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축제현장 20일 지나도록 방치…제주시 ‘뒷심’부족
‘인간과 자연의 조화’는 헛구호…‘쇼(Show)’를 위한 축제?

   
 
 

무사안녕과 풍년 기원,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내걸며 대성황을 이뤘던 2007 정월대보름들불축제가 참가자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자연에는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축제 폐막 후 약 20일이 지나도록 축제장 정리에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시민들이 행정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문제제기하는 등 제주시가 뒷심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1일부터 사흘간 열린 들불축제는 기존 북제주군 통합 이후 제주시가 첫 주최한 축제여서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었다.

김영훈 제주시장도 축제가 끝난 후 시민들에게 “축제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도민대통합의 장을 펼쳐 화합과 상생의 축제로 발돋움하는 전기를 마련했고, 축제가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제주시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자평 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지정 유망축제로 지정받기도 한 들불축제가 과연 뒷마무리에서도 제 이름값을 했느냐는 의문이다.

21일 오후, 취재진이 새별오름 축제장 일원에서 맞닥뜨린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산 정상은 포탄이 쓸고 간 상처뿐인 전쟁터와 흡사했고, 산 아래는 쓰레기 집하장의 모습이었다.

달집에 쓰인 나무를 태운건지 쓰레기를 태운건지 모를 정도로 불법소각의 흔적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화마가 휩쓸며 타다 남은 산불감시초소가 새별오름 정상에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냈고, 군락을 이뤘던 가시나무들은 시커멓게 타나 남은 채로 산 정상에서 세상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원망하는 듯 했다.

이에 대해 축제를 진행했던 제주시 관계자는 “축제당시 대비한다고 했지만 바람을 타고 넘어간 화염이 정상 북쪽 능선을 태웠다”면서 “정상부에 방화벽을 구축해 내년부터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옹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들불축제 사상 바람, 온도 등 최적의 기상조건을 보인 이번 축제였기에 망정이지 감당하지 못할 큰 산불을 낼 뻔했음을 제주시가 자인한 셈이다.

▲ 현장에는 각종 쓰레기와 플라스틱류 등 불법소각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띠었다.

축제장 뒷정리에 대해서 다른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청소차량등을 동원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표방했던 들불축제가 먹고 마시고 즐긴 사람들에게는 즐거웠던 축제로 기억됐을지 모르나 새별오름의 풀과 꽃, 나무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 셈이다.

더욱이 이 같은 오류는 거의 매해 들불축제 때 마다 반복되는 것이어서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주고유의 방애(들불놓기)풍습은 해묵은 풀과 해충을 제거해 방목지의 소와 말을 살찌우게 했던 지혜로운 제주의 전통 민속이다.

귀중한 민속자원을 극대화하겠다며 해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새별오름에서 재현하는 이 축제가 해마다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면 더 이상 민속재현행사로서의 축제가 아니라 ‘쇼(Show)’를 위한 축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산 정상의 불에 타다 남은 산불감시초소. <사진=노컷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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