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철 신부 "지역주민들에게 '도민 아니'라고 한 발언 '부적절'"

해군기지 반대시위에 참여했다 연행됐던 천주교제주교구 중앙주교좌 성당 임문철 대표신부는 "주민들이 목숨 걸고 투쟁하는 해군기지를 밀어부치기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해군기지 반대시위를 벌이던 지역주민 및 반대대책위 관계자 71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는 임문철 신부를 비롯해 신부와 수녀 등 천주교인 7명도 포함돼 있어 제주도정이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에 연행된 직후 풀려난 임문철 신부는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오늘 참으로 오랫만에 집회현장에 서 보았다"고 말문을 연 후 "참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임 신부는 "남원읍 반대대책위원회 특히 위미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니 해군기지 문제가 그 분들의 삶에 얼마나 큰 문제이며 절박한 상황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주민들은 목숨을 걸어놓고 반대하는데 정부와 제주도는 '국책사업이니까'라는 식으로 밀어부쳐서 될 일이 아니"라고 지역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해군기지 추진에 일침을 놓았다.

이어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제주도가 지역주민들을 만나주지도 않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도지사가 몇번이고 주민들을 찾아가서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 신부는 시위현장의 지역주민들을 향해 "당신들은 제주도민이 아니"라고 발언한 제주도청 모 간부공무원에 대해서도 "공무원도 사람이니까 감정이 생기겠지만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을 놓고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그런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고 꼬집었다.

임 신부는 "연행된 주민들이 훈방조치로 풀려나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연행된 시위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서에 억류돼 있는 천주교제주교구 중앙주교좌 성당 고병수 신부는 "시위현장에 참여한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 그 곳에서 너무 큰 아픔을 느꼈다"며 "제주도정이 해군기지를 추진함에 있어 너무 많은 악수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고 신부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은 너무나도 순박한 제주도민일 뿐"이라며 "주민들이 무사히 풀려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고 신부를 비롯한 신부 3명, 수녀 4명이 지역주민·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경찰에 억류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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