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의 땅, 군사기지 안돼!”…주민 222명 중 180명 ‘반대’
역대 마을총회 중 최다인원 참석…반대대책위 확대 개편키로

▲ 장건환 위미1리장이 해군기지건설 반대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위미1리 임시총회에서 주민 222명이 참석한 가운데 180명이 기지건설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절대다수의 주민이 해군기지건설 반대에 동의했다.

해군기지건설 문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돼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위미1리 임시총회’가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최종 의결했다.

이날 총회는 찬·반 양측의 격론으로 끝에 주민 222명 유권자가 참석해 180명이라는 절대 다수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18일 위미1리 총회, 역대 마을총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인  222명 참석해 180명 해군기지 '반대' 의결...반대대책위 공식마을기구로 확대 개편, 장건환 리장. 오동옥. 고영민 씨 등 3인 공동대표에 추대

또한 현재 위미1리 해군기지반대대책위를 확대 개편하기로 하고, 현 장건환 위미1리장과 반대대책위 오동옥·고영민 공동대표를 상임공동대표에 추대했다.

이에 따라 ‘주민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해군측이 위미1리 기지건설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주민들이 해군기지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거수투표방식을 주민들 의사에 의해 결정한 뒤, 거수투표결과 222명 중 180명이 반대할 것을 표명했다.

총회는 시작 직후부터 많은 진통이 예상됐다. 해군기지 찬·반 입장에 대한 주민토론이 진행되자 양측은 팽팽한 주장으로 맞서며 격론을 벌였다.

우선 오동옥 반대대책위 상임대표는 “해군기지 추진과정이 대단히 잘못됐다”며 “해군기지는 경제효과 없다. 개발이란 논리에 밀려서 조급해 하면 안된다. 다만 역사를 생각해야 하고 이 땅과 바다가 우리 것이 아니므로 우리가 잘 보존하고 지켜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찬.반측 대표자 주장 맞서 총회 '진통'...발전협 권 대표 '보상문제' 언급하자 해녀들 "무슨 보상이냐? 유치의사 밝히지도 않았는데 왜 보상꺼내나?"며 크게 항의해 총회 잠시 중단되기도

이어 사실상 해군기지유치를 추진해온 위미1리 발전협의회의 권병우 공동대표는 “찬·반 측 모든 주민이 마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면서 “정확한 토론을 벌여 해군측에 마을주민들의 뜻을 전하자. 제일 중요한 문제가 보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대표의 보상언급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촌계 해녀들이 “무슨 보상이냐? 우리가 언제 해군기지를 유치한다고 했나?”라며 거칠게 항의해 잠시 총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 이날 해군 하사관 김모씨가 총회 회의 진행중 갑자기 배포한 유인물. 그러나 '반대측 입장에 대한 답변'이란 제목의 유인물은 작성 주체자가 누군지 표시도 되지 않은 채 현역 해군에 의해 배포되자 주민들이 크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총회를 진행한 장건환 의장(리장)은 “주민들이 원하면 오늘 해군기지 찬·반 입장에 대한 의결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주민의사를 물으려 하자 해군 하사 김모씨가 ‘반대측 입장에 대한 답변’이라는 유인물을 총회장에 배포했다.

총회진행 중 사복차림 현역 해군 한명 정체불명의 유인물 배포해 또 한차례 소동...주민들 항의끝에 결국 '강제퇴장'

이 때문에 주민들이 “해군이 여기 뭐하러 왔냐?”며 고성이 오갔고, 해군 하사 김모씨가 “저도 위미주민이다. 명륜동 주민이다”고 항변했으나 현역 해군 신분으로 마을정기총회에서 반대입장에 대한 답변 유인물을 배포한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총회 의장단의 판단에 따라 김씨를 퇴장 시켰다.

더군다나 이 유인물에는 입장표명 주체가 누구인지 명시되지 않아 주민들을 더욱 자극시켰다.

이날 주민들 중 몇몇 사람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찬성이든 반대든 우리는 모두 위미주민이다. 다 형제이고, 이웃이다”라며 “찬성이든 반대든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은 자제하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 "우린 형제, 이웃, 친족간. 찬,반 서로 공격 자제할 것"간곡히 당부...장건환 리장 "총회 직전 해군이 주민동의 없으면 추진않겠다는 연락왔었다. 그러나 비공식적 경로"언급

장건환 리장은 표결에 앞서 리민들에게 총회 20분 전에 마을 지도자 고 모 씨로부터 해군 측으로부터 “주민동의 없으면 기지 추진하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해군기지 찬·반 입장에 대한 총회의결 방법과 관련해 ▷전 리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하는 안과 ▷총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다수결 의결 하자는 안이 제시돼 대부분의 리민이 후자를 선택했다.

▲ 정체불명의 유인물을 한 청년이 느닷없이 배포하자 주민들이 "누구냐?"고 물으며 총회장이 술렁였고, 이 청년이 "나도 위미리 주민이다. 명륜동 주민이다"고 항변했으나 금새 현역 해군 신분임이 드러났고 의장 직권에 의해 퇴장시켰다.

이에 장 리장은 찬·반 입장을 리민들에게 물었고, 총회참석 222명 중 ‘해군기지건설 반대’에 180명이 동의해 결국 전날 위미1리 마을총회에 이어 위미1리 마을임시총회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기지건설 반대를 공식 의결했다.

위미1리 총회 결과가 25일께 예정된 국방장관 제주방문과 김지사의 해군기지 입장표명에 어떤 영향 미칠지에 도민들의 관심쏠려

이날 총회참석 인원은 역대 위리1리 마을총회 사상 최다인원이 참석한 것이어서 지역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한편, 이날 위미1리 주민들 절대다수가 해군기지유치에 반대를 의결함으로써 이달 말로 예정된 국방부장관의 제주도 방문일정과 김태환 도지사의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이날 총회가 끝난 직후 장건환 위미1리장(왼쪽)과 오동옥 반대대책위 상임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해군기지문제를 놓고 주민갈등이 표출된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듯 두 사람의 표정이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장 리장을 비롯한 오 상임대표 등은 주민의사가 결정된 이상 한마음으로 해군기지건설 반대운동을 적극 펼쳐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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