은 있을 수 없다”고 재천명했다.

이처럼 현 마을 지도자들과 반대대책위, 발전협의회 등이 함께 ‘주민동의 없는 해군기지 불가’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냄에 따라 자칫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뻔 하던 위미1리가 마을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발전협의회의 행보 여하에 따라 다시 찬·반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소지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위미1리 청년회가 17일 오후5시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기로 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고, 18일 마을 총회를 열어 해군기지문제와 관련해 주민의사를 수렴하고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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