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연구소 팩스문, "4..3중앙위 논의 내용 고려했다"…중앙위원 강력 반발

제주4.3을 왜곡한 '6.25전쟁사'를 발간해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국방부 산하 군사편찬연구소가 이번에는 "6.25전쟁사가 4.3중앙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고려해 발간한 것"이라고 밝혀 또 한차례 파문이 예상된다.

이는 제주4.3을 왜곡한 것으로 평가되는 '6.25전쟁사'가 마치 자신들만의 시각이 아니라 4.3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발간한 4.3중앙위원회의 뜻임을 내비치는 것으로 제주 지역사회는 물론 4.3중앙위 차원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군사편찬연구소는 19일 오전 제주4.3연구소와 4.3도민연대 앞으로 '6.25 전쟁사 제1집 중 제주4.3사건 서술부분에 대하여'란 제목의 팩스문을 보내왔다.

표지포함 2매로 구성된 이 팩스문에서 군사편찬연구소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발간한 '6.25전쟁사' 제1집 중 제주4.3사건과 관련하여서는 당시상황과 관련된 내용은 전쟁사 기술 방식으로 작성하고, 국무총리산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체적으로 고려, 최종 발간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군사편찬연구소는 또 "그러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6.25전쟁사' 제1집 제주4.3사건의 '서술부분'이 희생자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에 저해되는 부분이 있는 지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음을 말씀 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군사편찬연구소는 "이번 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 같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팩스문이 알려지면서 4.3관련단체는 물론 4.3중앙위원들까지 발칵 뒤집혔다.

군사편찬연구소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시정을 약속하기는 커녕 오히려 역사적 진실왜곡의 책임을 국무총리 산하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로 넘기려는 듯한 인상을 보여 4.3중앙위 논의 내용에 대한 위원회의 모독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4.3진상조사보고서 발간 당시 위원장이었던 고건 국무총리를 비롯해 법무장관, 국방장관 등 정부측 당연직 7명, 강만길 상지대 총장,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창욱 제주4.3유족회장 등 위촉직 12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 4.3중앙위원회에서 군과 경찰의 입장을 대변한 유재갑 경기대 교수와 이황우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장, 한광덕 성우회 안보분과위원장만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뿐 나머지 17명의 중앙위원들은 4.3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또 군·경출신 중앙위원들도 중앙위 논의과정에서 '6.25전쟁사'처럼 군에 의한 양민학살을 부정한 게 아니라 양민학살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군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몰고 가는 데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으며, 남로당의 역할에 대한 비중을 좀 더 둘 것을 요구한 것이다.

또 국방차관을 비롯해 군·경측 위원들이 참가한 지난해 10월 15일 중앙위 회의에서 4.3보고서가 확정된 것으로 군사편찬연구소의 이번 팩스문은 4.3의 진실을 왜곡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4.3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한 중앙위원회의 활동까지 왜곡, 훼손하는 것으로 갈수록 심각한 왜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군사편찬연구소는 '4.3중앙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고려' 했다고 하면서도 4.3중앙위가 정부의 명의로 발간한 '4.3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6.25전쟁사'에 단 한 줄도 인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4.3중앙위의 논의 결과를 반영한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4.3진상조사보고서에는 주정공장에 갇혔다 전국의 형무소로 보내진 후 6.25전쟁 때 집단학살 당한 수형인 문제와 2연대에 의한 의귀리 주민 학살사건(일명 '현의합장묘 사건'), 그리고 4.3봉기의 도화선이 된 3.1절 경찰발포사건 등이 매우 상세히 서술돼 있음에도, '6.25전쟁사'는 이러한 진상조사보고서 내용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4.3중앙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고려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진실 왜곡이다.

오히려 군사편찬연구소는 4,.3보고서를 반영하지 않은 것 뿐 아니라, '6.25전쟁사'와 마찬가지로 4.3을 왜곡해 지난 2000년 폐기된 '제주경찰사'를 8군데나 인용해 군사편찬연구소가 고의적으로 제주4.3을 흠집내고 왜곡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제주4.3연구소는 이 같은 팩스문이 전달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승국 연구소 사무국장은 "국방부 장관이 답변해야 할 문제를 어떻게 군사편찬연구소가 공식적인 문서도 아닌 팩스 2장을 보내 사건을 마무리 하려는 것인지 그들의 의중을 알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자료를 4.3관련단체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승국 사무국장은 이어 "군사편찬연구소가 '유감'의 뜻을 표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결국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4.3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한 4.3중앙위원회에 책임을 전가 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팩스문으로 인해 군사편찬연구소는 도민들로부터 더욱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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